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들에 농업은 장밋빛 꿈인가·1]턱없이 부족한 경작용 토지

텃밭 원해도 씨앗 뿌릴 땅이 없다

김민욱 기자

발행일 2013-08-06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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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시농업의 긍정적 효과가 입증되면서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제도적 장치 마련 등 다양한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수원시 세류1동주민자치센터 직원과 주민들이 함께 가꾸는 '동립말 옥상텃밭'(왼쪽)과 수원시 권선동 경기평생교육학습관 앞 학교설립예정부지에 인근 주민들이 가꾸는 불법 경작지. /임열수기자
주말농장, 시간·거리적 부담
도심 빈 땅에 불법 경작 만연
정부·지자체 정책 지원 부실


   
도심지에서 농작물을 손수 일구고 수확하는 도시농업(urban agriculture)이 각광받고 있다.

녹색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 등 도시농업의 긍정적 효과가 알려지면서 노동력이 집약된 생산활동으로만 여겨졌던 농업이 여가활동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자치단체의 도시농업 지원정책은 아직 걸음마 수준으로, 지난 6월에서야 '제1회 도시농업육성 5개년 계획'이 마련됐다. 도시농업의 현주소와 문제점, 대안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직장인 주모(48)씨는 더 이상 주말농장에 나가지 않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원 광교산 인근 20여㎡의 밭을 연간 8만원에 빌려 중3 막내 딸과 토마토, 옥수수 등을 심고 가꾸는 '도시농업인'이었지만 올해는 여가로서의 농사를 접었다.

자가용으로 20~30분이나 가야 하는 거리여서 밭 관리가 의욕만큼 쉽지 않았고, 경조사 등 각종 행사로 주말마다 갈 수도 없어 중도하차를 한 것이다.

주씨는 "도시농업을 시작한 후 소원했던 딸과의 관계가 좋아져 베란다에 텃밭용 화분이라도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경작이 가능한 작물이 상추, 파 등으로 너무 제한적이다"라며 "수시로 가서 들여다보고 관리할 수 있는 밭이 집 주변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시농업의 긍정적 효과가 입증되면서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제도적 장치 마련 등 다양한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수원시 세류1동주민자치센터 직원과 주민들이 함께 가꾸는 '동립말 옥상텃밭'(왼쪽)과 수원시 권선동 경기평생교육학습관 앞 학교설립예정부지에 인근 주민들이 가꾸는 불법 경작지. /임열수기자
#세류1동 주민자치센터 옥상에 마련된 320㎡ 규모의 '텃밭'에는 마을주민과 센터 직원들이 정성스레 키운 방울토마토와 가지 등이 긴 장마를 이기고 주렁주렁 열려 있다.

녹색의 공간은 센터를 에워싼 황폐한 아파트 공사현장, 다닥다닥 붙은 다세대 주택 등과 묘한 대조를 이루며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수확된 친환경 채소는 '사랑의 반찬'으로 분해 경로당과 홀몸노인 가정에 전해진다. 노인들의 마른 기침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수세미 수액은 특히 인기다.

국내 도시농업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관련기사 3면

도시농업이 정착된 곳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수확한 농산물이 '공유'로까지 이어지지만 극히 일부에만 해당되는 경우다. 도시농업의 수요는 폭발적인데, 정작 땅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심지내 빈 땅에서는 불법 경작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안철환 도시농업시민협의회 상임대표는 "현재로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도시농업을 위한 토지를 구입해야 하는데 장기화하고 있는 재정위기 상황에서 쉽지 않다"며 "그렇다면 정부에서 장기미집행 공원부지 등을 매입해 줘야 하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민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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