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고스트, 난민]2. 메솟 난민촌을 가다 - 4 미얀마 민주인사·국내난민(IDPs) 실태

돌아온 망명객 불법체류 신세 '갈길 먼 민주주의'

기획취재팀 기자

발행일 2013-11-11 제18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 미얀마 정부와 소수민족간의 평화협정을 위한 기본합의는 이뤘지만 갈등은 여전해 사회 곳곳에서 국내 난민이 발생되고 있다. 미얀마 양곤 외곽 도심지역 아파트촌 옆 쓰레기장 위에 난민촌이 형성돼 있다. /임열수기자
UN 등 국제사회 권고로 개혁개방 '손짓'
정치범 안전보장 불구 신분증 발급 외면
태국 국경지역 소수민족 감시·탄압 여전
이슬람·불교도 충돌 14만여명 난민 신세


장기간의 군사독재로 경제제재 등 국제사회로부터 큰 압박을 받아왔던 미얀마.

최근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셰인 대통령이 이끄는 미얀마 정부는 언론 및 선거, 집회의 자유를 되돌려 주는 민주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사회개혁 정책을 담은 3단계 발전방안을 내놓고, 다양한 경제자유화 정책을 구사해 시민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

동시에 미국의 경제봉쇄 해제를 필두로 한 해외자본 유치 및 투자촉진 등 국제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경제개혁개방 정책을 잇따라 선보여 국제사회로부터 정권의 정당성을 이끌어 내고 있다.

민족갈등을 끝내기 위한 전쟁 종전 선언 후에 평화협정 체결에 들어가는 한편 정치 양심수 석방 등 민주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들은 미얀마가 좀 더 강도높은 개혁을 이뤄내기 전에는 지원을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얀마·태국 국경지역 등 해외 정치 망명객이나 국내 정치 양심수 등에 대한 완벽한 자유화 조치 대신 감시·탄압이 성행하고 있다.

또 미얀마 서부 라킨주에서 불교도와 이슬람교도 사이의 폭력사태를 무력으로 해산시키는 등 정치를 비롯 사회 곳곳에서 국내 난민(IDPs)을 무더기로 양산, 인권침해가 여전히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 양곤시내에서 시민들이 트럭을 개조해 만든 만원버스에 매달린 채 귀가하고 있다. /임열수기자
■ 정치난민, 아직도

=미얀마 정부는 정치적 양심수를 전원 석방키로 했다. 미얀마의 민주화 공고화와 민족간 화해를 앞당기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UN 등의 주문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귀환한 민주화 인사와 방면된 정치 양심수들이 정치와 공공 영역에서 건설적이고 활동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만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우선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을 훼손당하거나 공정한 재판조차 받지 못한 정치 양심수들은 4천명 전후로 추정된다.

반정부 활동으로 실종된 정치범까지 포함했을 때 정확한 규모는 전혀 알 수 없다는 게 인권단체의 전언이다.

경인일보 취재진은 양곤서 1시간가량 차량으로 이동, 상당수의 정치 양심수들이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감옥 앞까지 갔다.

   
▲ 양곤역에서 탑승한 시민들이 시내 순환열차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어떠한 조건도 없이 정치 양심수를 풀어주라는 요구를 아직까지 외면하고 있었다. 삼엄한 경계로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아 형무소 근처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군사정부의 인권훼손과 과거의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있는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20여년 만에 방면된 정치범들은 가족조차 찾지 못하거나 생계조차 제대로 잇지 못하는 등 사회 재정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군부독재를 피해 외국으로 떠났던 '망명자들의 귀환 러시'도 25년여 만에 시작되고 있다. 미얀마 정부는 망명객들에게 '블랙 리스트를 없애겠다'며 신변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선언, 입국허가를 내주고 있다.

하지만 엘리트 망명객들의 귀환은 결국 미얀마 개혁 민주화의 또 다른 바로미터로 정치·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만큼 군부들은 사회적 혼란이 올 것에 대비, 크게 긴장하고 있다. 현 정부는 망명객들에게 입국은 허용했지만 신분증 발급을 외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얀마로 귀환한 민주화 인사들은 신분증을 획득하지 못해 정치난민으로 전락, 사회개혁 활동 등을 하다 적발되면 즉시 재구금될 가능성이 커 또다시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다.

