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덴마크/115분/드라마
감독 : 토마스 빈터베르
출연 : 매즈 미켈슨, 토마스 보 라센, 아니카 베데르코프
개봉일 : 2013.01.24. 목. 15세 관람가
별점 : ★★★★★★★(7/8개 만점)
아이는 거짓말 안한다는 상식 깬 '현대판 마녀사냥'
심리변화 절제된 연기로 '폭력보다 무서운 불신' 경종
'마녀사냥, 시대를 뛰어넘는 인간의 본성인가?'
진실과 거짓의 차이는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믿는 것이 진실일까. 영화에서는 나비의 단순한 날갯짓이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나비효과처럼 작은 거짓말이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파장을 불러온다.
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기존 상식을 깨는 시도를 통해 영화는 묻고 있다. 아이를 탓하기 이전에 아집과 오만으로 마음 속에 편견을 만들어가는 어른들의 강한 자기 보호본능을 세밀하게 파헤쳐간다. 그러나 진짜 무서운 건 한번 자리잡은 편견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엄중한 현실일 것이다.
인터넷이 생활화돼 손바닥 휴대전화까지 넘어온 최첨단 시대. 작은 소문도 몇 시간이면 국민 대다수가 알게 되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맹목적인 폭력은 더욱 아슬아슬하다. SNS에서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가 금세 일파만파 퍼지고 결국 한 사람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는 무서운 결과를 불러왔단 소식은 더이상 우리에게 낯선 일이 아니다.
특히 기존 영화와 달리 '마녀사냥'을 직접적이지 않고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독특한 시선은 또 다른 긴장감을 제공한다. 억울한 처지에 몰린 주인공의 답답함과 분노 등 세심한 심리변화가 절제된 연기로 더욱 진중하게 전해온다. 눈앞의 적극적인 폭력보다 보이지 않는 불신이 더 무섭다는 사실을 목도하게 된다.
또한 추운 겨울 북유럽 숲의 건조한 스산함은 이런 인간 사회의 불편한 치부를 미장센으로 상징한다. 하얀 설원 위를 가로지르며 뛰어노는 사슴을 겨냥하여 울리는 한 방의 총성은 너무나도 본성(?)에 충실한 인간에게 울리는 무언의 경종이다.
영화 말미 주인공 루카스의 아들 마쿠스가 사냥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돼 온 마을 사람들이 성인식에 모여 이런 노래를 부른다. '소년이 어른이 되는날, 어른이 소년이 되는날'. 정작 이날 성인이 된 소년은 어른들로부터 무엇을 보고 배웠을까. 새삼 두려워지는 대목이다.
■ 일장일단(一長一短)
장=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매즈 미켈슨의 눈빛과 아니카 베데르코프의 천진난만함이 압권.
단=누명을 쓰고도 적극 항변하지 않는 인간다운 주인공의 냉철한 대처가 관객이 보기엔 너무 갑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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