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
바야흐로 봄철로 접어들고 있으나 불사춘(不似春)이다. 각종 생필품 가격인상 도미노는 설상가상이어서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염려되는 지경이다. 금년도 경기전망도 신통치 못하다. 내수가 갈수록 축소되는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내수비중은 2001년 71.6%에서 2005년에는 60.7%로, 2011년에는 47.9%로 주저앉아 G20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가계와 기업간의 지속적인 소득격차 확대가 결정적 원인이다. 2000년 이후 기업소득의 연평균 실질증가율은 무려 16.4%에 달한 반면에 가계소득 증가율은 2.4%에 불과한 것이다. 가계기업간 소득격차가 OECD회원국들 중 헝가리에 이어 2번째로 높다. 세계적으로 매우 유례가 드문 현상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화에다 기업들의 수익중시경영의 소산이다. 글로벌경영은 새로운 도전이어서 현금을 최대한 끌어모으는 등 안전판을 조기에 확보해야 했다. 오너자본주의에 순응해야하는 것은 또 다른 옵션이었다. 시간도 경제적 약자편이 아니었다. 고임금의 정규직이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빠르게 대체되었으며 대기업들의 무차별적인 대공세에 자영업자들마저 한계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빈곤율은 OECD 평균보다 1.3배나 높으며 빈곤탈출률의 대세하락은 점입가경이다.
가계부채 1천조원 시대 도래는 불가항력이었다. 마른 수건을 짜듯 절약을 해도 가계 빚은 눈덩이처럼 커지기만 했던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금리의 장기하향추세에도 이자총액은 오히려 증가해 민간소비를 더 압박한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원리금부담률(DSR)은 OECD 최고수준이다. 작금 내수대기업들의 영업이익률 둔화도 유의해야할 대목이다. 2008년 금융위기의 후유증 탓이기도 하나 서민들의 지갑두께가 점차 얇아진 것이 더 큰 요인이다. 소탐대실의 부메랑효과가 우려된다.
총수요진작이 현안이어서 '나 홀로'호황을 누려온 수출이 주목된다. 그러나 세계경기 침체로 인한 실적부진으로 성장기여도가 곤두박질하고 있다. 설혹 수출이 획기적으로 제고된다 해도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해외생산 비중을 늘리는 탓에 실익은 별로이다. 설비투자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난망이다. 시설투자 증가율이 1990년대의 7.6%에서 2000년대에는 5.7%로 낮아진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파동 이후에는 크게 낮아져 2008~2012년간에는 3.8%에 불과하다.
국내외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기업들의 엄청난 내부유보금이 국내투자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공공지출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같은 기간 정부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 상징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이는 효과가 극히 제한적일 뿐 아니라 단발적이어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버핏세' 도입 등 증세론도 거론되고 있으나 조세저항은 언감생심이고 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
박근혜정부는 성장과 복지를 선택했다. 대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여전해 전체 거시지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재정건전성을 훼손하더라도 소외계층에 대한 공적 부조를 강화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고용 없는 성장에다 자갈논에 물 붓는 격이어서 성과는 미지수이다. 분배구조 개선 등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통한 서민경제 회생이 전제되지 않는 한 백년하청일 전망이니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낙수효과론이 반면교사이다. 파이를 키우기 위해 당장의 허기를 감내했던 원시인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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