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궐리사 공자상. |
세마대엔 권율장군 왜군 물리친 이야기
궐리사 공자상 앞에선 숙연해지는 마음
길의 마지막 '서민의 제도' 대동법 기념비
# 제6길 화성효행길(배양교~세마교 : 6.8㎞)
= 배양교에서 용주사 인근까지 이르는 길은 사방이 시원하게 트인 황구지천변 논길이다. 풍경은 좋지만 여름에는 그늘이 없어 더위에 시달릴 수 있는 구간이어서, 뜨거운 햇볕에 대비하고 가는 것이 좋다.
용주사 인근에서는 잠시 그늘이 시원한 숲길을 만난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조성하면서 함께 세운 용주사는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라는 조지훈의 유명한 시 '승무'의 무대가 되기도 한 큰 사찰이다. 이곳에서 조지훈의 시비를 잠시 감상하고 가는 것도 운치가 있다.
잠시 짬을 내 코스를 벗어나 융건릉을 돌아보고 가는 것도 좋다. 용주사에서 화산저수지와 신한미지엔아파트를 지나 세마교까지 이르는 길은 독산성을 바라보며 걷는 논길과 시골길이다.
▲ 제7길 독산성길. |
= 삼남길 10개 구간 중에서 가장 시원하게 주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이다. 잠시 산길을 타고 올라가면 독산성을 딛고 서서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독산성의 정상부에는 유명한 세마대가 서 있다.
세마대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게 포위된 권율장군이 성 안에 물이 많은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말을 세워놓고 쌀을 부어 마치 물로 말을 씻기는 것처럼 보이게 해 왜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세마대 주변은 여름에 인근 주민들이 간단한 먹거리와 돗자리를 들고 찾아와 쉬고 가는 삼림욕장이기도 하다. 독산성을 에돌아 내려와 세마대 주차장을 지나면 대규모로 조성된 세교지구 아파트들을 만난다.
▲ 제8길 오나기길의 맑음터공원. |
=세교지구 아파트들을 빠져나오면 언제 도심을 지났나 싶을 정도로 한적한 숲길을 지난다. 도심지에서 가깝다는 생각을 잊을 만큼 숲이 시원하게 우거진 산길이다.
산길을 타고 약수터를 지나 걷다 보면 공자를 모신 사당인 '궐리사'에 다다른다. 궐리사는 공자를 모신 사당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관립 사당으로, 정조의 명에 의해 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궐리사 내에 세워진 커다란 공자상 앞에 서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궐리사를 지나 잠시 오산 도심지를 거치고 나면 오산시민들이 산책로로 애용하는 오산천길로 접어들고, 잘 정비된 오산천길을 따라가다 보면 8구간의 끝인 맑음터공원으로 들어선다.
맑음터공원은 오산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해 오산시가 조성한 공원으로, 생태학습체험관인 '에코리움'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을 통한 자연학습을 할 수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에 좋은 곳이다.
▲ 제9길 진위고을길의 진위향교. |
=맑음터공원에서 출발해 조금만 걸으면 경계를 넘어 평택시로 넘어간다. 맑음터공원에서 원균장군 묘까지 이어지는 제9길은 삼남길 전체 구간 중에서도 가장 긴 구간으로 약 5시간을 걸어야 주파할 수 있다.
이 구간은 다른 구간과 달리 대부분의 코스가 산길로 이뤄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름철에 뜨거운 햇볕을 피해 걷기 좋은 길이다. 9길 중간에서는 평택의 옛 중심지였던 진위현 관아터(현 진위면사무소)를 만난다.
관아터 주변으로 사직단과 향교가 자리해 있는데, 전형적인 조선시대 도시구조의 축소판을 볼 수 있다. 진위향교를 지나 원균장군 묘역으로 향하는 길은 '흰치고개'라고 불리던 소백치와 대백치를 지난다.
▲ 제10길 소사원길. |
=원균장군 묘역을 지나 이어지는 소사원길은 산길을 따라 칠원(갈원)까지 이어진다. 소사원길 역시 한적한 산길이다. 칠원에서는 물 맛이 훌륭하다고 하여 인조가 벼슬을 내렸다는 옥관자정을 만난다.
옥관자정은 지금은 잘 정비돼 물을 '떠가는' 곳이 아니라 수도꼭지에서 '받아가는' 곳이 됐다. 옥관자정을 지나면 삼남길은 옛 삼남대로를 벗어나 크게 우회한다.
대규모 소사벌 택지지구 공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삼남길의 거의 마지막에서는 대동법시행기념비를 만난다.
대동법은 임진왜란 이후 궁핍에 시달리던 농민들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제도여서, 대동법을 확대한 김육이 죽자 이를 슬퍼한 농민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소사원 옆에 기념비를 세웠다고 전해진다.
기념비에서 옛 소사원 자리를 지나 소사벌을 거치면 삼남로 경기도 구간의 끝이자 충청도로 넘어가는 관문인 안성천교에 이르게 된다.
/박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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