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600·개항130 인천을 본다·6] 제2의 개항을 꿈꾸다 ① 들어가는 글

'서울 관문' 상처 아물고… '세계 관문' 희망 움튼다

김명래 기자

발행일 2013-10-10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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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성현기자
근대화 과정 떠받친 기둥 역할 불구
광역 쓰레기매립지 등 '아쉬운 대우'

GCF본부 유치 등 국제사회 큰관심
남북교류 이끌 '평화거점도시' 앞장

인구 300만 눈앞 '튼튼한 추진 동력'
능동적 변화 지향 새로운 도약 준비


인천은 한갓진 어촌 제물포에서 근대를 맞았다. 130년 전 일이다. 외국에 문호를 열고 최근까지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를 겪었다.

바다를 메워 만든 매립지에 항구와 공장, 주택이 들어섰다. 일자리를 찾아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렸고, 전쟁 때문에 서해로 흘러온 실향민은 인천에 정착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이 도시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꿨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단지는 국가 경쟁력을 떠받치는 기둥이었다.

이처럼 역동적인 도시가 또 있을까.하지만 인천은 '서울의 관문'이란 구실과 이미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에 전력을 보내는 발전소가 인천 연안에 즐비하게 들어섰다. 경인고속도로는 인천 도심을 남과 북으로 갈랐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광역 쓰레기매립지가 도시 한복판에 버티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은 인천으로 쓰레기를 보내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2013년 인천은 '제2의 개항'을 준비하고 있다. 제1의 개항이 외세에 의한 수동적인 것이었다면, 제2의 개항은 능동적인 변화를 지향한다. 무엇보다 추진 동력이 좋다. 인천의 공항과 항만은 확장 중이다.

인천은 인구 기준으로 국내 3대 도시에 올랐다. 탄탄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 창출 전망이 좋다.

인천시 중구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문화콘텐츠는 도시를 살찌우게 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세계와 대한민국의 '접점'이 됐다.

접경도시인 인천은 향후 통일시대에 대비해 남북교류의 중심지로서 구실이 가능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제2의 개항은 여느 지자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밋빛 공약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내셔널 프로젝트로도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 인구 300만 시대 눈앞… 2030년께 제2의 도시

지난달 말 기준 인천시 주민등록 인구는 291만9천759명으로, 3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인천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선 건 1979년. 이로부터 약 13년이 지난 1992년에 200만명에 도달했다.

'200만→300만' 소요 기간도 이보다 1년 정도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하반기 인천은 인구 300만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은 전국에서 인구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도시다. 지난해 인천 인구증가율은 1.41%로 전국 최고치였다.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인천 인구 증가율은 줄곧 전국 시·도에서 1~2위를 차지했다.

인구 규모 1·2위 도시인 서울과 부산의 인구는 최근 감소세로 전환됐지만, 인천은 증가세에 있다. 다른 도시와 비교할 때 인천의 순유입 인구가 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이대로 가면 2030년을 전후해 인천 인구가 부산을 추월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인구 증가와 함께 행정구역 면적도 확장됐다. 194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인천 행정구역은 약 165㎢였다.

이후 공업단지 조성을 위한 매립, 시 외곽지역 편입 등으로 1985년 207㎢였던 면적은 1995년 강화·검단·옹진 등의 편입으로 954㎢까지 증가했다.

10년 새 4배 이상 땅이 넓어진 것이다. 2013년 현재 인천시 면적은 1천41㎢이고, 송도국제도시 매립사업 등으로 땅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인천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약 111만대를 기록했다. 40년 전인 1973년(약 6천대)과 비교하면 185배 증가했다. 이와 함께 도로망은 촘촘해졌다. 1990년대 경인고속도로 확장, 제2경인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 사업이 진행됐다. 2006년 기준 인천 도로 길이는 2천370㎞였다.

   

#내실 다지는 성장

낡고 오래된 구도심을 전면개량 방식으로 뜯어고쳐 고층 아파트와 건물을 짓는 것이 2000년대 중반까지 인천시의 구상이었다. 200여곳이 개발지구(도시정비예정구역)로 지정됐다.

주택재건축·재개발 붐이 일었지만, 실제 착공된 곳은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 경기침체가 시작되면서 개발 동력은 상실됐다. 도시는 황폐화됐고, 빈집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재개발 여부를 두고 주민들은 반목하고 대립했다.

인천시는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됐거나 주거 환경이 나쁜 지역을 대상으로 '인천형 마을(공동체)만들기' 사업을 기획, 추진 중이다.

시작 단계이지만, '전면 철거 후 아파트 건설' 위주의 개발이 '주민 주도의 공동체 회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전환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처럼 인천은 지난 한 세기 외형적 성장에 치우친 나머지 애써 무시하거나 돌보지 못했던 '도시의 내면'을 성찰하기 시작했다. 제2의 개항이 이전과 차별화되는 지점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과거 개항장 중심지였던 인천 중구 일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가 인천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달 27일에는 옛 창고를 개조한 건물에서 한국근대문학관이 문을 열었다. 19세기 말엽부터 한국전쟁 직전까지 한국 문학의 전반을 기록하는 공간이다.

근대문학관 건너편에는 인천아트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다. 이 건물 역시 오래된 창고의 외형을 보존한 채 내부를 리모델링해 미술전시관, 공방으로 만들었다. 전국의 미술 작가들이 인천아트플랫폼에 일정 기간 머물며 작업하고 있다.

개항 도시 인천에는 외국인이 많이 산다. 지난 달 말 기준 인천의 외국인 수는 4만9천634명으로, 7대 특·광역시 중 서울 다음으로 많다.

남동·주안·부평산업단지 주변에는 동남아시아 등 제3세계 국가에서 돈벌이를 위해 인천에 온 이들이 많다. 연수구 옥련동 주변에는 중고자동차 수출업에 종사하는 요르단, 리비아, 러시아인들이 활발하게 일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와 영종지구에서는 R&D, 대학, 국제학교, 도시개발, 호텔, 항공부문에 종사하는 외국인들이 거주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 온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특히 인천의 직장에 단신 부임하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머무르며 일정 기간 한국을 체험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게 특징이다.

3D 제조업에 종사하는 저소득 외국인 노동자부터 고소득 전문직 직장인까지 인천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인천시는 올해 처음 '다문화정책과'를 신설해 이들에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첫걸음을 뗐다.

#GCF에서 남북교류 거점까지

지난해 10월 녹색기후기금(GCF) 본부 소재지가 인천 송도국제도시로 결정됐을 때 사람들은 놀랐다. 송도가 스위스와 독일 등 선진국을 제치고 사무국 장소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한국사무소도 서울이 아닌 송도에 둥지를 틀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밖에도 송도에는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UN ESCAP) 동북아지역사무소, 유엔 아·태 정보통신 기술훈련센터(UN APCICT), 유엔 재해경감국제전략기구(UN ISDR) 동북아지역사무소·도시방재연수원,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 유엔 국제상거래위원회(UN CITRAL) 아·태 지역센터, 유엔 지속가능개발센터(UNOSD) 등의 국제기구가 입주해 있다. 인천은 대한민국이 세계와 만나는 접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시 네트워크는 확산되고 있다. 인천은 전 세계 10여개 국가의 30여개 도시와 자매·우호 관계를 맺고 있다. 일부 자매·우호도시와는 공무원 상호 파견을 통해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단둥에 축구화공장을 설립하는 등 남북교류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이른바 '평화도시 거점'을 인천에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글 = 김명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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