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방부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대외부총장 겸 석좌교수 |
친미주의자·CIA연관자 등
그와 가족에 상처줄 온갖 말
개인적으로 큰 아픔 느껴
비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그들의 인생도 바뀌었으면…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느냐?" 한때 유행하던 유행가 '하숙생'의 한 소절이다. 물론 필자의 십팔번이다. 왠지 이 노래를 할 때는 순간적으로 인생을 떠올리며 때로는 숙연해지고 진지해진다. 인생에 대한 정의는 수많은 철학자의 설파와 논문, 책, 거창한 '톨스토이'의 인생론, 성경에 나오는 인생의 표현 등 참으로 무수히 많다. 그러나 때로는 인생의 표현 중 심오한 것보다, 철학적 종교적인 것보다, 수박 겉핥기식이지만 소위 개똥철학(?)이 더 구수하고 실감나기도 한다. 한 모임에서 잘 아는 친구 하나가 '개똥철학'을 한마디 하겠다 하며 인생은 바로 'C'라고 한다. 간단히 그의 설명을 부연하면 우리의 인생은 B와 D사이에 있는 'C'라고 하며, 인생은 B(birth·출생)로 시작해서 D(Death·죽음)로 끝나는 것이란다. 모든 사람은 B순간부터 D로 한시도 멈추지 않고 돌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주 다행인 것은 B와 D사이에 인생이라는 C가 있다는 것이란다. 여하튼 인생이란 'C'의 의미는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며 매우 단편적이지만 Change, choice, challenge, chance, charity(sharing)로 'C'의 형태가 달라질 수도,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불행할 수도, 행복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정부 조직의 장관 후보 발표자를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그중 어떤 후보는 개인적으로 잘 알기도 하고, 또 그럭저럭 아는 사이인 후보도 있었다. 그중 유난히 전혀 일면식도 없는 미국속의 한국인 김종훈 후보가 있었다. 언론에 발표된 내용을 통해 그의 인생을 조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이지만 괜히 가슴이 아려오고 소위 찡한 느낌이 들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기회의 나라라고 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치열하고 냉정하고 공과 사가 확실한 미국이란 나라에서, 우리나라와는 무지하게 다른 다인종 사회에서 찢어질듯이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로서 인간의 한계를 넘은, 어찌보면 목숨을 건 과정과정마다의 인생의 처절한 경쟁과 현실을 극복하고 오늘을 존재케 한 인간 김종훈 사장! 그간의 역경과 표현할 수 없는 벅찬 인생과의 싸움에서 이긴 자가 된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필자 자신도 길지도 짧지도 않은 미국 유학생활을 통해 특히 1970년대의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몸소 경험해 봤기에 더욱 인간 김종훈에 진심으로 찬사를 보내고 싶다.
물론 미국교포사회에 김종훈 사장만 '인간승리'한 케이스는 아니다. 꽤 많은 한국 출신의 미국인이 각각의 분야에서 칼바람보다 세찬 역경을 이겨내고 미국의 주류 사회에 우뚝 서기도 했다. 변소 청소를 하며, 세탁소를 하며, 하루종일 슈퍼마켓에서 물품에 '펀치'로 구멍을 뚫으며, 짐을 나르며, 택시운전을 하며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 애쓴 교포1세대 부모들의 '헌신'이라는 말로 결코 다 표현할 수 없는 희생도…. 그러나 김종훈은 이런 부모의 희생도, 도움도 없이 어린 사춘기 소년때 부터 홀로서기로 그의 오늘을 이루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는 위대하다고 생각된다. 가끔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착각하는 때가 있다. 마치 미국에 이민가서 사는 교포들이 한국을 폄훼하고, 더 나아가 멸시도 하고, 애국심이 없는 집단으로 치부할 때다. 필자가 경험한 미국의 교포들은 대부분 한국에 있는 우리들보다 더 한국적이고, 더 고국의 어려움을 안타까워 하고, 그리고 만약 애국심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면 그 양이 훨씬 많기도 하다.
김종훈 사장이 후보자로 발표되니 친미주의자, 미국 CIA연관자, 국적을 바꾸지 않는 자, 한국에 빌딩을 사서 나쁜 업종을 하는 사람에게 임대했느니 하는, 그와 가족에게 상처를 줄 온갖 낱말들…. 이러한 일말의 사태(사건·일)를 보며, 개인적으로 큰 아픔을 느낀다. 본인은 오죽했으랴? 그런데도 몇몇 매스컴과 소위 종북좌파라 일컬어지는 사람들, 진보진영의 시민단체 사람들, 계속 그의 희생과 헌신을 폄훼하는 것을 보며 정말 이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인생이라는 얘기를 하다가, B와 D가 어쩌고 C가 어쩌고 하다가 이번 장관 후보에서 사퇴한, 필자와는 일면식도 없는 김종훈 후보자 얘기를 썼다. 다만 미국에서의 성공과 특히 주류(majority)사회에서의 그의 업적과 성공이 일말의 공감이 되기에… 그 인생 자체만으로도 그까짓 장관보다 더 큰 영향과 모범을 보인 인생이며 또 특히 후세의 한국인에게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줄 수 있기에 그를 찬양하고 싶다. 인생은 'C'라고 한다.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 언론, 또 비판만 좋아하는 사람들, 그들의 인생 C를 change(바뀜)했으면 한다.
/윤방부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대외부총장 겸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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