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68주년·코리아 고스트, 난민]2. 메솟 난민촌을 가다 - 2 변화 바람부는 난민의 도시

민주화 물결 기대감… 접경지 최대규모 경제도시 꿈꾼다

기획취재팀 기자

발행일 2013-11-04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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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와 태국의 국경지역인 메솟의 한 쓰레기 마을. 난민캠프에 들어가지 못한 불법체류자들이 악취가 코를 찌르는 쓰레기 더미속에서 생계를 위해 쓰레기를 주우며 살아가고 있다./임열수기자
유통매장 건설등 잇단 대규모 외부투자 생활문화 탈바꿈
국경무역 활기 외지인들 유입… 태국·미얀마무역로 부상

검문소 출입국시 불법체류민 뇌물상납 고리 '귀향 걸림돌'
카렌족 메솟중심 공동체 건설로 합법적 시민권 쟁취 온힘


급격한 정치·경제 변화를 겪고 있는 미얀마·태국의 관문 도시인 메솟(Mae Sot).

'난민의 천국'으로 알려진 메솟은 최근 난민도시에서 무역도시로 변모, 접경지 최대규모의 경제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메솟은 최근 대규모 유통매장 건립 등 대규모 외부 투자가 잇따라 진행되면서 전통·길거리 시장의 상가들이 문을 닫는 등 지역경제가 서서히 붕괴되고 있다.

반면 경제개혁개방에 맞춰 미얀마시장 진출에 나선 기업들의 잇단 투자는 메솟의 노동시장과 경제소비 패턴 등 생활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고 있다.

특히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정치·경제적 박해를 피해 메솟으로 내몰렸던 난민들은 본래 삶의 터전인 고향으로 귀환하거나 미얀마 인사이드로 들어가 새로운 삶의 공동체 건설을 모색하는 변화가 휘몰아치고 있다.

■ 메솟, 무역도시로 급부상

=메솟은 지난 1월 태국 북부지역서 가장 큰 유통물 매장인 테스코 로터스(Tesco Lotus)가 문을 연 데 이어 연말에는 우리나라 이마트와 유사한 홈프로(Home Pro)란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지역경제가 한파를 맞고 있다.

카렌족 등 난민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30여만명 규모의 접경도시 메솟내 시민들이 에스컬레이터 등을 갖춘 첨단쇼핑시설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교외지역의 학교와 유치원생들이 관람할 정도의 메솟 시민들은 변화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게다가 곳곳에 원스톱 쇼핑이 가능할 정도로 대형 마트가 잇따라 들어서는 등 기존 시장에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는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면서 지역경제 지형이 크게 뒤흔들리고 있다.

대규모 자본의 유입은 메솟 시민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물건 구매력을 갖게 해 물질적 지원을 받는 대상에서 소비주체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태국 지방정부로부터 노동허가(Work Permit)를 받지 못한 불법체류자나 ID를 발급받지 않은 난민(Undocument People)들은 유통매장 등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되거나 경제 생산수단이 전무, 밥벌이를 할 수 없는 이들로 전락하고 있다.

더욱이 난민도시에 합법적인 체류허가를 받은 외지인들이 대규모로 유입돼 난민보다 그 숫자가 많게 되면서 소유의 불평등으로 인한 빈부격차가 커져 새로운 사회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미얀마와 태국을 오가는 사람과 차량들로 북적이는 국경검문소.
■ 국경무역 성황, 노동이동 통로

=태국·미얀마 국경은 양국간의 중대한 무역로로 주목받고 있다.

오는 2015년께 인디차이나내 태국과 라오스·베트남·미얀마 등 아시안 10여개 국가의 경제가 단일 시장으로 통합되면서 국경무역 시장에서 간헐적으로 이뤄지던 교역이 전면 확대돼 국가간 무역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메솟서 불과 30여분도 떨어지지 않은 태국·미얀마간 국경의 검문소. 양국의 국경역할을 하는 작은 강을 가로질러 서 있는 고가도로 한복판에 세워진 국경 검문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미얀마와 태국을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로 붐벼 활기를 띠고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자유의 강이자 생명의 강이었던 국경도로를 따라 도달한 강끝 한쪽에 마련된 작은 선착장에는 LG TV 등 생활필수품 등을 안고 보트 배를 이용해 미얀마쪽으로 도강하는 이들로 가득 찼다. 태국으로 무단 도강해 국경 검문소로 건너갈 수 없는 불법체류자들도 미얀마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이 선착장을 이용한다.

