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없는 CU 사과' 여론 뭇매

황성규

발행일 2013-06-0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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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성규 / 사회부
지난달 30일 박재구 사장을 필두로 한 CU 임원진들은 유족과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편의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회사측의 공개사과는 이번이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뒤늦은 수습, 떠밀린 사과 등 진정성 논란에 휩싸이며 CU는 사과발표 이후 더욱 거세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경인일보의 첫 보도 이후 CU측은 즉각 본 기자에게 한 통의 메일을 보내왔다. 고인의 사망진단서까지 증거자료로 첨부해 기사 정정을 요청했던 것.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향후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반협박(?)적인 내용도 덧붙였다. 그러나 거짓에 근거한 이들의 만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유족을 만나 사망진단서 원본을 확보했고, CU측이 고인의 사망원인 중 일부를 임의로 삭제한 것을 확인했다. 해명을 위해 사망진단서까지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변조하는 대기업의 비겁함에 놀랐고, 이를 언론에 뿌려 왜곡된 사실을 전파하려 했던 이들의 뻔뻔함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실제 다수의 언론에선 이를 그대로 반영해 당시 상당 부분 내용이 축소된 채 보도되기도 했다. CU의 의도가 조금은 효과를 봤던 셈이다.

그러나 거듭된 취재 결과 이들의 과오는 하루가 멀다 하고 속속들이 밝혀졌다. 결국 벼랑 끝에 몰린 CU는 2주 만에 백기투항을 택했다. 거짓 해명을 일삼던 모습과 달리 사뭇 진중한 자세로 그간의 모든 잘못을 시인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과를 진심으로 느끼는 국민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본 기자 역시도 진정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CU의 사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우선 2주라는 시간이 너무나 길었다. 어찌 보면 2주가 아니라 지난 1월 경남 거제에서 CU점주가 올해 처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4개월 만의 사과다.
또 지금껏 CU가 보여준 행동들은 신뢰를 바닥에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자신들의 거짓과 은폐가 사실로 드러난 이상 그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을 터. 결국은 위기탈출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당초 CU의 의도대로 흘러갔더라면 사장이 머리를 숙이는 모습을 TV 화면으로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국민들의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 사태 수습에만 혈안이 돼 있던 한 대기업은 그렇게 자승자박의 덫에 걸렸다.

'사과'는 뒷수습 혹은 마무리용 카드가 돼선 안 된다. 문제를 개선하는 첫 시작점이 돼야 한다. 더 이상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사건을 계기로 편의점주들의 여건이 확실하게 나아져야 할 것이다. CU의 이번 사과가 단순한 쇼에 불과했는지 아닌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황성규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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