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채마밭 늙은이

공자 말처럼 농사일은 전문가인 농부에 맡겨야
분열과 대립 극복위한 '탕평의 인사정책' 절실
권력 뒤쫓는 철새 대신 유능한 인재 등용이 열쇠

최동호

발행일 2013-01-04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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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동호 시인·고려대 교수
치열한 선거전 끝에 국민의 선택에 의해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되었다. 최근 한국의 모든 관심은 당선자의 인사에 모아져 있다. 당선하는 것도 지난한 일이지만 그 다음 적정한 인물을 발탁하여 국정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더욱 지난한 일이다.

인수위원회나 일부 인선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분도 있다. 일각에서는 특정 인사에 대해 사퇴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난 정부의 실수나 잘못을 다시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갖기도 한다.

당선자는 전문가를 등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인사가 그렇게 진행될 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공자의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공자의 제자 번지가 공자에게 농사일과 채소 기르는 일에 대해 물었다. 공자는 답했다. "나는 농사일에는 늙은 농부만 못하고 채소 기르는 일에는 채마밭 늙은 농부만 못하다." 공자는 제례에 대해서도 일일이 다 물어서 법도를 찾아 처리했다. 공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농사일이나 채마밭을 가꾸는 일이 아니다.

공자는 군자는 군자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한다고 했다. 공자가 농사일에 간섭하거나 이를 아는 체하고 처리했다면 공자가 아니다. 농사일은 농사하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요새 말로 하자면 전문가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비약적인 발전에는 수많은 전문가의 활동이 밑받침이 되었다. 그 동안 한국 사회 곳곳에 훌륭한 전문가가 많이 배출되었고 이 분들이 각 분야를 선도해 오늘의 눈부신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없어서 또는 전문가가 부족해서 눈에 보이는 국가적 계획을 추진하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이며 기술대국이다. 이제는 전문가를 등용하더라도 어떤 사람을 등용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탕평의 정치이다. 극단의 편가르기를 극복하고 대통합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 화합과 탕평의 정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조선조를 망친 것은 사색당쟁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1724년 복잡한 정치적 갈등 속에서 등극한 영조는 노론과 소론의 극심한 대립을 치유하기 위해 탕평책을 시행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아들이자 세자였던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이는 변을 치르게 된다.

이는 당쟁을 주도하는 정치세력들의 대립과 갈등으로 야기된 조선조 최대의 비극적인 사건이다. 정치세력은 예나 지금이나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반대파를 극단으로 몰아가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대화합이나 탕평의 정치란 현실적으로 가장 실현하기 힘든 과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가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과제가 탕평의 정치이며 중도정치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극단의 편가르기에 앞장선 등용이 아니라 정말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중용하는 탕평의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지만 실현하기는 힘든 일이다. 초야에 묻혀 있는 제갈공명을 등용하기 위해 유비현덕이 세 번이나 그 초옥을 방문하여 함께 일할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는 것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음미하고 되새겨 볼만한 고사이다. 유비현덕이 천하를 얻은 것은 유능한 인재의 등용에 있었다.

권력의 이동을 뒤쫓는 철새들의 무리가 아니라 새롭고 창의적인 젊은 인재들이 도처에서 국가의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 국가 발전에 헌신하고 봉사하는 인재의 발굴과 등용이 새 정부의 가장 화급한 과제이다.

농사일은 늙은 농부에게 물어야 한다는 공자의 말은 지나간 옛말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에게 그리고 방금 들어설 정부의 새 지도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금언이다. 5년 후 탕평의 정치에 실패한 불행한 정치 지도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국가발전에 기여한 명예로운 지도자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은 탕평의 인사정책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반면교사로서 지난 정부의 실패를 거울삼아 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기대하는 국민적 여망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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