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크고 사나운 늑대를 무서워하나?

'北 위협이벤트' 한국과 서양측 반응 너무 달라
끊임없는 북한 도발 대처… 학습효과 일수도
새정부, 교착상태 풀어야할 방법 숙제로 남아

안톤 숄츠

발행일 2013-04-19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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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톤 숄츠 코리아컨설트 대표
세계 곳곳에 있는 나의 가족들과 친구들로부터 요근래 부쩍 안부를 묻는 메일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김정은의 섬뜩한 협박에 대한 충격적인 머리말과 기사로 가득한 독일 온라인 뉴스를 읽는 것으로 매일 하루를 시작해왔다. 그러나 한국의 뉴스는 북측의 향후 동향보다는 태평스럽게도 K팝과 스포츠에 관해 좀 더 중요하게 다루는 듯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 나라는 북한의 가능할지도 모를 잠재적 핵공격과 전쟁 도발의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나는 여전히 1994년 7월 8일 김일성이 사망했을 당시의 소요를 기억하고 있다. 김일성의 사망일 하루 전 한국에 막 도착했던 나는 사연을 제대로 모른 채 당시의 야단법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추후 어쨌든 지금보다 더 걱정스럽긴 했던 것 같다. 지난 20년에 걸쳐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어 왔던 북측의 위협으로 인한 모든 분쟁과 소규모의 충돌은 나의 공포심을 점차 잃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위험한 지역에 가장 가깝게 살고 있으면서도 그 공포는 적게 느끼는 것 같은 우리네 삶은 그래서 더욱 신기한 모습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특히 근래, 한국에서보다 북한에 대한 톱기사가 더욱 많았다. 한국의 승려들과의 인터뷰와 통일에 대한 그들의 생각, 그리고 거대한 로켓을 올라타고 있는 김정은의 이미지가 커버로 실린 독일 유력 시사 주간지인 '스피겔'지(주당 백만부 이상이나 발행)까지 어디고 빠지는 곳이 없었다. 어떻게 이 계속되는 북측의 위협 이벤트에 대해 한국과 서양측의 지각이 이렇게도 다를 수 있단 말인가?

어쩌면 그 오랜 시간 동안 우린 학습하듯이 실제로 어떻게 북한이 움직이는지에 대해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공포속에서 공포심과 함께 살아가는 것과는 확실한 거리를 두고 살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에게 완전히 비이성적이며 거의 자폭하는 듯해 보이는 북한의 도발 상황은 한국인들에게는 아마도 그동안 끊임없이 있어왔던 북한의 위협과 공격 중 그저 지나가는 또 하나의 골칫거리로 보이는 것일까? 심각하게 따지고 보면 북한의 대공격으로부터 누가 가장 이익을 얻는가? 누구도 아니다. 결국엔 북한조차 국가로 남지 않게 될 것이다.

어쨌든 내 소견으로는 이 한반도의 위기가 유로 위기와 그 밖에 모든 문제들을 안고 있는 서구 사람들에게 당장 그들보다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는 사람들을 봄으로써 조금의 위안을 얻지는 않나 싶다. 이러한 내 추측이 서구 미디어들이 왜 이렇게 대대적으로 이 일을 선전하고 있는지, 그들이 우리가 실제로 들여다봐야 할 질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우울한 시나리오를 그리는데 그토록 관심을 두는지에 대한 하나의 설명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실로 질문은 전쟁이냐 전쟁이 아니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 교착상태를 궁극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가다. 이러한 일이 영원히 되풀이되어 김정은의 아들이나 딸이 20년이고 30년이고 계속해서 그 뒤를 잇게 할 것인가 아니면 과거 독일에서처럼 어떤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다. 한국의 이 같은 숙제는 아마도 전쟁에 의해서나 외교에 의해서만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그 문제를 풀어내는 길과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 이명박 정부 때보다 북한에 대응하는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는 곧 보게 될 것이다.

크고 나쁜 늑대를 죽이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을 초래하게 될 수도 있다면 그 누구도 그건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늑대를 길들인다는 것은 가능하긴 한 걸까? 여성적인 손길로 그 같은 기적이 이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모두가 함께 지켜보게 될 것이다.

/안톤 숄츠 코리아컨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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