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평론가
수평적 리더십에 대한 이해와
거버넌스에 대한 천착,
사회와의 소통이 전제됐다면
'17초 대독 사과'는 없었을것
새정부는 '주권은 국민에게,
국민이 주인'이란것 명심해야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40일 남짓, 너무 어수선하다. 한국 대통령제의 구조적 병폐라고 할 수 있는 임기말 측근비리가 없는데도 임기초인지, 임기말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단순히 새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낮다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지지도는 오를 수 있다. 임기초의 과도한 지지율 상승이, 지지율의 급전직하로 이어지면서 레임덕을 경험한 적이 있기에, 정권 출범 초기의 낮은 지지율이 오히려 국정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역설을 설파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역설적 형식 논리는 안일해 보인다. 아직도 박근혜 정부의 일부 부처 장관은 인사청문회 이후 임명 여부가 불투명하다. 한미와 북한과의 긴장 국면은 적절히 관리되고 있는 건지, 심각한 위기 국면인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집권세력 내부의 권력게임이나 야당의 계파 갈등의 정도가 설령 높더라도, 한국 정치의 역량 부족으로 치부할 수 있다. 유례없이 강도 높은 부동산 활성화 대책과 추경을 둘러싼 여야의 논점의 차이는 조율하면 된다. 문제는 한국 정치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주요 정치행위자 중 여전히 가장 강력한 힘을 행사하고 있는 청와대 권력의 인식이다. 청와대 대변인의 '17초 대독 사과'는 아직도 청와대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가장 바람직한 것이었으나, 만에 하나 임기초의 정치적 부담때문이라고 백번 양보한다 해도 청와대의 인사실패와 소통 부재에 대해 보인 청와대의 '17초 대독 사과'는 민심의 소재에 대한 몰이해와 인식 부재를 단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굳이 진정성을 거론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국민에 대한 예의 부족 등의 평가는 또 얼마나 부질없는가. 대독을 시킨 허태열 비서실장이나 이를 대독한 김행 대변인 모두 국정 최고지도자를 보좌할 참모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인사들이다. 지시를 받아도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을 수 있어야 대변인이다.



국내외적으로 위기가 중첩되어 다가올 때가 있다. 정치가 문제해결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해도, 시민사회의 능력이 버팀목이 될 수도 있다. 민주주의를 압축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민이 주인'이라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제1조 2항은 실질적인 권력 현상 구현의 추동세력인 집권세력의 인식 여하에 따라 형해화, 사문화될 수 있고, 상당 부분 생활정치에서 구현될 수도 있다. 집권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여당과 청와대 수석들을 비롯한 참모들의 역할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권을 창출한 구체적 정치 주체는 정당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후보자 요인도 중요했겠지만, 정당의 공천도 유권자 선택에 결정적 요인이 된 것이다. 그래서 정당정치의 설 땅이 좁아져도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당의 역할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그러나 정권을 재창출한 새누리당의 왜소한 모습과 상대적으로 강해 보이는 청와대 권력은 지극히 비대칭적이다.

당·정·청 워크숍에서 인사실패에 대한 여러 비판이 나왔으나, 당청관계가 건강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여당과 청와대, 정부는 각각이 집권세력의 한 축이다. 상호 긴장과 협력 관계가 적절히 조화되어야 한다. 물론 견제와 비판은 기본이다. 대통령제의 원리인 삼권간의 견제와 균형 이전에 관철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현재의 집권세력의 내부는 청와대의 우위가 압도적이다. 지나친 권력의 편중은 생산적 긴장관계를 형성할 수 없으며, 위기해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현재는 분명 위기국면이다. 안보위기는 물론이고, 경제불안, 사회적 원심력의 증가, 기대와 좌절의 교차, 이를 해결할 정치의 왜소 등 중첩된 층위가 교차하고 있는 상황이다.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수사와 정치공학적 언술이었는지 통합과 대탕평을 입에 올리는 것은 어딘지 쑥스럽다.

아직 임기초다. 어수선하지만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한국사회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문제해결 능력이 작동하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수평적 리더십에 대한 이해, 거버넌스에 대한 천착, 이를 바탕으로 한 사회와의 소통이다. 그랬다면 '17초 대독 사과'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행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한번 헌법 제1조 제2항을 곱씹어봐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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