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라면끓여 판 가게노인을 범죄자로 ?

윤수경

발행일 2013-03-28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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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수경 / 사회부기자
현 정부가 '불량식품'을 4대악으로 선정한 이후 각 지자체별로 부정·불량식품 신고가 빗발치고 있다. 포상금액은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사례를 정확하게 신고할 경우 적게는 1만원 많으면 1천만원까지 지급하게 돼 있다.

그런데 포상금을 타내기 위한 식파라치들이 무분별하게 관공서에 신고를 하면서 정작 처벌이 필요한 부정·불량식품 제조자 보다는 법에 어두운 영세한 시민들이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실제로 20년 넘게 평택 팽성읍의 한 구멍가게를 운영한 75세의 노인은 최근 가게 한 편에서 라면을 끓여 팔았다는 이유로 식파라치에 의해 신고를 당했다. 하루에 한 두 건 이웃 주민에게 라면을 끓여주던 게 전부였던 이 노인은 신고를 받고 찾아온 시청 공무원을 통해 자신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알고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가게에서 라면을 끓여 판 행위가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또 30대 한 여성은 인터넷상에 어머니로부터 받은 고춧가루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역시 허가 없이 가공식품을 판매하려 했다는 이유로 식파라치로부터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

부정·불량식품 신고가 접수되면 시·군에서는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관련 법률 위반 행위가 확인되면 관할 경찰서에 고발하게 돼 있다. 이후 일선 경찰서에서는 대부분 사건의 경중에 상관없이 식품위생법 위반자를 형사입건시키고 검찰에 송치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형사입건으로 벌금 이상의 형이라도 받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범죄 경력이 남게 된다.

다행히 구멍가게에서 라면을 판 노인의 경우, 평택경찰서장의 즉결심판 청구로 판사로부터 벌금 5만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아 벌금까지는 내지 않게 됐다. 평택서처럼 다른 경찰서에서도 즉결심판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본의 아니게 현행법을 어긴 시민들을 전과자로 만드는 일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가 불량식품을 4대악으로 선정한 것은 식품에 인위적으로 유독·유해 물질을 넣거나 승인되지 않은 첨가물을 사용한 식품 등 먹거리로 장난 치는 짓을 뿌리 뽑기 위함이지, 법에 어두운 서민들을 골탕먹이기 위함은 물론 아닐 것이다. 앞으로 부정·불량식품 단속에 대한 좀 더 명확한 기준이 세워져 실제로 우리 건강을 해치는 식품을 제조·판매하는 사람들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

/윤수경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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