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식 '정의로운 사회'

공정식

발행일 2013-11-05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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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국가가 더 지원하고 보호할때
'정의'에 더 가깝다
상식을 벗어난 상황이라면
그것은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정의를 왜곡하는 수작에 불과


요즘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의(正義)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곤 한다. 사실 정의를 부르짖는 것은 어찌 보면 정의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정의를 가장한 부정의(不正義)가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여기저기서 판을 친다. 특히 사회를 유지관리하는 국가제도 분야에서 눈속임식 행태들이 많이 발견되는데, 그 중에 하나가 범죄피해자보호라는 미명하에 시행되고 있는 허울뿐인 각종 제도들이라고 생각된다.

매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범죄건수는 200만건 내외이다. 그 중 강력범죄는 30여만건으로 점차 그 수가 증가추세에 있다. 대체로 한 건의 범죄사건에서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실제로 연간 범죄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의 수는 최소한 200만명은 훌쩍 넘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의(正義)라는 관점에서 볼 때, 범죄를 가한 사람보다는 범죄피해를 당한 사람에 대하여 국가와 사회가 더 관심을 갖고 그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가해자든 피해자든 가능한 둘 다 국가로부터 동등하게 지원받을 수는 있어야 그것을 우리가 '정의'라는 이름으로 견주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현실은 어떠한 지 보자. 범죄사건으로 범인이 체포되고 나면 범인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형사사법제도 안에서 인권보호를 받으며, 최대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국선변호인까지 국가로부터 지원받아 재판에서 피해자를 몰아붙일 수 있는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되고, 간혹 자유형을 선고받더라도 국가에서 제공하는 의식주를 누리면서 각종 교육과 직업훈련, 심지어 심리치료까지 받으며 자기계발을 할 수 있고, 출소 후에도 국가의 사후관리라는 갱생보호제도 덕분에 사회에 재적응할 수 있도록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아마도 국가에서 범죄인 1인당 출소전후 지원하는 국민세금은 연간 최소한 약 3천만원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금액은 평범한 직장인의 1년 연봉을 넘는 액수이다. 죄를 지은 자를 위해 선량한 국민이 내야하는 세금은 막대하다는 것이다.

이제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국가적 지원은 어떠한 지 살펴보자. 일단 피해를 당하더라도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종류의 범죄피해를 당해야만 그나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즉 범죄로 인한 신체손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 정도가 심각해야 하고 국가에 피해자가 신청을 해야 겨우 피해자지원 심사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경미한 신체손상, 재산피해, 교통사고피해 등은 아예 국가의 피해지원대상이 될 수 없다. 물론 국가예산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는 성폭력피해자 등에게 그나마 일부 의료비 등이 제공되고 있으나, 가해자에게 지원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눈가리고 아웅식 지원'이다. 특히 가족을 잃고 비탄에 빠진 살인피해유족들을 위한 국가의 회복적 지원은 더욱 허술하다. 일시적 지원금을 주고 나면 아예 그 이후부터는 이들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다한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이런 현실에서 피해자들이 갖게 되는 공통된 감정은 한마디로 국가와 사회에 대한 '분노'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일반국민들이 생각하는 상식적인 선에서의 '정의(正義)'는 무엇일까? 범죄를 행한 사람보다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국가가 더 지원하고 보호할 때, 그것이 국민이 생각하는 '정의'에 더 가깝다. 상식적이지 않은 '정의(正義)'는 '부정의(不正義)'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마치 추상적인 미사여구를 써가면서 '정의'를 표현하더라도 그것이 일반국민의 상식을 벗어난 양태를 가지고 있으면, 그것은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정의를 왜곡하는 수작에 불과한 것이다.

소위 '정의로운 사회'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상처를 회복해주는 따뜻한 사회이다. 가해자의 상처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피해자의 상처를 회복하는 것에 국가가 더욱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풍토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사회의 미래를 더욱 희망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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