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600·개항130 인천을 본다
역사가 도시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도시는, 삶이 되었다
경인일보 창간53년 기획 '600년 만에 쓰는 새로운 인천 이야기' 시작
시민들도 몰랐던 오해와 진실·변화 등 '시 정체성' 고민하는 기회 마련
▲ 2013년은 '인천'이라는 이름을 사용한지 600년이 되는 해로 인천항 개항 130주년이기도 하다. 600년이라는 기간 동안 인천은 많이 변했다. 1883년, 외세에 의한 강제적 개항으로 근대도시가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세계로 나가고자 '제2의 개항'을 꿈꾸고 있는 곳이 인천이다. 9일 오전 월미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인천항과 도심 뒤로 계양산과 문학산이 보이고 있다. /임순석기자 |
'우리나라 중서부, 황해에 접하여 있는 광역시. 서울의 외항(外港)으로, 해산물·흑연·금속·기계류를 수출한다. 목재·섬유 등을 수입하며, 기계 공업이 발달하였다. 명승지로 월미도, 작약도, 송도 해수욕장이 유명하다. 면적은 997.12㎢'.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표준국어대사전은 '인천'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서울의 외항'이라니, '인천 사람'으로서 자존심을 구기게 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또 송도 해수욕장이 명승지라고 했는데, 송도 해수욕장은 2011년에 완전히 문을 닫았다.
이 곳은 1950~1970년대 여름나기 풍경을 떠올릴 때 등장하는 추억의 장소다. 인천 면적은 지난해 1월 기준으로 1천32.41㎢에 이르고 있다. 해산물, 흑연, 목재, 섬유는 인천의 수출입 품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용어나 개념 설명과 관련해 우리나라 대표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국립국어원의 '2013년 인천'에 대한 설명이 실제 모습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2013년은 '인천'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지 600년이 되는 해다. 인천항 개항 130주년이기도 하다.
그 이전에도 '인천'이란 공간은 있었지만 지명이 만들어진 후 6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인천'은 많이 변했다. 서울(중앙정부)의 위성도시에서 '광역시'로, 하늘과 바다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문도시'로 성장했다.
1883년, 외세에 의한 강제적 개항으로 근대도시가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세계로 나가고자 '제2의 개항'을 꿈꾸고 있는 곳이 인천이다. 인천국제공항, 인천경제자유구역 등이 '제2의 개항'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 내용처럼 '인천'을 잘못 소개한 곳이 많을 듯하다. 우리가 '인천'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의 인천 일대는 비류 백제의 초기 도읍지로 추정된다. 당시에는 '미추홀'(彌鄒忽)이라고 불렀다. 이후 매소홀(買召忽), 소성(邵城), 경원(慶源), 인주(仁州) 등을 거쳐 인천(仁川)이라는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삼국사기를 보면, 미추홀은 땅이 습하고 물이 짜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기록돼 있다. 이는 온조 집단이 미추홀(비류)을 비하하려고 만든 논리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도 있다. 비류가 미추홀에 도읍지를 정한 것은 소금과 해산물을 얻을 수 있고, 해양 교역이 가능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천이 과거부터 '해양 교역도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인천발전연구원 인천도시인문학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김창수 박사는 인천의 도시적 성격 변화를 시기별로 정리했다.
근대 이전은 '한양의 목구멍', 개항 이후는 '국제적 항구도시', 1920~1935년 '쌀의 도시', 1936~1945년 '무기의 도시', 1970년대 '공단도시', 1990년대 '국제항구도시', 2000년 이후는 '동북아 허브도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항 개항은 인천은 물론 우리나라 발전에 큰 영향을 줬다. 개항으로 인해 근대도시가 형성됐다. 인하대 최원식(국문과) 교수는 "인천이 근대도시의 위대한 실험실이 됐다"고까지 표현한다.
항만시설 등을 확보하기 위해 공유수면 매립이 시작됐고, 서울과 인천을 잇는 철도와 도로가 생겼다. 이를 긍정적으로 보면 인천이 서울과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천의 상권과 유동인구를 서울에 빼앗기는 이른바 '빨대효과' 등의 부작용도 있었다.
인천에 들어선 공업단지들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선도했다. 하지만 지금 공단의 모습은 처량하다. 도시공간 팽창으로 주변에 주거지역이 생겨 그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산업구조를 고도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더 크다. 이런 것들이 인천의 현재 모습이다.
2013년, 창간 53주년을 맞은 경인일보는 연중기획 주제를 '이름 600·개항 130, 인천을 본다'로 정했다. '600년 만에 쓰는 새로운 인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지금의 인천 모습을 총정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인천을 이야기하기 전, 2차례에 걸쳐 인천지명과 도시공간의 변화를 먼저 설명한 뒤 '인천', '인천시민', '인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매주 갖게 될 것이다.
경인일보의 야심찬 특별기획 '이름 600·개항 130, 인천을 본다'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목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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