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조선인 가미카제와 역사 교과서

   
▲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日정부 침략 역사 유감 표하자
반대 세력들은 전쟁미화에 활용
국내선 친일과 저항 애매한 해석
식민시기 조선인의 불편함을
기회로 바꾸어 말하려는 의도도
건강한 역사의식 위협받아 걱정


서정주 시인은 1944년 12월 '마츠이 오장 송가'를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발표한다. 조선인 최초의 가미카제였던 마츠이(본명 인재웅) 오장의 죽음에 대한 송가였다. 소년비행병 13기 출신인 그가 해방전 해 미국 군함을 향해 자살 특공을 감행한 이래 총 17명의 조선인이 특공 감행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의 죽음은 일제에 의해 총력전 선전에 활용되었다. 그러다 해방 이후 오랫동안 역사의 뒤안길에 서성거렸고, 잊혀진 존재가 되어 버렸다.

2000년 이후 한일 양국은 그 죽은 자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가미카제 훈련과 출격 기지였던 가고시마의 지란에는 조선인 가미카제만을 위한 전시 코너가 마련되었다. 일본인들이 죽은 이의 화신이라 믿는 '반딧불'이라는 제목 하에 조선인 가미카제가 영화화되기도 했다. 일본 방송들도 이야기 발굴에 열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소설, 르포, 다큐멘터리, 신문기사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2008년에는 경남 사천에 조선인 가미카제 대원의 망향비 건립 시도가 있었다 사천 지역 주민, 광복회 등의 반대로 실패하고 경기도 여주의 한 사찰로 기념비가 옮겨가면서 대중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왜 그토록 긴 시간 침묵했던 양국은 그들의 이야기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을까? 1995년 8월 15일의 일본 총리였던 무라야마가 침략 역사에 유감을 표하는 담화를 발표한다.

이 담화를 계기로 일본에서는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과 함께 반성에 반발하는 기운이 동시에 일었다. 반발하는 기운은 가미카제를 재조명했고, 그들 안에 있던 조선인 가미카제를 톺아내 전쟁 미화에 활용한다. 이시이 현의 가나자와 내 호국신사에 세워진 '대동아 성전 대비'에도 몇몇 조선인 가미카제의 이름을 새겨 넣는다. 그들의 성전에 조선인도 참여했음을 드러내려는 의도였다.

역사 왜곡을 다반사로 해오던 일본에 비하면 한국에서의 언급 의도는 뚜렷하지 않다. 그들을 언급한 국내 이야기에서도 조선인 가미카제는 때론 친일 인사로, 다른 땐 식민지배의 희생자로 애매하게 그려진다. 늘어난 담론, 평가의 다양함을 징후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짐작해보면 식민지배 내 개인 마음속에서도 저항과 협조를 오갔던 불편함을 가미카제라는 극단적인 예를 통해 드러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던 것이리라.
조선인 가미카제 대원 중 살아남은 자들은 나중 대한민국 공군 창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의미없는 죽음과 출세는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라진 셈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인 가미카제의 발굴은 부끄럽지만 우리 것일 수밖에 없는 역사를 드러내는 진솔한 작업이다.

친일과 저항으로만 드러나지 않는 애매한 공간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솔직하고도 자기 성찰적인 노력이다. 일본은 조선인 가미카제 이야기를 통해 일본만을 이야기하려 했다. 그들은 일본과 조선을 구분해내고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는 노력을 벌이진 않았다. 한국은 조선인 가미카제를 통해 식민시기 동안의 분열된 자기 정체성을 이야기하려 했다. 아직은 한국의 역사의식이 일본의 그것에 비해 더 건강해 보이는 징후다. 하지만 우려가 없진 않다. 식민시기 조선인들의 불편함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욕망을 넘어 그 불편함을 기회로 바꾸어 말하려는 역사해석, 교과서까지 등장하고 있다. 조선인 가미카제 이름을 성전기념비에 새겨 넣는 일본의 극우 작업에 버금가는 일이 큰 저항 없이 스멀스멀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조선인 가미카제를 통해 본 지금 현재 한국의 역사의식,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심하게 위협받아 흔들리고 있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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