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최병덕 사법연수원장이 말하는 사법시험 폐지 앞둔 연수원의 미래

'로스쿨 세대교체'… 법관 교육으로 중심추 옮기다

김혜민 기자

발행일 2012-12-19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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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덕(57·사법연수원 10기) 사법연수원장은 "연수원은 새내기 법조인을 배출하는 기관인만큼 연수생 교육이 한치의 소홀함도 없이 잘 이루어져야 하며,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지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연수생들에게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매년 수천명의 연수생을 배출하며 이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사법연수원이 빼어난 전경을 자랑하는 고양시 호수공원 인근에 터를 잡은 지 올해로 꼭 10년째가 됐다. 그동안 수천명의 연수생들은 이곳에서 법조인으로서 소양을 쌓으며 동기들과의 경쟁과 화합 속에 치열한 '2년'을 경험하며 연수원을 거쳐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연수원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법시험 폐지가 예정되고 로스쿨에서도 속속 졸업자들이 배출되는 데다, 오는 2020년 사법연수생의 교육이 종료되면서 사법연수원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는 것. 한편으로는 최근 잇따라 불거진 법조인들의 비리와 부도덕성으로 연수원에 윤리 교육의 중요성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

이처럼 사법연수원의 또 다른 발전 방향을 연구하고, 결정해야 할 중요한 때에 연수원의 수장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최병덕(57·사법연수원 10기) 사법연수원장을 만나 '사법연수원의 변화와 미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김혜민기자·사진=김종택차장

지난 32년 3개월간 법관 생활을 했던 최 원장은 지난 9월 사법연수원장으로 부임해 사법연수생 교육과 법관 재교육이라는 새로운 업무를 맡고부터는 교육자로서 또 다른 긍지와 보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연수생 구직 대책 뭔지
전담교수 지정 상시면담 체계
변호사 대체실무 수습제 실시
공공기관등 취업기관 다변화


앞으로의 방향은?
재판연구원등 새로운 대상 확대
로스쿨 출강·법 실무 지원 병행
법조계 윤리교육 프로그램 확충


최 원장은 "수십년동안 직접 재판을 하거나 법원장으로서 재판이 잘 진행되도록 돕는 법관 생활만 해오다 이번에 처음 연수생과 법관 교육이라는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면서 많이 낯설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교육기관인 사법연수원의 원장으로서 교육 목표에 부합하는 최고의 교육 프로그램을 확보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사법연수원은 연수생들로 하여금 법조인으로서의 전문지식과 실무능력뿐만 아니라 윤리의식과 인성,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재교육을 받는 법관들에게는 올바른 법관상을 정립하고 국민과 소통하며, 재판에 필요한 구체적인 분야의 지식들도 갖출 수 있도록 최적의 교육 과정을 마련하고 있다.

변화의 물결에 순응하지 않으면 결국은 물결에 휘말려 떠내려가고 말지만,
순응하고 적응할 방법을 찾는다면 기존의 환경에 아직 젖어들지 않은
연수원생들이 새로운 물길을 내는 선구자가 될 수도 있다


   

최 원장은 "연수원이 아직 상당수의 새내기 법조인을 배출하는 기관인 만큼 연수생 교육이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잘 이뤄져야 하며,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사법시험 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도 40년 넘은 국내 유일한 최고의 법 실무 교육기관으로서 실무 교육 노하우를 전수하고 자료를 보존해 새로 맡게 된 기능들이 잘 정착되는 일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연수생들의 취업난과 연수생 교육 종료라는 두 가지 고민을 함께 안고 있는 연수원의 현실에 대해서도 최 원장을 비롯한 연수원 관계자들은 다양한 노력과 연구를 통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올해부터 수천명의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되면서 연수생들이 겪고 있는 극심한 취업난에 대처하기 위해 연수원은 현재 진로정보센터 홈페이지와 취업박람회를 통해 채용자와 연수생 간에 구인, 구직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또 취업지원 전담교수를 지정해 상시 면담 체계를 갖추고 채용기관과 연수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는 등 양쪽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을 발빠르게 파악해 제공하기도 한다.

