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화재 그후 5년·1]도처에 널린 화약고

보험금 미해결… 악몽의 흔적 그대로 남은 창고

김민욱·황성규 기자

발행일 2013-01-07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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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명의 고귀한 생명을 삼켜버린 이천 냉동물류 창고 화재 사고가 터진 지 7일로 5년이 됐다.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이 화마를 더욱 키운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창고 건물에서는 이같은 패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개정도 이뤄졌다.

손보사 소송 아직 진행상태
개정 법 적용대상 극히 일부
'가연성 패널' 여전히 사용
현실 반영할 규정 강화 시급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은 여전히 사용되며 화재 위험을 부추기고 있다. 대형 화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현장 실태와 제도적 문제점, 대책 등을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주

6일 오후 이천 냉동물류 창고 화재현장. 2008년 1월 7일 5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창고건물은 보험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아직도 재건축이 이뤄지지 않은 채 타다만 건물 뼈대가 앙상하게 남아 있다.

화재 이후 L손해보험사는 K창고관리업체로부터 보험금이 청구되자 (보험)계약 체결 당시 공사가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소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K창고관리업체에 화재보험금 150억여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 고법으로 돌려보내 아직 최종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다. K창고관리업체 관계자는 "손해보험사와 보험금 지급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아 공사(재건축)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화재현장이 복원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것처럼 관련법 개정도 미미하기 그지없다.

이천 화재 이후 바닥면적 3천㎡ 이상 창고의 경우 난연재로 내부마감을 하도록 2010년 2월 법이 강화됐지만 해당되는 창고는 극히 일부다. 법 개정 이전에 들어선 창고에는 소급적용되지 않는데다 신규 건물도 지나치게 큰 면적에만 적용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 6일 오후 4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천 냉동물류 창고 화재 현장이 사고가 난후 5년이 지났지만 보험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하태황기자

이천시의 경우 2008년부터 지난해말까지 접수된 창고 신축허가 33건 중에 바닥면적이 3천㎡를 넘는 창고는 단 4건 뿐이다. 전국적으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은 그라우스울 등을 심재로 사용한 불연성 샌드위치 패널 보다 가격이 4%가량 저렴(1천㎡ 기준 2천200만원 낮음)해 지금도 건축자재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가연성 샌드위치패널은 스티로폼과 우레탄 등 심재를 감싼 철판이 원통역할을 해 연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철판으로 인해 물을 뿌려도 닿지 않는다. 이 때문에 건물내 설치된 스프링클러 역시 무용지물이다. 더구나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해)가스인 시안화수소(HCN·2차 대전 당시 학살에 사용된 독가스)와 일산화탄소(CO·연탄가스 중독의 주성분)는 심각한 인명피해로 이어진다.

이밖에도 지난달 소방관의 목숨을 앗아간 고양 일산 문구류 화재사고처럼 심재가 타버린 샌드위치 패널은 붕괴로 이어져 제2의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이에 건축법시행령에 명시된 바닥면적을 대폭 줄이거나 불연성 샌드위치 패널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쪽으로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내화건축자재협회 신병진 팀장은 "잇따른 대형화재로 건축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면적 규정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욱·황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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