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많이 만드는 사회

김광원

발행일 2013-10-2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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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원 가천길병원연구원장, 당뇨내분비센터장
노인을 규정할때
체력이 저하되는 것보다
문제 해결에 있어
창의적인 발상의지 유무가 중요
만성질환은 일종의 노화현상
목표의식과 자신감이 그 예방법


우리의 수명이 참 많이 늘었다. 축하해야 할 일이다. 수명이 늘어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었다. 상하수도 보급으로 깨끗하게 살 수 있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이유이다. 이외에도 전염병과 기생충의 퇴치, 여러 분야의 의학적 발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수명이 연장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인은 보통 65세 이상인 사람들을 말하고, 대부분의 사회제도들도 여기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65세라는 규정은 사람들의 마음을 터무니 없이 스스로 옭아매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65세가 된 다음 날부터 사회로 부터 소외되고, 많은 기능이 떨어지는, 사회에 부담이 되는 존재로 전락해 버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젊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이 산에 올라가는 속도를 비교해 보면 분명히 젊은 사람이 빨라 보인다. 그러나 때로는 나이든 사람이 산정상에 먼저 와 있는 것을 보기도 한다. 인간의 창조기능은 육체적인 힘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수를 최소화하는 경험, 그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사물을 유추하는 지혜들이 더욱 중요할 때도 많다. 경험과 지혜는 나이가 들면서 더욱 풍성해진다고 할 수 있다. 노인을 65세라고 정의하는 것이 때로는 옳지 않다. 젊은 나이라고 하여도 목표를 상실한 무기력한 사람이라면 우리는 이러한 사람을 노인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인간답게' 살기를 원한다. 많은 사람들은 인간답게 살기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을 물질적 풍요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때로는 충분한 물질적 조건이면 목숨도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식주에 대한 강한 욕구가 없으면 인간은 나태해지기 쉽다. 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구현되는 사회를 누구나 기대한다. 그러나 '적절한 보상'이라는 기준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서 매우 다를 수도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회적 환경이 적절한 보상을 근본적으로 시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유, 어떤 자기합리화를 내세워서라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많은 편법들을 동원하고 있다.

돈이 많아지면 인간다워지는 것인가.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인간다운 삶'을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고 행동하는 수준으로 생각하면 충분하다. 우리 나라의 경제상황이 어느 정도 좋아지면서 여유있는 생활을 즐기려는 경향이 많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이용하여 최대한 즐기고 싶어한다. 이러한 주말 문화가 직장 근무의 질을 높여 주었는가. '월요병', '연휴증후군' 등은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가. 자기발전 또는 삶의 가치를 가장 확실하게 구현할 수 있는 곳이 자신의 직장이 아닌가. 자신의 직장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아서 이직을 고려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당면한 문제를 돌파하고자 하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이 있다면 거의 대부분의 문제들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서 보람을 찾는다면, 비로소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고민과 고통이 없이 가치있는 것을 얻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회피하려고 한다. 노인의 정의는 체력이 저하되는 것을 지칭하기 보다는, 문제해결에 대한 창의적인 발상을 하려는 의지의 유무가 더욱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젊은 노인'이 있으면 안되고, 사회환경이 '젊은 노인'을 만드는 분위기가 아닌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 연장은 반가운 일이고, 축하해야 될 일이다. 한편으로는 사회적 부담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인간답게 살기를 바라고, 그러한 사회가 이상적일 것이다. 노인 복지 문제로 벌써부터 첨예한 사회갈등이 잉태되고 있다. 수명이 길어지면 필연적으로 만성질환이 많아진다. 만성질환은 일종의 노화현상이니, 피할 수도 없다. 만성질환, 노화현상, 치매 등의 예방법은 대부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많이 움직이고, 일정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성취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것이 만성질환들의 최상의 예방법이다.

나이가 들면서 능력이 없다고 스스로 포기하고, 주위에 의존적이 되는 순간부터 노인이 돼버린다. 나이든 사람은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깊은 지혜를 가진다. 젊은 사람들과 경쟁적인 관계는 결코 아니다. 상호 보완적인 관계다. 나이가 들어도 있는 힘을 다하여 자신의 의미를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는 나이든 사람들이 경험과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인간다운 삶이 없는 노인을 많이 만드는 사회는 안된다.

/김광원 가천길병원연구원장, 당뇨내분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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