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핑계없는 무덤 없다더니…

신선미

발행일 2013-03-14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 신선미 (사회부기자)
'핑계없는 무덤 없다'.

요즘 취재를 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르는 속담이다. 1천250만 경기도민의 숙원사업인 '경기고등법원' 설치는 어느 한 단체가 나선다고 될 가벼운 일이 아니다. 법개정안도 통과돼야하고 예산이 확보돼야 하며, 고법이 들어설 부지도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대법원, 경기도 등 모든 유관기관이 협력해야 한다.

17~18대 국회때 여러 의원들에 의해 경기고법 설치를 위한 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법안이 폐기됐고, 이번 19대 국회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현재 가장 큰 걸림돌이 뭔지 묻기 위해 법사위 소속 의원들과 연락을 취해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었다. 한 의원의 보좌관은 "경기도에 고등법원 설치요? 처음 듣는 얘긴데…"라며 오히려 되물었다. 물론 경기도에 고등법원을 설치하느냐 않느냐가 의원 개인에게는 중요치 않은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법사위에 속한 의원을 모시는 보좌관이라면 최소한 법사위에 계류중인 법안이 어떤 것이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나마 공부가 좀 된(?) 모 의원은 예산 핑계부터 댔다. 고법 설치를 위한 부지며 공사비며 예산이 일단 마련돼야 그 다음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고법이 많이 설치되면 상급 법원인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되고, 법리 해석의 통일성도 깨질 수 있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법안이 통과되면야 굳이 경기고법 설치를 반대할 이유가 있겠냐는 속내를 내비쳤다. 슬그머니 국회로 화살을 돌리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수원 광교지구에 있는 수원지법 신청사 부지에는 경기고법을 함께 설치할 수 없다는 이상한 고집을 피우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경기도와 수원시에서 나서서 용적률과 건폐율을 충분히 상향시켜 신청사에 증축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데도 그런 행정적인 문제에 대법원이 나설 순 없다며 또 한발짝 물러섰다.

일각에서는 대법관들의 노후설계 때문에 경기고법 설치가 미뤄진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대법관들이 은퇴하면 몸담았던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차릴 것이고, 경기고법이 설치돼 경기도로 많은 사건이 이관되면 자신들의 일감이 줄어들텐데 누가 반기겠냐는 뜻이다. 현재 상황이 이런데 도내 몇몇 단체들과 도민들이 100만인 서명을 한들 국회와 대법원이 적극 관심을 가져줄까 의심스럽다.

/신선미 (사회부기자)

신선미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