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취업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불황터널 이리저리 뛰는 학생들 보면 안쓰러워

상아탑, 기업 인력공급처로만 인식땐 슬픈 일

그래도 인생과정 치열하게 고민 먼 미래를 보자
취업 시즌이다. 올해의 막바지 취업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해가 갈수록 취업이 어렵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경쟁률은 수십대1을 넘어, 100대1을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공무원 시험은 수백대1이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조사 결과 올해 신입사원들의 대기업 평균 경쟁률은 31.3대1이다. 중소기업은 6대1로 대기업 선호현상이 여전하다. 무선통신 대기업 L사는 100명 모집에 1만8천명이 응시해 180대1의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경쟁률만 봐도 으스스하다.

대학을 졸업하면 경제적으로 독립해 사회적 기반을 잡아가는 게 순리다. 부모들 역시 자녀의 취업 걱정에 노심초사한다. 취업을 할 때까지 뒷바라지를 계속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때로는 기성세대와 신흥세대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IMF 이전만 하더라도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큰 어려움없이 괜찮다는 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IMF 이후 한국 경제가 내리막 길을 걸으면서 대학과 사회구조 등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지원자가 폭증하다보니 주요 기업들은 취업준비생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다양한 스펙을 요구하고 인·적성검사 등 각종 시험을 부과한다. 그래서 입사시험준비를 하는 사설학원도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대학입시 이상의 또다른 시험이 청년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대학들도 비상이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교육부의 대학평가 지표에 취업률 통계가 20%를 차지하면서 졸업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를 기준으로 부실 대학이 가려지고 각종 정부 지원에서도 제외된다. 각 대학들이 마음을 졸이는 이유다. 그러나 학생들이 갖고있는 취업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크다보니 성과가 생각만큼 나타나지 않아 대학이나 학생, 모두의 고민이 크다.

대학도 시대에 맞춰 발빠르게 변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의 모든 역량을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생산·공급'하는 것에 집중해서는 곤란하다. 요즘처럼 취업이 어렵다고 해서 대학을 취업학원이나 기업의 인력공급처로만 인식한다면 슬픈 일이라는 의미다. 대학은 진리 탐구의 이념을 바탕으로 하여 학문 연구와 교수 활동이 이뤄지는 고등교육기관이라는 본래 의미를 잊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인문학적 소양을 비롯한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만 진정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어느 시중은행 입사서류는 오로지 졸업장이었다. 읽은 도서를 중심으로 토론을 통해 신입 행원을 선발했다. 인문학적 소양을 중요하게 여기는 신선한 발상이었다. 반응도 좋아 이같은 전형방법은 점차 기업에서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현대는 100세를 살 수 있는 시대다. "청년들이여, 당장의 취업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마라! 가슴을 활짝 펴고 미래의 꿈을 펼쳐라"하면서 나는 아직도 학생들에게 책을 많이 읽고,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데 젊음을 투자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일을 하며 살 것인가? 나는 이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무엇때문에 대학에서 학문을 하는가?'

젊은이들이 자신에게 해야 할 끝없는 질문이다. 취업뿐만 아니라 취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평생 본인에게 던져봐야 하는 질문이다. 인생의 한 과정을 겪고있는 때다. 가슴쓰린 추억이, 때로는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도 있다. 이 과정은 지나갈 것이고 지나가면 또 그리워지는 게 젊음이다. 당장에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는 것은 20대 젊음의 특권이다. 가슴을 활짝 펴고 머나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자.

/이준구 경기대 국어국문학과교수,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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