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이거 먹어도 되나요?'… 식품 알레르기와 표기

   
▲ 전은숙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우유·메밀·땅콩·대두 등
식품 12종과 아황산류는
함유된 양과 상관없이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제조·생산과정서 섞일
가능성의 경우도 기록해야


지난 4월 인천시의 한 초등학교 10세 아동이 급식으로 제공된 우유 섞인 카레를 먹고 우유 성분에 의한 쇼크성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결국은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기사(경인일보 9월 26일자 1면 2판)를 읽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필자도 10여 년 전 미국 연수시절 초등학교 다니던 아들에게 어묵이 든 김밥을 도시락으로 싸주며 아무 생각없이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했다가, 나중에 알레르기 생각이 나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경기도에만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초·중·고등학교 학생이 최소 350여명이나 된다고 하고, 식품첨가물에 의한 '유사아토피'를 앓는 학생도 상당수에 이른다니 식품 알레르기에 대한 국가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미국의 경우 성인 중 2%, 3세 이하 어린이 중 8% 이상이 식품 알레르기를 나타낸다고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식품 알레르기를 가진 국민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실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식품 알레르기란 식품 단백질에 대해 유전적 소인이 있거나, 이전에 해당 단백질에 반응을 일으킨 사람에게서 다시 같은 물질이 생체에 들어가면 일어나는 과민 면역반응이다. 주요 증상은 구토, 설사, 발열, 천식 등이며, 심한 경우에는 생명에 치명적인 위해를 줄 수 있다. 예전에는 특정식품에 알레르기가 있으면 자신이 알아서 해당 식품을 섭취하지 않으면 알레르기를 예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사회로의 이행으로 인한 핵가족화, 생활양식의 변화와 함께 갈수록 간편한 생활의 추구 등으로 가공식품을 섭취하는 기회가 많아지고, 외식과 단체급식을 이용하는 기회도 많아져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단체급식을 이용하는 기간도 영유아 보육시설에서 만 1세부터 급식을 먹기 시작하는 유아의 경우, 초·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12~20년 동안 계속하여 하루 한 끼의 식사를 급식에 의존하게 된다. 2010년 기준 전 국민의 25% 이상이 1일 1식 이상 학교, 직장, 군대 등의 단체급식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생애기간 중 이용기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식품에 의한 알레르기는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식생활 습관에도 영향을 받게 되어 향후 우리나라의 중요한 식품 위해요소로 대두될 것이다.



알레르기의 유일한 대처 방법은 해당 식품을 피하는 것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알레르기에 민감한 사람들이 식품을 선택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하여 가공식품에 알레르기 원인식품명과 알레르겐(Allergen·알레르기를 유발시키는 물질) 경고문구를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3년부터 '식품위생법'에 이를 표기토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우유, 메밀, 땅콩, 대두 등 식품 12종과 아황산류는 함유된 양과 관계없이 반드시 표기하여야 하며, 제조·생산 과정에서 혼입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표기하여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단체급식소와 외식업체는 식품알레르기 유발식품 사용표기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다만, 학교급식의 경우 알레르기 유발식품 공지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학교급식법' 개정법률이 올해 5월 22일 공포되었고 오는 11월 23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100인 미만의 시설은 영양사 고용 의무가 없어 이 시설에 다니는 미취학 아동의 급식 관리에 대한 우려가 많다. '어린이 급식 관리 지원센터'가 전국적으로 조속히 도입되고, 동 센터의 기능도 확장하여 식품알레르기에 대한 선제적 예방적 안전관리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식품의 표시에 대해 별도의 법령으로 관리하고 있을 정도로 소비자 중심의 식품 정보 제공은 안전·위생기준 못지않게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에 있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경인식약청이 실시한 제조업체 감시에서 일부 업체가 무표기 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불법 행위를 적발한 바 있다. 식품으로 인한 알레르기가 끼칠 수 있는 위해를 생각한다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현재 표기대상 확대와 표기방법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수행 중이다. 우리나라 식품기업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기 바란다.

/전은숙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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