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명산을 가다]남양주시 운길산

천리를 흘러온 구름도 '雲水 좋은' 그 품에 한자락 멈춘다

송수복 객원기자 기자

발행일 2013-05-10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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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남한강 사이좋게 하나되는 두물머리 풍경
'정약용의 길' 다산능선 오르자 깊은 하늘문 열려
우연히 만난 생강나무꽃 보며 피부로 느끼는 '봄'


오월은 마냥 푸르다. 푸르른 하늘과 청초한 풀내음 가득한 논길을 따라 걷다 산길로 접어들어 싱그런 봄을 느끼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다.

(주)이노다임의 김형태(44) 대표와 사원들이 함께 오르기로 한 운길산 입구엔 전철역을 통해 쏟아져 나온 인파로 인해 혼잡스럽기가 시골장마당보다 더하다. 서두르지 않고 만난 까닭에 한적하게 걷게 될 것이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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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인파와 산행을 시작하는 등산객들 사이를 비집고 산길로 접어드니 어느새 하늘을 가리는 나무그늘이 벌써부터 따끔거리는 햇살을 막아주고 있다.

금강산에서 발원하여 화천, 춘천을 거쳐 천리를 흘러 온 북한강물과 대덕산에서 출발하여 영월, 충주를 거친 남한강물이 만나, 하나 되는 두물머리가 발아래로 보이는 운길산은 구름도 넘다 걸친다는 산이지만, 그다지 높지 않은 까닭에 수많은 인파에 휩싸이나 보다.

#농사일로 분주한 시골마을을 지나는 길은 언제나 정겹다.부지런한 농부의 손끝에서 파릇한 싹을 틔워낸 농작물이 밭을 메우고 비닐하우스에서 겨울을 이겨낸 딸기가 향긋한 내음으로 손길을 유혹한다.

만만하던 뒷동산이 가파르게 올려치는 숲길로 들어섰다. 짤막한 오르막을 오르고나니 벌써부터 땀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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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서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 대표가 "산업보안분야 기술사업화를 위해 융합보안 첨단상품 연구개발을 하는 우리의 입장에선 사업과 산을 동일 선상에 놓고 보기는 어려워요"라고 말한다.

오르고자 마음만 먹으면 어느 산이건 오를 수가 있지만 사업은 원한다고 갈 수 있는 정상이 아니란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거치고 또 거치면서 성장하는 것이니까 그의 말에 수긍을 할 수밖에….

#누군가의 제안으로 부르기 시작한 다산능선(예봉산~운길산)에 다가선 것은 한 시간이 채 되기도 전이었다. 그리곤 바람 한 점 없는 청량한 가을 하늘 같은 하늘이 열렸다.

몇 점 되지 않는 구름이 근사하게 두물머리 위로 흘러간다. 마을 뒷산같이 익숙한 산길을 지나 분주한 사람들이 서둘러 지나간 자리에 질펀하게 앉아 도시락을 꺼내어놓자 박새 한 마리가 서둘러 다가온다. 전혀 낯설어하지 않는 듯 점점 가까이 오더니 잘게 부숴놓은 과일 한 조각을 물곤 황급히 떠났다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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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등산객들이 오가는 환경에 적응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고인이 된 구본형 변화경영전문가가 1998년 43세의 나이에 펴냈던 '익숙한 것과의 이별'이란 책을 떠올렸다.

법은 고쳐야만 하고 제도는 변해야만 한다며 제지불변(制之不變)을 주장하던 다산(茶山)이 걸었던 길에서 변화와 혁신을 꾀해야 하는 까닭을 김 대표에게 물었다.

"강구실용(講究實用)과 실사구시(實事求是)로 대표할 수 있는 다산의 철학을 현대에선 설득력을 갖춘 논리적 지식경영, 발상의 전환과 독창적 사고의 확보로 해석해 볼 수 있는데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찾는 게 아니라 익숙한 가운데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바꾸어 말하면 변례창신(變例創新)이라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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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이나 말없이 걷던 길에서 국윤주 (41·여)연구소장이 생강나무 꽃을 바라보며 "찬바람이 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봄이 이만큼 와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네요.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통해 보던 봄을 피부로 느끼고 가는 길이 다산의 길이라 더욱 느낌이 달라요"라며 해맑은 웃음을 짓는다. 봄볕에 한참이나 시달린 끝에 운길산 정상에 섰다.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서 있는 정상석이 사진 포인트다.

얼싸안기도 하고 뒷배경에 놓기도 하면서 하릴없이 널따란 땅이 비좁게 느껴질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하다. 산 아래나 위나 분주하긴 매한가지여서 너나 없는 대열에 동참하여 인증샷을 남발하고 수종사로 가기 위해 거침없는 내리막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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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병을 손에 든 것 빼곤 산행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듯한 신사복 차림의 여러 명이 내리막 끝에서 올려다본다. 혁신적이라며 김 대표와 마주보고 웃었다.

이윽고 내려선 수종사에서 물 한 바가지를 떠 입에 넣곤 변함없이 꼿꼿하게 선 은행나무가 내려다보는 강물을 함께 바라보았다. 마냥 흐르는 강물은 우리에게 순리를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시대는 변화가 절실한 시대다. 그 가운데서 변치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 내야만 한다.

"마누라와 아이만 빼곤 모두 바꾸어야 한다"고 했던 이건희 회장의 혁신과 다산의 개혁이 여운으로 남던 운길산을 통해 운(運)이 억수로 길(吉)한 산으로 모든 사람의 기억에 남길 기대해 본다.

글 사진/송수복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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