미얀마의 반체제 인사들은 출국할 경우 당국이 입국을 허용치 않을 것을 우려해 외국에 나가지 못한 채 스스로 미얀마라는 거대한 감옥에 갇혀 있는 이들이 대다수다.

한편 지난 20여년간 철권통치로 수만명이 미얀마를 떠나면서 말 그대로 대규모 '두뇌유출'이 이뤄진 상태에서 미얀마 정부는 지난 20여년간 외국에서 공부, 연구해 온 학자들과 각 분야 전문가들의 경험을 경제 개발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복안이 숨겨져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한다.

   
▲ 미얀마 정치 양심수들이 갇혀 있는 양곤의 형무소.
■ 주요 분쟁지역 국내 난민(Internal Displace Peolpes) 양산 중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 중부 메이크틸라, 샨주 라시오 등 최근 종교분쟁 발생 지역과 오랫동안 정부군과 반군이 교전을 벌이고 있는 카친주 등 주요 분쟁지역에서 대규모 국내 난민이 발생, 인권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미얀마 주요 분쟁지역인 라카인주와 카친주의 난민만 각각 11만여명, 3만9천여명으로 모두 15만여명에 달한다.

라카인주에서는 지난해 소수 이슬람교도인 로힝자족과 주류 주민인 불교도가 두 차례 유혈 충돌해 200여명이 숨지고, 10만~14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메이크틸라도 올해 3월 이슬람교도와 불교도 사이의 유혈 충돌로 40여명이 숨졌다.

카친주는 지난 2011년 6월 정부군과 반군인 카친독립군(KIA) 사이에 휴전 합의가 깨진 뒤 발생한 전투가 현재까지 계속되면서 교전지역으로 남아 있다.

미얀마 민간 평화과정감시 단체인 '미얀마평화모니터'는 올해 보고서에서 정부군과 KIA의 교전으로 카친주에서 난민 10만여명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미얀마 정부와 카렌 등 소수민족간 평화협정을 위한 기본적인 합의에 도달했지만 현재까지 무장해제 등 세부적인 사항에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해 무장한 소수민족과의 갈등은 여전하다.

정부군의 위협에 산악지대로 도망간 상당수의 소수민족들은 사실상 '국내 난민'으로 전락한 상태여서 민족간 화해를 전제로 한 소수민족의 기본적인 인권보장과 차별금지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조속히 선결되지 않는 한 난민 문제 해결은 어렵기만 하다.

   
▲ 양곤 시내서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노점상을 하는 한 여인
■ 무국적 체류자 로힝자족, 대규모 난민

=로힝자족은 미얀마내에 일시적으로 거주하는 무국적 체류자다. 로힝자족 무슬림들은 독립국가 건설을 약속받는 대가로 영국의 미얀마 지배에 협조해 왔다. 미얀마인과 네윈 군사정부가 로힝자족을 매우 증오하게 된 이유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1961년 로힝자족이 집중 거주하는 마웅도(Maungdaw), 부디다웅(Buthedaung), 로디다웅(Rathedaung) 등지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 없도록 자유를 박탈했다.

이어 군사정부는 1962년 미얀마어와 버마족, 불교 등으로 단일국가를 만드는 반면 다른 소수종족은 강압적으로 흡수통합 정책을 추진했으나 무슬림은 완전 배제됐다.

이와 함께 비상이민법(1974)과 나가밍 프로그램(1977)에 이어 버마시민법(1982)에 따라 로힝자족은 국내에 무단 월경한 무국적자로 규정됐다. 신군부정권(1988~2011)에선 로힝자족에 대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실시해 대규모 난민만 양산시켰다.

이 같은 봉쇄 정책에 미얀마 독립 후 로힝자족은 무슬림 자치주 건설을 표방하고 이슬람정당을 창당하는 등 독자활동을 모색했으나 공산당과의 연대 이유로 정부군의 대규모 공세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탄압을 받아왔다.

로힝자족은 1964년 이래 무장단체를 결성, 내부 분열로 명맥만 간신히 유지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로힝자족은 미얀마내에서 또 하나의 섬으로 전락한 무국적 난민인 셈이다.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 장준영 책임연구원은 미얀마 주간 브리핑에서 "미얀마정부에 의해 주도되는 개혁은 군부의 장기집권을 위한 전략적 측면의 자유화 조치로 해석되는 만큼, 여전히 인권과 민주주의를 우선시 하는 국제 NGO나 해외 망명객들은 미얀마 민주화 전망에 부정적이다"고 진단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