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600·개항130 인천을 본다

[이름600·개항130 인천을 본다·6]제2의 개항을 꿈꾸다③ 인천 속 세계 (하)

함께 꿈꾸는… '남'에서 '우리'로

같이 성장하는… '이방인'에서 '이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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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에서 인천에 온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울타리 속에 갇혀 있지 않다. '이방인'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지는 못했지만,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은 '남'이 아닌 '우리'의 범주에 들어와 살고 있다.

이들은 인천사람들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공장 노동자, 한 남자의 아내로 온 외국인들은 인천에서 성장하고 새로운 꿈을 꾸기도 한다. 우리 이웃인 인천 속 세계 사람들의 삶과 꿈, 바라는 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 다문화 가정 돌보는 파키스탄 출신 목사



한국인 남편이 외국인 아내따라 영어 예배땐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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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출신 아킬 칸(45) 목사는 인천시 연수구 인천순복음하모니교회에서 '다문화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1995년 인천에 온 칸 목사는 한국인 아내와 가정을 꾸렸고 현재 13살, 8살 아들을 두고 있다. 아내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 교회 교인 중 다문화 가정은 약 30명이다. 그동안 이 교회를 거쳐 간 다문화 가정 수도 많다. 다문화 가정 중 이런저런 이유로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가정불화를 슬기롭게 극복한 것을 더 많이 지켜봤다.

칸 목사는 영어를 할 줄 모르는 한국인 남편이 교회에 나와 외국인 아내와 함께 영어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보면 '세상에 참 좋은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칸 목사는 여럿이 함께 식당에서 밥을 먹는 풍경을 보고 한국 문화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인천에서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 칸 목사 생각이다. 칸 목사는 "예전에는 (내가)지나가면 다들 오랫동안 쳐다보곤 했다.

공장에서 일할 때 차별당한 일들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면서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점점 더 인천이 다문화 사회가 돼 가는 것 같다. 어쩌면 20~30년 뒤에는 이민자 출신 대통령도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인 4역 우즈베키스탄 결혼이주여성

시부모님 모시는것 당연한 일… 경찰·병원찾아 통역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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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출신 샤흘로 나르츠(31·여)씨는 가정에서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또한 중고차 수출업체 과장으로 바쁘게 살고 있다. 샤흘로씨는 중고차를 러시아 또는 우즈베키스탄에 수출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샤흘로씨는 2008년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인 남편을 만났다. 한국에 와 결혼했고, 현재 두 아이를 두고 있다. 결혼 이후 지금까지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고, '시집살이'가 행복하다고 했다.

"우즈벡에서는 젊은 사람이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같이 살지 않으면 부끄러운 일이다. (시부모님이)오히려 우리를 많이 도와줘서 좋다"고 했다.

그녀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외국인이나 다문화 가정을 위해 통역부터 상담까지 다양한 활동을 한다.

경찰에서 통역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가천대 길병원 등에서 통역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돈을 잃어버리거나 사기를 당한 외국인은 샤흘로씨를 찾아온다. 또 출산을 앞둔 결혼이주여성과 함께 병원에 가 통역해 주는 것도 그녀 몫이다.

성공적으로 인천에 정착한 샤흘로씨도 '이방인'으로서 차별을 종종 겪는다. 최근 인천에서 자신이 탈 중고차를 고르면서 고생한 얘기를 들려줬다.

중고차 업자들이 허위 매물을 보여주면서 계약할 것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샤흘로씨는 "아직도 외국인을 상대로 한 차별이 많다"며 "이런 인식이 바뀌어 모두가 함께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슬람 문화 알리는 음식점 사장

한국사람도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점 만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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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출신 피라스 알코파히(43)씨는 터키·인도 음식점 '아라베스크'를 동인천역 부근과 연수구 옥련동 등 2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1999년 중고차 수출업체 바이어로 한국에 들어온 그는 2004년 동인천에 '사하라텐트'라는 음식점을 열었다 2011년 아라베스크로 이름을 바꿨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위치로 가게를 옮겼다. 그는 "이슬람 사람만 오는 음식점이 아니라 한국 사람도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1년 전 연수구에 아라베스크 지점을 냈다. 지금은 손님 중 절반이 아랍권 사람이고, 30%는 한국인, 20%는 비아랍권 외국인이다.

아라비아 또는 이슬람권 사원 등 건물에서 볼 수 있는 무늬를 뜻하는 '아라베스크'라는 상호는 인천에 이슬람 캘리그래피를 알리겠다는 그의 꿈과 맞닿아 있다.

그는 2009년 인하대 회화과에서 서양화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인천에 스튜디오를 짓고, 이슬람 캘리그래피(서예)를 전시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현재 한양대 박물관 이슬람 캘리그래피 전시회에서도 전시중인데, 그는 인천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회도 꿈꾸고 있다.

한국인 아내와 9살 딸을 둔 그는 다양한 축제와 봉사활동 등에 참여하며 시민들과 어울린다. 사회봉사 활동에 적극적인 그를 인천시는 명예외교관으로 임명했다. 피라스씨는 다음달 한국으로 귀화를 신청할 계획이다. 그는 "처음 인천에 왔을 때와 지금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며 "점점 더 사람들이 오픈 마인드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유학생 권익 보호하는 중국인 유학생

유학온지 4년… 누가 인천 좋지않게 말하면 기분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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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출신 유학생 전원(24·인하대 정치외교학과)씨는 '전한중국학인학자 연합회 경인지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 생활 4년차인 그는 자신을 '인천사람'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그는 "인천은 공항과 항만이 같이 있는 매우 특별한 도시이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도시"라며 "나는 이러한 인천과 인천사람들을 사랑하고, 누가 인천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하면 기분이 나빠질 정도"라고 했다.

그가 소속된 '전한중국학인학자 연합회'는 우리나라 88개 대학 중국인 유학생이 참여하는 단체다. 그는 "학교가 달라 자주 만나서 활동하지 못하지만 계절마다 자원봉사와 농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유학 온 중국 학생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많은 숫자의 중국인 유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데, 업주들의 횡포가 심하다는 것이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 없는 중국인 유학생의 처지를 악용해 힘든 일은 중국 학생들에게만 시킨다"며 "한국 학생에 비해 임금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들에 맞서 싸우고 있는 유학생들을 도와주고 있다. 유학생들을 위해 법적인 대응책을 확인하고,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항의하는 등의 행동이다.

전원씨는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중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며 "우리가 자발적으로 이들의 시선이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언젠가 우리를 따뜻하게 바라봐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협동조합 운영하는 외국인 노동자 멘토

외국인 노동자 지역사회 일원으로 어떻게 받아줄지 고민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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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출신 소모뚜(36)씨는 1995년 외국인 노동자 신분으로 한국에 왔다. 그는 2007년 동료 외국인 노동자들이 만든 사회적 기업 '몽땅'에서 일하며, 이곳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또 부평구에 위치한 협동조합형 기업 '브더욱 글로리(Padauk GLORY)'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남동국가산업단지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소모뚜씨는 동료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브더욱 글로리에서 그는 노동자들의 애로사항을 상담하고, 이들을 구제해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소모뚜씨는 "한국 사회는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그들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어떻게 받아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다"고 했다.

소모뚜씨는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는 모습을 많이 지켜봤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그들 대부분이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지 못한 채 떠난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사회활동을 벌이고, 수익금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게 되면 이주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것"이라며 "최근에는 방글라데시 이주 노동자들이 도움을 요청해 그들의 '멘토'가 되고 있다"고 했다.

글 = 홍현기·김주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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