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또 다른 조건

김광원

발행일 2013-11-1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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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원 가천길병원연구원장, 당뇨내분비센터장
통일 걸림돌, 주변 강대국 얽힌
지정학적 특수성도 있지만…
역사상 대제국 조건은
다양한 문화·종족 포용이 필수
사회갈등 조화롭게 승화시켜
민족 정체성 이해까지 고려해야


통일은 반드시 해야 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통일을 위하여 준비해야 할 일들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흔히들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로 우리 나라의 지정학적 특수성과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 얽힌 이해 관계를 이야기한다. 주변국들을 설득하여,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또한 남북간의 경제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다. 문화의 동질감을 찾기 위하여 통일된 우리말 사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남북한의 정치제도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된다고 한다. 참으로 극복해야 할 많은 문제들 때문에 아예 논의를 회피하는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는 이러한 많은 문제점들이 극복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통일해야 된다. 위에 열거한 문제들은 어렵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것들이다. 이것들 만으로 충분한가.

현재 우리 사회는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직업간 등 나와 다른 사람과의 갈등이 매우 심하다. 이러한 사회갈등으로 생기는 비용과 인간성의 황폐화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매우 중요한 문제중 하나이다. 우리의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서 외국에서 거주했던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옮겨와서 살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해서 사는 사람도 있고, 외국 국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 탈북한 '새터민', 중국과 만주에서 들어온 '조선족', 중앙아시아에서 들어온 '고려인' 등 여러 경로가 있다. 이들은 한국인의 혈통과 문화의 뿌리를 그대로 간직한 우리와 동일한 족속이다. 단지 불행했던 우리의 역사 때문에 흩어져 살 수밖에 없었던 고난을 가득 짊어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들이 상당한 기간 우리와 달리 살았기 때문에 이미 우리와는 정서적으로, 문화적으로 다른 이질적 집단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나라에는 다문화 가정, 외국인 노동자들의 숫자가 이미 백만을 넘어섰다. 피부, 언어 그리고 문화가 다른 이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지금은 언감생심이다. 이들 모두는 우리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조화롭게 살 수 없는 사회적 환경이라면 어떻게 통일을 논할 수 있을까. 사람이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전제는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다. 나와 다르다고 하여 틀린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 사회는 '다르다=틀리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역사상 대제국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다양한 문화와 종족을 함께 수용할 수 있는 '관용과 포용'이 사회의 분위기였다고 한다. 갈수록 다양해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갈등을 조화롭게 승화시킬 수 있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통일을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 생각한다.

또 다른 하나는 통일의 당위성과 필연성을 확실하게 이해해야 한다. 영토의 확장을 위하여 통일이 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고, 정치 경제적인 강국이 되기 위해서라고 할 수도 있다. 상당한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이것을 일반화 시키면, 그것은 침략일 수도 있다.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일리가 있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한 설명만으로는 통일의 당위성과 필연성을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허전해 보인다. 우리는 같은 민족이 될 수밖에 없는 민족의 정체성을 역사에서 찾아야 한다.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단지 사건의 나열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다.

수 많은 침략과 방어의 혼돈 속에서 일시적으로 흩어졌다가도 다시 뭉쳐, 동일한 문화를 이어가면서 한민족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이 것에 대한 해답은 역사 속에 있다.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단지 우리의 역사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주변국들과 어떠한 역동적 관계에 있었는가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올바른 역사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이해하지 않고는 우리는 주변국들과의 관계설정에 당당할 수도 없고, 우리의 정당한 몫을 찾을 수도 없다. 주변국들의 눈치만 보는 허약한 민족으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통일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 이것들에 더하여 '관용과 포용'을 연습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역사인식에 대한 공부'도 함께 고려해야 할 조건들이라고 생각한다.

/김광원 가천길병원연구원장, 당뇨내분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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