실무수습 부분에서는 변호사 사무실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기업체 등 다양한 기관에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변호사 실무수습 기간에 연수생의 희망에 따라 변호사 대체실무수습이나 변호사 실무수습 인턴제를 실시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1월에 수료한 사법연수원 41기의 경우 실질적인 취업대상 인원 대비 취업률이 96.2%로 지난해 수료한 40기(93.5%)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열악해진 환경을 고려할 때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숫자다.

최 원장은 "연수원의 다양한 노력과 함께 로펌이나 법률사무소 등 전통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으로 취업 기관이 다양화됐으며, 연수생들도 처음부터 대우받으며 평생직장을 찾기보다는 일단 경력을 쌓으면서 전문성을 확보한 후 보다 나은 직장을 찾거나 스스로 독립하는 추세로 변화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사법연수생 교육이 종료된 후에도 연수원은 법관 연수를 확대하고 새로운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연구·검토하고 있다.

최 원장은 "연수원은 본래 사법연수생 교육과 법관 연수 교육 등 크게 두 가지 기능으로 나뉜다"며 "사법연수생 교육 종료로 연수원의 기능도 함께 끝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법조일원화가 실시되는 등 법원을 둘러싼 법조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데다,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법률분쟁이 날로 복잡하고 전문화됨에 따라 기존의 법관 연수도 그 규모와 대상이 크게 증가됐다"며 "그 대상이 연간 3천10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2020년 이후에는 법관 교육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수원은 앞으로 재판 연구원, 사법보좌관 및 사법보좌관 후보자 등 새로운 그룹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하는 한편, 로스쿨 법 실무 교육을 지원하기도 한다. 연수원 교수가 로스쿨에 출강해 민·형사 재판 실무 과목를 가르치거나 로스쿨 교수들과 모의기록 교재를 함께 개발하고, 법원 실무수습을 위한 행정 지원 등을 하고 있는 것.

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의 사법부 대표들에게 대한민국 사법제도를 소개하거나 중고등학생들에게 법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40년 이상 쌓아온 실무교육의 노하우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전파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일부 법조계의 비리나 비윤리적인 모습들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연수원은 연수생과 법관들을 대상으로 윤리교육 프로그램도 확충하고 있다.

현재 사법연수생들은 1학기와 2학기에 각 1학점씩 법조 윤리 과목을 수강하면서 존경받고 있는 선배 법조인들의 특강을 듣거나 법관, 검사, 변호사의 윤리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다양한 변호사 징계사례를 검토하는 등 법조인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 윤리에 대해 배우고 있다. 또 근로 봉사 연수와 법률 관련 봉사 연수의 의무적인 이행을 통해 연수생들이 현장에서 직접 봉사활동을 하면서 법조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체득하는 기회도 갖는다.

   

최 원장은 "12월인 지금은 연수원이 평소에 비해 조용한 편인데, 올해 졸업을 앞둔 연수생들이 정규 수업과 시험을 모두 마치고, 외부에서 봉사 활동을 하거나 연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연수생들 외에 법관 연수 프로그램에서도 재판의 본질은 어떤 것인지, 바람직한 법관상이란 무엇이며, 법정에서 어떤 언행으로 재판을 해야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할 것인지에 관해 실제 재판 모습을 촬영해 모니터링하면서 법관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전했다.

이처럼 연수원에 불고 있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최 원장은 평소에도 연수생들에게 '변화를 두려워 하지 말라'고 강조하곤 한다.

그는 연수원생들에게 "현재 여러 가지 변화가 물밀듯이 밀려와 새로운 출발 지점에 서 있는 이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무거운 짐으로 느껴질 수 있다"며 "그러나 변화의 물결에 순응하지 않으면 결국은 물결에 휘말려 떠내려가고 말지만, 순응하고 적응할 방법을 찾는다면 기존의 환경에 아직 젖어들지 않은 연수원생들이 새로운 물길을 내는 선구자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과감하게 도전하는 진취적인 자세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꾸준한 자기 계발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훌륭한 인품과 사명감, 전문지식과 실력을 겸비한다면 훗날 이러한 변화가 연수생들이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법조인이 되는 데 큰 자양분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또 연수원을 바라보는 국민들에 대해서도 "연수원생들도 대한민국 누군가의 자제들"이라며 "국민의 아들, 딸로 따뜻한 눈빛으로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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