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고용 없는 성장, 방법은 없는가

   
▲ 박연수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교수
GDP대비 고용창출력 비중 큰
금융등 생산자서비스 부문과
복지등 사회서비스업 발전시켜

일자리 획기적으로 늘리고
정부는 관련 규제완화와
필요규범 정립위해 적극 나서야


교정 한 편에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내밀었다. 무채색의 겨울 풍경을 일거에 바꾸어 놓았다. 봄이 시작되었다. 학창시절은 인생의 봄이다. 그러나 젊은 학생들에게서 봄이 발산하는 생기발랄함은 찾기 힘들다. 학생들에게 물어 보았다. 취직이 안 되어 걱정이 많은가 하고. 아니란다. 무엇이 걱정인가. 그들은 벌써부터 지킬 것이 많다. 그들이 누리는 물질적 풍요와 문명의 편리함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데 그것을 누리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이제 갓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큰 부담인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벌써부터 경쟁에 지쳐있다.



그런데 부모의 그늘을 떠나서 본격적으로 시작될 기나긴 경쟁의 본선이 남아 있다. 두려운 것이다. 불안의 그늘이 깊어서 설레는 희망의 싹이 클 자리가 없다. 70년대, 잃을 것도 없고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있던 그 시절과는 다른 것이다. 그들의 고민은 취직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갈만한 직장을 찾기가 어려운 데 있는 것이다. 좋은 급여와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역설적이게도 잘나가는 기업의 자리는 늘어나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그런 기업은 고용 없는 성장의 단계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생산성은 커지고 고용은 줄어들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의 생산에 대한 직접 기여는 거의 없어질 수도 있다. 일은 로봇에게 시키고 인간은 누리는 세상에 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에 앞서 커지는 생산성의 독점을 막을 수 있는 지혜를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가 될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은 자의든 아니든 커지는 생산성의 소수독점으로 귀결되게 된다. 커지는 생산성이 독점되게 되면 될수록 경쟁은 심해지고 불만은 커지며 세상은 각박해진다. 일자리는 희망의 근원이다. 희망의 싹이 자라지 못하는 불모의 사회, 불안의 그늘이 깊게 드리워진 사회는 가진 자 못가진 자 어느 쪽에도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

고용 없는 성장, 방법은 없는가.

많은 연구와 대안이 모색되고 있다. GDP 대비 고용창출력이 큰 법률, 회계, 금융 등 생산자서비스 부문과 의료, 복지, 실버산업 등의 사회서비스업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하여 서비스업을 진흥시켜야 한다고 제시한다. 이를 위하여 규제 완화와 필요 규범의 정립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기도 한다. 심지어 고부가가치 수공업의 부활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서비스업 분야의 일자리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그 서비스를 사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럴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선순환의 엔진은 꺼지고 말 것이다.

결국은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성장의 과실이 급여를 통하여 골고루 배분되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생겨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그 새로운 메커니즘은 벼랑 끝에서 발견되는 공존공생의 깨달음 위에서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성장의 사회환원' 과정에서 만드는 아름다운 일자리로서 인간을 위한 기술혁명을 완성시키려는 인간혁명을 통하여 구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흉년기에 땅을 사들이지 마라, 재산은 만석 이상 지니지 말라는 '아름다운 부자' 경주 최부자의 유훈에서, 그리고 카네기의 '부자인 채로 죽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바보'라는 교훈에서 이미 제시된 바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치열한 경쟁환경과 기술의 선량한 발전과정에서 생겨난 부작용이다. 그러나 무엇을 위하여 성장을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에 답을 만들지 못한다면 자본주의는 진정한 위기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박연수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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