예전에는 고무보트로 다녔는데 이젠 일반보트로 더욱 많은 사람들을 실어 나를 정도로 양국의 왕래는 날로 늘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양국 접경지역 시민들의 변화에 대한 기대는 높다.

   
▲ 태국 국경 메솟지역에 위치한 가장 규모가 큰 멜라캠프. 미얀마 군부의 학정과 생활고를 피해 국경을 넘은 카렌족 난민들이 현재 4만여 명이 살고 있다. 그 중 약 98%가 카렌족이다.
■ 새로운 생의 기로에 선 메솟 난민

=미얀마 정부와 8개 민족간 평화협정에 이어 전쟁종식을 위한 구체적인 협상 등 피스 프로세스(Peace Process)가 진행되면서 메솟을 중심으로 안전보장에 대한 미얀마 난민들의 열망이 매우 높다.

미국과 영국 등 일부 선진국들은 미얀마의 평화협상에 대한 기대로 난민들을 더 이상 자국으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메솟 난민들은 안전과 일자리, 교육 등의 여건이 보장되면 언제든지 귀향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메솟내 학교 학생들은 줄어드는 반면 미얀마 인사이드내 학생들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미얀마 민주화 등 정치·경제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미얀마 난민 혹은 노동자의 불법 체류에 대한 단속과정에서 경찰 등 태국당국의 부정부패도 한몫 하고 있다. 메솟서 50㎞ 정도 떨어진 포프라에서 도시로 오기 위해서는 검문소를 거쳐야 한다.

불법체류 난민들은 검문소마다 태국돈 100밧을 줘야만 무사할 수 있다. 또 정기적 단속과정에서 가족 1인당 100밧을 걷어 지역경찰에 상납하는 등 부패의 사슬고리가 너무 깊어 고통받고 있는 난민들에겐 귀향의 꿈은 너무 크다.

그러나 미얀마 난민들이 실제로 귀향하는 규모는 한정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TBC란 단체는 최근 미얀마 난민들이 얼마나 돌아갈 것인가란 질문에 그 규모는 큰 허수를 포함하고 있다고 다큐를 제작 배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 태국 국경지대 선착장에서 물건을 실은 사람들이 보트를 이용해 미얀마로 건너가고 있다.
■ 난민 2세대 공동체 건설

=메솟 난민촌으로 이전한 지 25년이 지난 카렌족들은 새로운 공동체 건설을 위해 나서고 있다.

카렌족 등 난민들이 현재는 메솟을 중심으로 4㎞에 걸쳐 태국·미얀마 인사이드 등에 거주해도 시민권이 없어 권리를 누릴 순 없지만 힘이 좀 더 커지고 정치에 참여하면 온전한 시민권을 누리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태국의 주요 정치 리더로 중국서 온 탁신이 큰 역할을 감당한 만큼 카렌족 등 난민들도 태국내에서 부를 축적해 교육하고 높은 계급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난민캠프 안에는 난민 2세들이 유치원과 초·중등 교육시설, 대학 등에서 카렌의 언어와 문화 등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교육을 받는 동시에 태국내 유명 의과·법학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 태국교육은 물론 영어까지 병행하고 있다.

태국 기독교 남부 노회는 최근 북쪽 치앙마이에서 800㎞ 떨어진 카렌교회를 정식으로 인정했듯이 태국내 비주류인, 소수자인 난민들도 힘이 생기면 언젠가는 주류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메솟서 차량으로 1시간쯤 이동해 만나게 되는 난민촌인 멜라캠프내 카렌족 난민들은 상업주의(Merchant), 미션(Missions), 군대(Military) 등 3M을 중심축으로 난민공동체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멜라캠프 사이먼 박사는 "미얀마 정부는 안전 등 아무런 보장도 없이 난민촌 캠프를 해체하라고 하지만 지금 당장 귀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태국내에서 힘있는 삶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주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메솟 난민들을 지원하던 국제구호단체들도 잇따라 미얀마 양곤으로 활동 근거지를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난민구호단체의 한 활동가는 "미얀마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접경지역에서 활동하는 국제구호단체들이 양곤으로 점차적으로 이동하는 추세여서, 자칫 메솟 접경지역 난민들에 대한 지원이 소홀해질 것이 우려되는 등 새로운 상황이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

   
▲ 메솟 난민촌 병원인 메타오클리닉에 입원한 한 난민이 치료를 위해 입원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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