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영혼없는 공무원

권순정

발행일 2013-05-0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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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순정 / 경제부
요즘 공직자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이들이 많다. 밤에 불이 꺼지지않는 곳은 대기업 사무실만이 아니라 도청 시청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전국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는 갖가지 현안들이 산적해 직원들의 고생이 클 것으로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본 기자가 '복합쇼핑몰에 목맨 지자체'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만난 몇몇 공무원들의 인식과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밖에 없었다.

눈 앞에 벌어진 업무에만 급급할 뿐 어떤 목적으로 시작됐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 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지는 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을 만난 자리에서 궁금했던 몇마디를 던졌다. '경기도에 이렇게 많은 쇼핑몰이 들어서면 모두 성공할 수 있을까', '쇼핑몰이 이미 들어서 있는데 그 앞에 다른 쇼핑몰을 허가해 주는게 상생인가' 이러한 질문에 한 공무원이 한결같은 대답을 늘어놨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또 '예전 제 부서가 담당했던 일은 맞지만 제 업무는 아니어서 답변을 해드릴 수 없다'라고.

특히나 본인을 화나게 한 대답은 "정책적으로 정해진 것이다"였다. 말이 쉽지, 정책적이라고? 무엇을 고려해서 정책적으로 정해졌다는 말인가.

또다른 지자체 공무원도 이에 지지 않았다. 사업성 검토도 없이 쇼핑몰을 이곳저곳 세우는게 옳은 것이냐는 질문에 '사업성 검토는 사업자가 해야지, 우리가 왜 하나"라고 답했다.

지자체는 해당 지역에 쇼핑몰이 세워졌을 때 어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 이 사업이 망해 혹여 주민들에게 피해나 가지 않을지, 또 흉물로 남게 되지나 않을지에 대해 관심없이 그저 기업의 편에 서서 그들의 말만 믿고 허황된 꿈만 꾸고 있었다. '영혼없는 공무원'이란 말보다 더 어울릴만한 수식어는 없는 것 같다.
나름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공무원들에게는 미안할 따름이지만 무책임하고 무사안일로 일관하는 공무원들에게 화가 치밀어 오른다.

늦은 시간에도 불꺼지지 않는 지자체 건물을 보며 영혼없이 일하는 공무원들로 인해 아까운 세금만 낭비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뿐이다.

/권순정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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