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미국/126분/어드벤처
감독 : 리안
출연 :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라프 스팰
개봉일 : 2013.1.3. 목. 전체 관람가
별점:★★★★★★(6/8개 만점)
스테디셀러 소설 영화화
야생동물과의 생존 여정
삶에 대한 '물음표' 던져
영상·스토리 구성 '탄탄'
'인생은 바로 믿음을 선택해가는 과정이다'.
폭풍우를 만나 조난당한 뒤 태평양 망망대해 한 가운데 조그만 조각배 위에 호랑이와 한 인도 소년이 살아남았다. 무인도조차 보이지 않는 막막한 절망의 바다 위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서로를 위협하는 존재와 함께 있다면 과연 무사히 생존할 수 있을까. 영화는 이런 특수한 상황의 전제 아래 삶에 물음표를 던진다.
2002년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한 전세계적 스테디셀러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원제 LIFE OF PI)를 스크린 위에 생생하게 되살렸다. 바다 한가운데, 좁은 구명보트 위에서 호랑이와 함께 227일간을 버텨낸 놀라운 여정은 현실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독특한 소재와 놀라운 상상력을 품은 이 소설의 영화화를 진두지휘한 것은 바로 세계적인 거장 리안 감독. 그는 19세기 영국을 무대로 한 '센스 앤 센서빌리티',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와호장룡', 아카데미 감독상의 '브로크백 마운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색, 계'까지, 국경과 시대는 물론 문화와 젠더까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통해 경계를 아우르는 섬세한 이야기로 전세계의 사랑을 받아왔다.
매번 새로운 도전으로 화제를 모은 리안 감독의 첫 3D 영화는 바다 한 가운데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모험을 신비로운 영상미로 살려낸다. 특히 표정과 털끝 하나까지 정밀하게 표현된 호랑이의 컴퓨터 그래픽은 실사를 능가할 정도로 위협적이다. 물론 '아바타' 등 기존 3D영화보다 더 나은 테크놀러지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탄탄한 스토리의 힘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게다가 험난한 역경 극복을 마친 다음 말미에 들려주는 예상치 못했던 또다른 이야기는 영화 전체를 뒤엎는 거대한 반전의 쓰나미다. 생과 사는 스스로의 믿음과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는 감독의 철학이 이 부분에 물씬 묻어난다. 그의 질문이 들리는 듯하다. "당신이 살아남고자 한다면 무엇을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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