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1호 김순자의 계절김치 이야기·7]고춧잎김치

팔도 입맛 만족시킬 '표준적인 맛' 연구

경인일보

발행일 2012-11-16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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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는 내 운명

오늘은 저의 김치인생 스토리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어렸을 적부터 알레르기가 심한 특이 체질로 태어나 생선이나 고기 같은 음식은 입에 댈 수도 없었고, 오로지 맘 놓고 먹을 수 있었던 것은 밥과 김치뿐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그해 김장 김치 맛이 좋으면 겨우내 통통하게 살이 올랐고, 김치를 제대로 먹지 못하면 대꼬챙이처럼 마를 정도여서 이런 저를 위해 어머니는 '맛있는 김치'를 찾아 전국을 수소문해 각종 김치 담그는 비법을 알아 오셨습니다.

그런 어머니 밑에서 보고 자란 저는 누구보다도 김치를 좋아했고, 김치에 대한 미각이 발달하게 되어 자연스레 김치 담그는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어머니가 김치 담그실 때에 옆에서 메모를 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렇게 저는 김치 인생을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 아닌 숙명'을 갖고 태어난 것 같습니다.

특이체질로 태어나 밥·김치만 마음놓고 먹고 자라
하루도 빠짐없이 담그고 고민해 최적 레시피 완성

김치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어느 날 호텔에 갔다가 우연히 호텔 주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호텔 직원들이 '김치가 맛이 없다는 항의가 들어왔다'며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 맛있는 김치로, 제대로 된 김치로, 표준화된 김치 맛을 개발해 특급 호텔이나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고급레스토랑에 공급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죠.

제가 김치사업을 시작한 1986년 당시에는 공장김치를 어떻게 사먹느냐며 손가락질 받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원 1명과 김치 15㎏ 발주로 시작하였던 것이 이제는 27년이 지나, 현재 직원 400여명과 하루 생산량 120여t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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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운영과 함께 꾸준하게 연구와 개발을 해오던 중, 1987년 김치라는 품목으로 특허를 받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시절에 특허청을 찾아갔어요. 제가 만든 김치로 특허를 받고 싶어서요. 당연히 특허청에서 저를 이상한 여자로 취급했죠.

그러나 다시 또 찾아가기를 반복한 끝에, 결국 2002년 '생쑥김치 제조방법'으로 첫 특허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후, 계속해서 '망고스틴 포기김치', '브로콜리김치' 등을 특허받았고, 지금까지 21건의 여성으로서는 최다 특허를 보유한 김치발명가로 기록을 세웠습니다.

제가 개발한 김치들을 해외에서 먼저 인정해주셨습니다. 2003세계천재대회, 2003싱가포르국제발명전시회, 2005대만국제발명전 등에서 '깻잎양배추말이김치', '미니롤보쌈김치'가 금상과 동상 등을 수상한 데 이어, '브로콜리김치'는 2007제네바국제발명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그 독창성을 높이 평가해 주셨습니다.

2010년도에는 각국 정상이 모이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저의 황제김치를 선보이면서 다시한번 모든 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보는 아름다움과 먹는 즐거움, 두 가지가 모두 만족스럽다고 극찬하신 황제김치였습니다.

저만의 김치 레시피가 탄생하기까지 수천 번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습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맛의 표준화'였습니다. 손맛으로 좌우되는 김치생산은 8도 지방별로 사람들의 다양한 입맛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했기에, 그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 정말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김치를 담가 맛을 보며, 김치의 맛과 특징을 기록함으로써 최적의 레시피를 만들어 낸 것이죠. 그렇게 탄생한 레시피로 전 3개 공장에서 김치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쉽게 무르지 않는 반찬
어린 고추 달린 잎 골라야
절임소금물에 2~3일 삭혀

쉬 무르지 않아 겨울까지 두고 먹을 수 있습니다.

칼칼하게 끓인 찌개와 입맛 도는 고춧잎김치를 함께 곁들이면 풍성한 가을 밥상을 차릴 수 있습니다.

■ 재료 (2㎏ 분량)

주재료: 고춧잎 2㎏(2단)

절임: 천일염 1컵반, 물 15컵

부재료: 쪽파 200g(5분의1단)

양념: 고춧가루 2분의1컵, 찹쌀풀 3큰술, 황태육수 3큰술, 건고추 5개, 다진마늘 4큰술, 다진생강 1작은술, 배즙 2큰술, 꿀 1큰술, 새우가루 1작은술, 죽염 약간

젓갈: 생멸치젓 2큰술, 새우젓 2큰술

■ 만들기

1. 고춧잎 절이기= 고춧잎은 어린 고추가 매달린 것으로 골라 고추를 떼어내고 억센 줄기를 떼어 다듬는다. 고춧잎과 고추를 씻어 분량의 절임 소금물에 2~3일 정도 함께 삭힌다. 삭힌 고추와 고춧잎은 쓴맛이 나지 않게 여러 번 헹군 다음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충분히 뺀다.

2. 부재료 준비하기= 쪽파는 5㎝ 길이로 썰어둔다.

3. 양념만들기= 건고추는 물에 씻어 가위로 4~5조각 내어 고추씨째 황태육수에 30분 정도 불려 믹서에 간다. 생멸치젓은 곱게 다진다. 고춧가루에 찹쌀풀과 간 건고추를 섞어 20분 정도 불린 후, 다진마늘, 다진생강, 배즙과 꿀을 넣고 섞은 다음 젓갈과 새우가루를 넣어 섞는다.

4. 양념버무리기= 고춧잎과 고추를 통에 담고 쪽파와 양념을 넣고 버무린 후 죽염으로 간을 하여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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