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60주년 특별기획]DMZ에 고한다 '이제 거의 다왔노라고…'

정전 60주년 특별기획

최우영 기자

발행일 2013-01-01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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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이 매섭다. 뼛속을 후벼판다. 하지만 이쯤 추위보다 더 오금저리게 하는 건 끝없이 펼쳐진 철책, 메마른 수풀, 아무것 하나 없는 적막이었다.

새들마저 겁을 먹었을까. 소리없는 날갯짓이 바람마저 숨막히게 한다.

장병들의 눈초리가 매섭다. 단 하나의 미동(微動)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냉엄함보다, 그들이 있어 든든함보다, 더 가슴 절절한 건 무엇이 이토록 저 평온한 대지마저 꽁꽁 얼려 놓아야 했는지, 한스러움이다.

이보다 추운 곳이 있을까. 이보다 외로운 곳이 있을까. 이보다 견디기 힘든 간절함이 또 어디 있을까.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한데, 발을 내디디면 닿을 듯한데, 달랑 그어 놓은 선(線)하나가 억겁만큼 멀리멀리 우리들을 갈라 놓았다.

하지만 가슴을 머금은 태양은 바로 이곳에서, 지고 뜨기를 멈추지 않아 왔다. 모든 슬픔과 고통을 조용히 삭이면서, 온갖 기쁨과 희망을 묵묵히 시혜(施惠)하면서….

수백만의 부모, 형제, 자매가 그들의 고결한 생명을 이곳에 묻어 놓았다. 155마일의 휴전선은 지치도록 오랜 세월 60년동안, 침묵으로 그들의 영혼을 달래며 홀로서기를 해왔다.

태양이 그 DMZ에 속삭인다. 그동안 잘 참아 주었다고. 소중한 것을 지키고 간직하려면 더없는 인내와 희생이 따르는 법이라고.

그리고 DMZ에 또 고(告)한다. 이제 머지않았노라고. 이제 거의 다 왔노라고. ┃관련기사 3면

/최우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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