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새 시대를 여는 한민족네트워크

해방전후 고향떠난 사람들 170여개국 720만명

성실·강인함으로 '코리안 디아스포라'로 성장

정부, 재외동포 정체성·뿌리의식 함양 힘쏟아야
   
▲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전 브라질 대사
네트워크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개인·기업뿐만 아니라 국가·민족까지도 네트워크를 통하여 소통의 기반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네트워크는 또 다른 네트워크를 낳고, 수많은 네트워크가 모여 하나의 허브를 만들고, 서로 다른 허브들이 연결되어 더 큰 네트워크를 만든다. 1+1=2로만 인식되던 것이 100도 되고 무한대(∞)도 되는 새로운 가능성의 시대,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모두가 '사회적 연결고리'(social connectedness)가 활성화된 결과이다.

그런 시각에서 한민족의 과거와 현재를 보자. 150여년 전, 당시 조선사회에서 전개되었던 정치·경제·사회적 상황 하에서 어쩔 수 없이 내 나라를 등져야만 했던 해외 이주자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어서 하와이 멕시코 등지로 제법 큰 규모의 집단이주도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들은 국권 상실과 함께 졸지에 외지에서 나라 없는 백성이 되고 만다. 일제 강점기에도 강제동원, 강제이주, 징병 등등의 이유로 원하지 않는 해외 이주가 계속되었다. 그토록 원하던 해방이 되었지만 이들은 남북이 갈라지고 국경이 가로막혀 돌아오려야 돌아올 수 없었다. 정부수립 이후에도 사람들의 해외이주는 계속 되었다. 해방 전 이주는 자기의사에 반한 이주였거나 국내 사정이 워낙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던 강제이주라면 해방 이후의 이주는 보다 나은 삶을 찾기 위한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해외이주라는 차이가 있다 하겠다. 그렇게 고향을 떠난 사람들과 그 후예들이 오늘날 전 세계 170여개국에 720만명에 이른다.

그렇지만 태평양바다 건너에서, 중앙아시아와 동북만주에서, 일본열도에서, 그리고 5대양 6대주 이역의 땅에서 우리와 아무런 관계없이 살고 있을 걸로 생각했던 나라를 떠난 이들과 그 후손들은 놀랍게도 자신들의 뿌리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하여 노력하여 왔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쿠바의 한인 후손 3~4대들이 인천의 이민박물관을 방문하여 100여년 전 제물포를 떠났던 선조들의 사진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짓는 장면은 그들이 이제 모습은 달라졌을지언정 우리와 뿌리를 같이하는 한민족의 후손임을 말해준다. 또 특기할만한 것은 한인들 대부분 어느 곳이고 할 것 없이 각자의 거주국에서 성실과 강인함으로 수난과 차별을 극복하고 주류사회 속으로 꾸준히 파고들어 오늘날의 코리안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로 성장하였다는 사실이다.



아직 우리 주변에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들어 재외동포사회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재외국민용 주민등록증 발급, 복수국적 허용연령 확대, 우수동포인재 유치, 한글교육 및 한국문화·역사교육 확대, 분야별 전문네트워크 확충 등 재외동포를 싸안으려는 정부의 노력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해외동포를 품어야한다는 국민공감대도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역이민동포, 국내체류·취업동포, 영주귀국동포, 국적취득동포, 국제결혼가정자녀 등 다양한 유형의 디아스포라를 글로벌 한민족공동체라는 큰 틀 안으로 통합하려는 뜻있는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이 그것이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민족네트워크의 소중한 일원으로서 우리와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있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의미와 잠재력에 대하여 우리 모두가 눈과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한다. 정부는 국익과 국민행복의 관점에서 정책과 사업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하고, 재외동포의 정체성과 뿌리의식을 함양하는데 힘을 쏟아야한다. 이미 구축해 놓은 재외동포사회 내 각종 네트워크를 더욱 확대하고 모국과의 연결밀도를 더욱 정교하게 해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더 큰 대한민국, 희망의 새 시대'의 든든한 후원군으로 역할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사고와 시각이 요구된다.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전 브라질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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