[희망을 꿈꾸는 DMZ·14]베를린 가는 길에서 만난 국경박물관

철조망도, 군용차도 그때 그대로…
그릇된 역사, 당시 아픔 기억한다

김종화 기자

발행일 2012-11-07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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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박성현기자

1천400㎞에 이르는 독일 DMZ, 그뤼네스반트 일대는 독일을 남북으로 가로지르고 있다. 그뤼네스반트는 통일 이후 개발과 보존 문제로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밝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믿는 독일인들은 그뤼네스반트 인근에 분단 당시의 흔적들을 모아 전시하는 국경박물관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한국의 DMZ박물관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서 건립되었다면 독일은 독일인들 스스로 박물관을 건립하고 관리해 오고 있다. 독일 정부와 지자체들은 민간에서 만든 박물관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있다.

함부르크에서 전쟁과 분단으로 아픔을 겪었던 독일의 발전 과정을 살펴본 후 베를린으로 가는 길목에서 국경박물관을 만났다.

민간 자발적 건립… 정부에서는 유지 위한 지원 맡아
슈빈마르크 박물관, 그뤼네스반트 관련 자료 전시
동독 탈출 엘베강변 '슈낙켄부어그' 국경모습 복원

   
▲ 슈빈마르크 국경박물관에는 분단 당시의 철조망을 설치해 당시 모습을 재현해 놨다.

# 슈빈마르크 국경박물관과 그뤼네스반트

함부르크를 출발해 2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슈네가(Schnega)라는 마을에 있는 괴어(Goehr) 지역의 국경박물관으로 향했다.

이 박물관은 실제 국경에서 5㎞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슈빈마르크(Swinmark) 국경박물관이라고도 불리는데, 슈빈마르크는 이 박물관을 지원해 주는 지원단체의 이름이다. 슈빈마르크는 오직 35명 회원의 회비와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지만 박물관 지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슈빈마르크 국경박물관에 도착하자 푸근한 인상의 할아버지 한 분이 반갑게 맞아 줬다. "3년 전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며 한국에 대한 호감을 드러낸 이 할아버지는 슈빈마르크 박물관을 세운 디트리히 빌헬름 리쯔만(Dietrich-Wilhelm Ritzmann)씨다.

리쯔만씨는 "분단의 참혹함과 통일 후의 기쁨을 기록하기 위해 박물관을 세우게 됐다"고 소개했다.

   
▲ 슈낙켄부어그 국경박물관.

이 곳에 전시되어 있는 전시물들은 괴어 지역을 중심으로 한 그뤼네스반트 관련 자료들이다. 리쯔만씨가 청소년 시절부터 찍은 사진 500여장 중 일부가 전시되어 있고, 그뤼네스반트 지역의 휴전선은 어떤 형태로 조성되어 있었는지도 소개하고 있다. 철조망도 당시에 있던 그대로를 전시했고, 분단 당시 군용차량들과 물자, 서류 등도 전시되고 있다.

리쯔만씨는 자신이 수집한 각종 자료들을 소개한 후 휴전선이 있던 지역으로 이동해 분단 당시 동독 초소와 막사 등도 소개해 줬다.

# 강변에 위치한 슈낙켄부어그 국경박물관

두 번째 국경박물관을 위해 엘베강 유역 니더작센주에 위치한 슈낙켄부어그로 향했다. 슈낙켄부어그(Schnackenburg)는 분단 당시 강을 통해 동독을 탈출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했던 지역이다.

슈낙켄부어그 지역에도 당시 모습들을 보여주는 국경박물관이 건립되어 있다. 독일 지역의 여느 국경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이 곳도 지역 이름을 따 슈낙켄부어그 국경박물관이라고 불리고 있다. 슈낙켄부어그 국경박물관은 내륙에 위치한 슈빈마르크 국경박물관과 달리 해상에 위치한 국경지역의 모습을 사진과 당시 서류, 신문자료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 동서독 군인들의 사용하던 통신 장비

특히 1970년대에 동독에 있는 국경지역 주민들을 국경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강제 이주를 시켰는데, 그것을 피하고자 강을 넘어 서독으로 탈출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도 전시되어 있다.

1998년 슈낙켄부어그 국경박물관 지원단체와 그 주변 지역의 도움으로 국경선을 따라 10㎞에 이르는 길에 당시 구동독 지역의 국경모습을 복원했다. 강 주변이면서 많은 이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어서 각종 희귀 동·식물들이 관찰되고 있다.

지난 2000년에는 자연학습 체험지역으로 선정되어 칼 카우스(Karl-Kaus) 재단의 지원을 받아 자연 그대로 보전되고 있다.

글·사진┃김종화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괴어 지역에는 분단 당시 그뤼네스반트를 감시하던 동독 초소와 군인들의 다니던 길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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