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조재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다큐는 소주 아닌 와인같아… 관객 시나브로 늘것

김선회 기자

발행일 2013-10-16 제9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 조재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이 17일부터 고양시 일원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대한 설명과 본인이 갖고 있는 다큐영화에 대한 철학,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영화제 처음 기획했을때 의도 / 출품작 어떻게 선정하나 / 권하고 싶은 작품은?

DMZ 동·식물 생태 다큐 담으려다
소재한계 포괄 다큐로 콘셉트 바꿔

프로그래머·위원들 거쳐 작품 선정
낙태 고발 '자, 이제 댄스타임' 추천

■예고편을 직접 기획·감독해 화제인데… / 다큐영화제 대중화를 위한 방안은

대한민국·경기도 관통하는 쟁점 암시
내년 스태프 갖춰 장편영화감독 도전

지적욕구 충족 원하는 관객 계속 늘어
친숙해질때까지 영화제 계속 진행할 것


배우 조재현,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많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 경기영상위원회 위원장, 성신여대 미디어영상연기과 교수 등… 그는 요즘 하루 24시간을 분단위로 쪼개서 움직여야 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 그가 17일부터 23일까지 고양시 일원에서 열리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이하 DMZ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아 안 그래도 바쁜 몸을 더욱 혹사(?)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사옥에서 만난 그는 화제의 드라마 '스캔들'의 종영을 앞두고 막바지 촬영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DMZ영화제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다큐멘터리에 관한 자신만의 철학,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스케줄을 보니 일반인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바쁠 것 같다. DMZ영화제에 할애하는 시간은 하루에 얼마나 되나.

"바쁘긴 하지만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모든 업무를 떠맡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역할이 세분화돼 있기 때문에 내가 하루에 몇 시간 정도를 영화제를 위해 사용한다고 말하기는 솔직히 어렵다. 아마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해당 업무를 소화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이메일과 서류, 사진, 동영상 등을 확인하고 업무관련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꼭 만나야 할 사람들과는 직접 만나고, 눈으로 확인해야만 하는 경우는 해당 장소에 직접 가본다. 학교 출강은 일주일에 1번 하는데, 강의를 한다기보다는 학생들이 연기연습할 때 지도를 해준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DMZ영화제가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영화제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끌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화제를 처음 기획했을 때의 의도는 무엇이었고, 5년을 거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경기도의원 한 분이 영화제 관련 예산 5억원 확보를 추진하면서 경기영상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나에게 DMZ영화제 개최에 대한 제안을 했다. 사실 그동안 지자체에서 이벤트성으로 벌이는 문화예술행사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다큐영화제 개최가 탐탁지는 않았다. 몇 번의 토론을 거쳐 진정성을 담은 영화제를 한 번 만들어보자고 이야기가 됐고, 부산영화제를 이끈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과 이용관 집행위원장 등에게 자문을 구하고 도움도 많이 받으면서 영화제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영화제 기획 의도가 DMZ 주변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생태를 담은 자연다큐에 관한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는 영화제가 지속성을 가질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생태 다큐라는 소재가 한계에 부딪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장르를 포괄하는 다큐영화제로 콘셉트를 바꿨다. 올해는 영화제 예산이 총 15억원으로 늘었고, 세계 38개국에서 출품한 119편의 다큐영화가 선을 보인다. 이제는 영화제가 어느 정도 자리잡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관심도 많아지면서 후원도 늘고 있다."

-DMZ영화제의 출품작은 어떻게 선정하며,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추천할 만한 작품이 있다면.

"우선 출품작은 집행위원장인 내가 선정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영향력이 행사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웃음). 프로그래머를 비롯한 몇 명의 선정위원들이 춤품작을 고른다. 단, 올해 개막작인 박찬경 감독의 '만신'을 선정할 때는 나도 관여를 했다. 개막작 선정은 작품성과 전문성뿐만 아니라 대중성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 개막작은 일반영화관에서 하지 않고, 미군부대 캠프인 그리브스에서 상영하는데, 영화인들만이 아니라 민통선 안의 주민들도 관객으로 참여한다. 1~4회까지는 개막작이 모두 외국영화였는데, 올해는 정전 60주년이기도 해서 개막작이 남북 문제와 관련된 한국 다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만난 작품이 '만신'이다. 국무(國巫)라 불리는 김금화씨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인데, 마침 그분이 황해도 출신인 데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신 분이기도 해서, 사회 변방에서 주민들의 질병을 치유해온 종합예술가라고 생각이 들었고, 우리 영화제 취지하고도 잘 맞을 것 같아 개막작으로 선정하게 됐다.

