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법의 준수는 최소한의 양심이다

   
▲ 이화형 경희대 중앙도서관장
자동차 운전대만 잡으면 누구나 거칠어진다는 말들을 한다. 한 번은 내 앞에서 함부로 운전하는 사람에게 화를 내다가 같이 타고 있던 아이들로부터 지적을 받고는 무척 민망해 한 적도 있다. 교통법규 하나가 그렇게 하찮은 것인가. 자신들을 위해 스스로 정해놓은 법을 지켜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천안함 등 사회이슈 왜곡 많고
온라인 탈법 처벌규정 없어 방치
사회지도층에서 일반국민까지
모두가 '준법 불감증' 빠져있어
우리가 OECD 평균수준 준법 땐
年 1%포인트씩 추가 성장 가능


보는 데서도 안 지키면서 보이지도 않는 양심은 무슨 양심인가 하며 나 혼자 의로운 양 중얼거릴 때도 많다. 너무 바빠서일까. 손해라고 생각해서일까. 우리는 정신없이 살고 요령 피우기 십상이다. 법을 또박또박 지키는 걸 보기 힘들며, 매사에 듣기도 싫은 꼼수를 부리기 일쑤다. 법과 원칙을 피해가며 얻는 속도와 분량에서 만족하는 듯도 하다.



잔재주를 부리고 우쭐대기까지 하는 모습에는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래도 자신이 불리하다 싶으면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호통을 친다. 법이 중요하긴 한 모양이다. 하기야 법 아닌 것이 어디 있으며,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것이 '법치' 아니었는가.

작년에 보았던 '광해, 왕이 된 남자'도 역사 속의 사실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광해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만만치 않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역사는 승자가 쓰다 보니 인조에 의해 쫓겨난 광해가 폭군으로 그려졌으나 그는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도 백성들의 신망을 얻고 있었고 즉위 후 백성 편에서 개혁정치를 펼쳤다.

뇌물이 성행하고 세금 착복도 많아 백성의 원성이 자자하던 당시 왕은 대동법이라는 세제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이 법제로 토지를 가진 농민들은 종전의 공납제에 비해 훨씬 부담이 덜해졌고, 땅이 없는 농민은 세금부담에서 해방되었다. 지주들과 상인들은 극렬하게 반발했고 왕은 그들과 멀어져갔다. 그리고 모화주의자들에게 쫓겨나 광해는 제주도에 갇혀 생을 마쳐야 했다.

다산 정약용은 일찍이 수령을 지내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탐관오리들의 실정을 보았고, 경기도 암행어사로 나가 지방행정의 부패상과 농민의 빈곤상을 왕에게 보고하는 등 직분을 다하였다. 연천지방을 순찰하다가 목격한 농민들의 비참한 생활상과 지방관리들의 횡포는 그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그는 순찰을 마친 뒤 "깨진 항아리 새는 곳은 헝겊으로 때웠으며 / 무너져 내린 선반은 새끼줄로 얽었도다"라고 시를 읊었고, 전 연천현감 김양직과 전 삭녕군수 강명길을 탄핵하여 처벌케 했다. 정조의 총애를 받고 있었던 김양직과 강명길을 과감하게 징계했던 것이다.

인터넷환경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탈법행위들에 대해 법률의 미비로 처벌하지 못하는 현실은 답답하며, 단속에 걸린다 해도 처벌 규정이 약해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며칠 전 고등학생 44%가 10억원이 생긴다면 1년간 감옥에 가도 좋다고 하는 뉴스를 듣고 경악해야 했다. 무엇보다 법을 지키지 않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 한국은 현재 사회지도층부터 일반국민에 이르기까지 준법 불감증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심야 소란으로 수면을 방해하거나,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거나, 거리에서 방뇨하는 등 기본 질서를 지키지 않아 얼마 전 경범죄로 처벌된 숫자가 일본의 수 십 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되는 나로호 발사 실패 과정에서 러시아와 맺은 계약서만 들여다보면 그대로 드러날 내용이 과장되고 왜곡되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천안함 폭파 침몰사건에 대한 최근 감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보고 과정 전반에서 은폐 왜곡 조작 등이 난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지금 준법 하나에 온갖 범법, 불법, 탈법, 편법, 위법이 범벅된 사회 속에 살고 있다.

법을 잘 지키는 것이 정치 선진화, 경제 민주화의 관건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우리 국민이 OECD평균 수준으로 법과 질서를 지킨다면 연평균 1%포인트씩 추가 성장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밝힌 바도 있다. 좀 불편하더라도 법을 지키는 양심을 회복하자. 최소한의 양심도 없이 어떻게 우리가 지켜야 할 이 나라를 살아갈 자격이 있는가. 내 가정의 미래를 위해서도 법을 지키는 일은 중요하다. 법을 지키는 떳떳한 국민이 되고 의젓한 어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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