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송도캠퍼스와 함께 '제3의 창학' 준비하는 정갑영 연세대 총장

섬김의 리더십으로 '아시아의 세계대학' 만들겠다

경인일보

발행일 2013-03-27 제8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제3의 창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갑영 연세대 총장이 몇 년 안에 연세대가 인천의 자랑이 될 수 있게 할 거라고 밝히고 있다.
선교사가 세운 대학… 교육과 의료 선교가 목적
국제도시가 되려면 규제가 적어야
송도를 유엔국제도시, 아시아의 제네바로…
몇 년 안에 연세대가 인천의 자랑이 되도록 할 것

延仁 프로젝트와 RC프로그램은?

멘토링 통해 봉사체험 기회제공
신입생들 일정기간 송도서 교육
융합프로그램 확대도 병행 추진

정총장이 말하는 자율과 책임은?

국제학교처럼 학비규제 없애고
소외계층 선발·장학금 제도 등
사회적 책임으로 문제 해결해야


연세대는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제3의 창학'을 준비하고 있다. 말뿐인 구호가 아니었다. 당장 2013학년도부터 연세대 신입생은 한 학기씩 송도 국제캠퍼스 기숙사에 거주하며 RC(레지덴셜 칼리지) 프로그램에 따라 교육받는다.

내년부터는 약 4천명의 신입생 전원이 입학 후 1년간 송도 국제캠퍼스 RC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서울에 소재한 대학이, 그 중에서도 소위 '명문대'로 분류되는 학교가, 서울 바깥의 '제2캠퍼스'를 기반으로 한 대학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행 계획을 마련해 추진한 사례는 없었다. 그 중심에 정갑영 총장이 서 있다. 그를 25일 오후 송도국제캠퍼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이날 인터뷰에 앞서 정 총장은 인천시 남동구 만수초등학교에서 인천시·인천시의회와 공동으로 '연인(延仁) 프로젝트 출범식'을 개최했다.

연세대와 인천의 앞글자를 따 붙인 이름인 '연인 프로젝트'는 연세대 학생들이 매주 한 번씩 인천 초·중·고교생(43개 학교 2천25명)을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공부하고, 공연을 보고, 체육활동을 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정 총장은 연인 프로젝트가 대학 위주의 일방적, 시혜적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저희 대학은 선교사들이 세웠습니다. 교육과 의료 선교가 목적입니다. 학생들에게 기독교적인 섬김의 리더십을 가르치는 게 중요한 목표입니다. 강의실에서도 가르칠 수 있지만, 학생 개개인이 현장에서 체험하면서 남을 섬길 수 있고, 봉사할 수 있고,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학교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연세대 신촌캠퍼스는 서대문구 지역 어려운 학생들과 함께 하는 '드림스타트'를 진행하고, 원주캠퍼스는 강원도 탄광 지역 아이들을 위해 방학 기간을 이용해 '머레이 캠프'를 열고 있습니다."

정 총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3의 창학'을 얘기한다. 최초의 근대 의료기관인 제중원(1885년), 최초의 고등교육기관인 연희전문(1905년)이 설립됐을 때가 제1의 창학, 1957년 연희전문과 세브란스가 연세대로 통합된 이후를 제2의 창학으로 본다면, 송도 국제캠퍼스 개교와 함께 제3의 창학을 열겠다는 것이다.

"128년 전과 비교할 때 지역적 환경과 대학교육 환경이 변했습니다. 이제 세계 대학과 경쟁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슬로건으로 내건 게 '아시아의 세계 대학'입니다. 이게 제3의 창학의 중요 목표입니다. 과거에는 수동적으로 국내에만 안주해도 됐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저희 언더우드 국제대학을 보면 외국 학생이 30%를 차지합니다. 60개국에서 학생들이 와 있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을 송도 국제캠퍼스에 더 만들자는 겁니다. 그래서 글로벌 명문대학과 당당히 견줄 수 있게 하는 게 제3의 창학의 핵심적 내용입니다."

제3의 창학을 이끄는 핵심으로 정 총장이 내세운 건 송도 국제캠퍼스 RC 프로그램이다. RC 프로그램은 오래 전부터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명문 대학이 운영하고 있는 교육 모델이다. 정 총장이 송도에서 RC와 함께 구상하는 건 융합 프로그램 확대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과 옥스포드, 캠브리지 등 선진국 주요 대학이 도입한 RC를 송도에서 기본적으로 합니다. 내년부터는 요즘 추세에 맞춰 여러 학문이 융합되는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입니다. 신촌에서 한 200명 학생이 송도로 완전히 이전합니다.

그동안 우리 대학이 기존 학과간 벽이 많고, 서로 교류가 적고 그랬잖아요. 융합 프로그램 학부 개설은 연세대가 새로운 변화에 맞춰 글로벌 경쟁력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정 총장은 인터뷰 내내 대학의 '자율'과 '책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우선 그는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한국뉴욕주립대 또는 채드윅 국제학교만큼의 자율성만 줘도 연세대가 10년 내 글로벌 톱 50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자율은 예산의 자율성을 뜻하는 말이었다.