이 밖에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영화로는 산부인과 의사단체가 낙태를 시술한 병원과 동료의사들을 고발한 에피소드를 다룬 '자, 이제 댄스타임', 브라질 노부부의 관점을 통해 사랑과 나이 듦에 대해 시적으로 묘사한 '엘레나' 등이 있다."

   

-올해 DMZ영화제 트레일러(예고편)를 직접 기획, 감독해 화제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이와 더불어 앞으로 장편영화 감독에 대한 꿈도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작년 영화제의 트레일러도 내 기획안이었고 직접 출연도 했다. 지난해 만든 트레일러에는 한 취객이 등장해 주변 사람들에게 '왜 내 말을 안 들어 주냐.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지' 등의 대사를 통해 MB정부 시절의 화두인 '소통'의 부재를 문제삼았었다. 올해는 남북간의 소통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 소통을 이렇게 강조하는 건 영화제 주제가 '평화, 생명, 소통'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의 트레일러는 경기도에 사는 한 폐지 줍는 할아버지가 손수레를 끌다 해질녘 철책 근처에서 남북 분단으로 실의에 빠진 할머니를 바라보며 슬프게 한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할아버지가 끌고 다니는 수레 안에 있는 사물들이 많은 주제를 은유적으로 묘사한다. 지금은 사라진 'Life'라는 잡지가 보이기도 하고, '나는 자유를 꿈꾼다. 규제감옥 경기도에서'라는 책이 카메라 곁을 쓱 지나간다. 전두환 일가의 세금문제, 박근혜 대통령이 DMZ평화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신문기사도 얼핏 보인다. 또 남양유업이 만든 우유 껍데기, 깨진 시계와 목이 있는 운동화를 통해 대한민국과 경기도를 관통하는 쟁점, 민주화에 대한 문제 등을 암시한다.

단 연출의 의도가 너무 드러나면 안 되겠기에 아주 자세히 훑어봐야 알 수 있게 했다. 그리고 트레일러 마지막, 수레에 종이 하나가 떨어지는데 그게 바로 DMZ영화제 초대장이다. 참, 장편영화감독은 언제가 꼭 해볼 생각이다. 예전에는 감독에 대한 중압감이 있었다.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예산과 관객 때문일 텐데, 예전에는 필름으로 찍다보니까 제작비도 많이 들고, 카메라와 조명장비도 많이 필요로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장비를 최소화할 수 있고, 연출에 대한 의도를 담는 일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돼 부담감은 좀 떨친 상태다. 내년쯤 한 10명의 스태프만 써서 영화를 찍어볼 생각이다. 내용도 다 생각해 놨다. 한 남자의 집착에 대한 것인데, 주제는 '여자는 냉정하고 위대하다. 남자는 바보 같고 쪼잔하다'이다(웃음)."

   

-화려한 국제영화제와는 달리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 다큐영화제는 아직은 좀 낯선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DMZ영화제의 대중화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관객들을 다큐에 친숙해지게 하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역시 영화제를 계속 지속시키는 것이다. 그동안 파주에서 개최하던 행사를 고양으로 옮긴 결정적인 이유 역시 관객 편의 차원이다. 그동안 파주시도 적극 지원을 했지만, 아무래도 파주보다는 고양이 교통편이 더 좋다. 그리고 관객이 계속해서 늘면 좋겠지만, 매년 수치가 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돌이켜 보면 관객이 전년보다 줄어든 해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다큐에 대한 전망은 밝다. 선진국일수록 다큐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먹고 사는 욕구를 해결하다 보면 자연스레 지적 욕구를 충족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술로 비유하자면 다큐는 소주나 막걸리가 아니라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술에 취하기 위해 막걸리와 소주를 먹었지만, 요즘 사람들은 몸을 생각하고 분위기, 지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와인을 찾는다.

분명 우리나라 관객들도 그런 욕구가 점점 더 커질 것이고, 그러다 보면 제작 편수도 늘어날 것이다. 심지어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본인이 다큐를 찍으려 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분위기가 조성될 때까지 영화제를 지속해야 하고, 그렇게 되다 보면 자연스레 영화제는 점점 큰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글 = 김선회기자
사진 = 조형기프리랜서

김선회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