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통령!

민심과 여론은 선택의 큰 과오를 범할때가 있어
국장 대신 가족장을 원한 프랑스 드골 대통령
멋지고 근사한 대통령을 가질 때 되지 않았나

김성종

발행일 2013-01-11 제17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 김성종 소설가·추리문학관장
우리는 멋지고 근사한 대통령을 가질 수 없을까. 대통령 선거철이 되면 이런 생각이 간절하게 다가오곤 했다.

지금까지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들은 거의가 우리 가련한 백성들에게 상처와 고통을 안겨주고,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다가 끝내 모멸감을 안겨준 채 떠나가곤 했다. 왜 우리한테는 그런 대통령들만 있었을까? 우리한테 복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선택이 잘못되었던 것이었을까.

생각건대 우리는 복도 없었고, 선택도 잘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복은 그렇다치고 선택이 잘못된 데 대해서는 여러가지 원인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첫째가 선택의 어리석음이다. 민심과 여론은 현명하지 못하고 큰 과오를 범할 때가 종종 있다. 독일 국민이 나치의 선동에 현혹되어 열화같이 히틀러의 등장을 환영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군국 일본은 일본 국민들이 선택한 것이다. 그 결과는 태평양 전쟁으로 이어졌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되는 대재앙을 불러왔다.

둘째는 선택의 비루함이다. 권력의 횡포와 그로 인한 공포 분위기에 주눅이 들면 백성들은 비루한 선택을 하게 마련이다. 그 속성을 알고 있는 권력은 백성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어 그들을 분열시키고, 부패시키고, 결국은 판단력을 마비시킨다. 비루한 선택의 결과로 나타난 대표적인 것이 군부 독재였고, 계속해서 이어진 어리석은 선택으로 군부 세력은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셋째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체육관에서 의식이라고는 없는 로봇 인간들을 앉혀놓고 대통령을 뽑았으니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었다. 이승만의 경우 선거운동 기간 중에 두 번씩이나 막강한 상대 후보가 갑자기 급사하는 바람에 단독 출마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고, 결국 백성들은 어쩔 수 없이 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백성들이 어떻게 선택했든 간에 그 결과는 현실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현대사의 불행한 한 페이지로 장식되었다. 그렇다 해도 권력을 움켜쥔 대통령이 정치를 잘했다면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기대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권력욕에 눈이 멀대로 먼 탐욕의 화신에다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의 빈곤, 옳고 그름도 판단할 줄 모르는 무지한 자들이 어떻게 정치를 잘할 수 있었겠는가.

멋지고 훌륭한 대통령은 어떻게 대미를 장식했는지를 보면 확연히 알 수가 있다. 엉터리 대통령은 마지막 장면이 지저분하고 혐오스럽지만 멋진 대통령은 죽음 자체가 예술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프랑스의 샤를르 드골 대통령이다.

2차 대전 중에 항독전선을 이끌었던 그는 전후에 대통령이 되어 프랑스의 영광을 되찾은 위업을 이루어낸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에게 쏟아진 영광만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는 유언하기를 자신의 주검을 국가장으로 치르지 말고 가족장으로 치러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국립묘지에도 묻지 말고 고향 콜롱배에 있는 딸 옆에 뉘여달라고 당부했다.

그의 당부대로 그의 유해는 어릴 때 장애아로 죽은 딸 옆에 안치되었다. 그런데 그의 유언은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그는 정부가 주는 대통령 연금도 받지 말고 그 돈을 불우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현재의 드골 기념관은 그의 사후 형편이 어려워진 부인 이본느 여사가 팔려고 내놓았던 집을 어느 사업가가 인수해서 그를 기리는 기념관으로 만든 것이다.

중국 현대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오늘의 중국 경제를 있게 한 장본인인 등소평 역시 유언에 따라 화장한 다음 그 유해는 가족들과 공산당 간부들에 의해 바다에 뿌려졌다. 주은래 총리 역시 "내 유골은 조국의 강산에 뿌려다오"라고 유언했고 그 말에 따라 그 유골은 톈진과 황허등 산곡등에 살포됐다. 모든 영광을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는 그 마지막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013년, 이제 곧 새 대통령이 등장한다. 정부가 수립된지 65년이나 되었으니 이제 우리도 멋지고 근사한 대통령을 가질 때가 되지 않았는가. 감히 한 번 기대해본다.

김성종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