   

정 총장에 따르면 정부가 학생 1명에 쓰는 연간 예산이 초등학교 600만원, 고등학교 1천만원이다. 사립 유치원 중에는 등록금이 1천만원을 넘는 곳도 있다. 그는 "연세대는 학부 교육만 보면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수를 초빙하려 해도 1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채드윅 등록금은 우리보다 4~5배 많습니다. 한국뉴욕주립대는 우리보다 2~3배 높지요. 국적이 한국대학이라는 이유로 규제가 많아요. 이것을 풀어달라는 겁니다.

사립대 등록금을 올리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어떻게 하냐고 하죠. 그 대신 연세대가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엊그제 하버드대 총장이 한국에 왔는데, 자기네는 연수입 6만달러 이하 학생들 책임진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대학은 작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학생들에게 4년 동안 장학금을 줍니다. 정말 좋은 학생 자유롭게 데려오고, 학교 교육 수준에 맞춰 등록금을 많이 받는 학생도 있어야 합니다. 자율과 책임 두 개가 함께 나가야 한다는 거죠."

연세대는 내년도 입시부터 기초생활수급대상자 40명을 성적을 고려하지 않고 뽑을 계획이다. 연세대는 과거 기초생활수급대상자 100명 정원을 두고 학생을 선발한 적이 있었는데 '쿼터'를 100% 채우지 못했다고 한다.
"그만큼 대학 입시 장벽이 저소득층에 높다는 겁니다. 이게 참 불편한 진실입니다.

한국 사정이고요. 이 계층의 아이들에게 명문대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거기서 돈 걱정하지 않고 다닐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계층간 사다리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40명은 성적뿐 아니라 여러 가지 재능을 봐서 뽑도록 할 겁니다.

학력이 낮은 애들이 입학하면 별도 교육하는 역할을 해 줄 것입니다. 저는 지방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제 가정환경이나 사회적 배경때문에 이것을 추진하는 게 아닙니다. 명문대학으로서 사명입니다. 오바마, 클린턴 가정환경 보세요. 미국 교육제도가 그 사람들 아이비리그로 가게 만들었습니다.

미국에는 윌리엄스칼리지라고, 교육 수준이 높아 입학 경쟁률이 꽤 치열한 학교가 있는데, 그곳 총장을 만났을 때 감동받았습니다. 그 대학에서는 집안에서 3대에 걸쳐 대학을 한 명도 못 보낸 학생을 찾아 입학시킵니다. 우리 사회가 그것을 열어줘야 합니다."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에는 유엔 지속가능개발센터(UNOSD)가 입주해 있다. 정 총장은 지난 12~17일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

유엔 사무국이 지원하고 예일대, 프린스턴대, 컬럼비아대, 뉴욕대, 펜실베이니아대 등 5개 대학이 주관하는 대학 총장 회의인 '글로벌 콜로키엄 2013'에 초청을 받아 방미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바바툰데 오소티메힌 유엔 인구기금(UNFPA) 총재 등을 만나 송도 국제캠퍼스와 유엔의 협력관계 구축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가 본 유엔도시 인천의 가능성과 조건은 무엇일까.

"인천경제특구가 지금보다 훨씬 규제가 적은 도시로 가면 좋겠어요. 우리가 왜 스위스처럼 못 만듭니까. 그 나라 도시들 IOC(올림픽위원회), WTO(세계무역기구)로 먹고 살아요. 호텔도 엄청 비쌉니다. 유엔분들 만나 보면 스위스나 뉴욕이나 그런 지역 다 집값이 비싸다고 합니다.

우리도 송도국제도시에 지금 (유엔기구) 올 수 있는 데 굉장히 많아요. 국제도시가 되려면 여러 가지 여건이 있어야 하는데, 규제가 적어야 합니다. 교육과 의료 부문에서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내국인 위화감을 주는 게 걱정이라면, 경제특구에서만이라도 차별적으로 해야 합니다. 연세대가 외국인 교수 유치할 때 그분들이 보는 건 의료, 그 다음이 교육입니다.

송도에 그것만 만들면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송도 GCF 사무국, 장기적으로 국가 안보에도 기여합니다. 송도를 유엔 국제도시, 아시아의 제네바로 만들어야 합니다."

정 총장은 "불과 몇 년 안에 연세대가 인천의 자랑이 될 수 있게 할 거다. 이 말은 꼭 써달라"고 했다.

"작년에 가끔 인천에 와보면 연세대와 인천이 약간의 묘한 갈등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인천에 와서 그랬습니다. 연세대와 인천은 서로 갈등 관계가 절대 아니라고. 같이 협력해서 국제도시 만들자고 했습니다. 앞으로 인천은 연세대 하나 때문에 서로 주고받는 게 엄청나게 많아질 겁니다."

   

대담=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정리=김명래기자·사진=임순석차장

경인일보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