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600·개항130 인천을 본다·6]제2의 개항을 꿈꾸다④ 국제기구 메카, 송도

날아올라, 세계로…"인천, 제일 잘나가"

김명호 기자

발행일 2013-11-14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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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CF사무국 지원을 위한 본부협정 서명식.
관광산업, 컨벤션, 숙박업… 브뤼셀·제네바같은 선진 국제도시들이 지향하는 '서비스업 중심 경제구조' 따라 갈 수 있는 계기

'시장 치적쌓기용' 과거 전시용 기구 내실문제 제기
작년 10월 GCF본부 유치 '환산못할 유무형 효과'
유네스코지정 2015 세계 책의 수도 선정 승승장구


지난해 10월 20일 오후 GCF(녹색기후기금) 2차 이사회가 열리고 있는 송도컨벤시아에서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환경분야의 세계은행이라 불리는 GCF 본부 유치 도시가 결정되는 순간, "인천이 해냈다" "한국이 세계 환경 어젠다를 선점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는 목소리가 회의장 곳곳에서 들려왔다.

산업단지가 많은 탓에 공업도시, 회색빛 도시 등으로 타지 사람들에게 각인돼 왔던 인천이 세계 환경 이슈를 선점하고, 이를 통해 도시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순간이었다.

구호로만 앞세웠던 '국제도시 인천'이란 말이 이제는 말이 아닌 현실이 돼 인천시민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GCF 본부에 이어 최근에는 세계은행 한국사무소까지 유치한 인천은 또 다른 꿈을 꾸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개소식.
# 국제기구 하나가 도시를 바꿀 수 있다

지난해 인천이 GCF 본부를 유치한 이후, 당시 이 업무를 담당한 청와대 관계자는 "인천이 제2의 개항을 맞고 있다"고 표현했다.

1883년 인천항이 제물포조약(조선과 일본이 1882년에 체결)에 의해 개항된 이후 지금의 중구 신포동 일대에는 일본·청나라·러시아 등 각국 사람들이 거주하는 조계지가 형성됐다.

외세에 의한 강제적인 개항이었다. 하지만 당시 인천으로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와 경제, 도시계획 기술 등이 유입됐고, 이는 인천의 근대화를 앞당기는 데 큰 구실을 했다.

철도, 우편, 전화, 통신, 등대, 기상 관측, 호텔, 정미소, 서양식 건물 등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제도와 문물이 인천으로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이에 따라 인천에는 타 시도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자리가 창출됐다.

   
▲ GCF 사무국 유치 이후 송영길 인천시장과 이명박 대통령 등이 내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인천이란 도시의 근간을 바꿔 놓은 일대 변혁이 일어난 것이다. GCF 본부 유치 당시 청와대 관계자가 인천의 개항을 언급한 것도 바로 이런 부분에 있다.

지금까지 제조업이 근간이 됐던 인천의 경제·사회 구조를 GCF 같은 국제기구가 탈바꿈시킬 수 있다고 그 청와대 관계자는 내다본 것이다.

실제로 GCF는 2020년부터 매년 1천억 달러의 환경기금을 마련해 개발도상국의 탄소 저감을 위한 직·간접적인 지원을 해주게 된다.

환경기금이 몰리고 이를 타내기 위해 각국 정부 관계자들이 앞다퉈 송도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유·무형 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관광산업부터 컨벤션, 숙박업에 이르기까지 벨기에 브뤼셀이나 스위스 제네바같은 선진 국제도시들이 지향하고 있는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인천도 뒤따라 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 송도 G타워에서 각종 국제기구가 입주할 유엔공관 개소식.
# 인천 국제기구 유치 역사

인천시는 2006년부터 국제기구 유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송도국제도시(경제자유구역) 개발이 속도를 내던 당시 인천은 UNAPCICT(아·태 정보통신기술 교육원) 유치를 시작으로 UNESCAP(아태 경제사회위원회 동북아지역사무소), NEASPEC(동북아 환경협력프로그램) 사무국, UNISDR(유엔 재해 경감 국제전략) 동북아사무소 등 10여개 기구를 유치했다.

문제는 내실에 있다. 인천이 과거 유치했던 이런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상주 인원은 적게는 1명에서 많아야 15명 수준으로, 우리가 기대했던 만큼의 국제기구 유치 효과는 가져오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인천시가 전시용으로 연락사무소 수준의 기구를 유치한 후 시장(市長) 치적 쌓기에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었다.

정부는 국내에 있는 41개 국제기구 중 소규모(상주 근무인원 10명 이하) 기구가 73%를 차지하고 있어, 이로 인한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인천이 GCF 본부와 세계은행 한국사무소를 유치한 이후, 인천의 발전 가능성을 이런 대규모 국제기구에서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은 GCF 직원 500명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상주할 경우, 3천800억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헬라 체크로흐 GCF 초대 사무총장은 "GCF를 비롯한 인천시의 국제기구 유치 전략은 도시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촉매제로 활용될 것"이라며 "인천이란 도시의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고 차세대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IMF(국제통화기금), WTO(세계무역기구) 등과 함께 3대 국제경제기구로 꼽힌다.

180여 개 회원국을 보유한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국제금융기관이다. 세계은행 한국사무소는 GCF 기금을 3년간 위탁 관리하게 된다.

인천시는 유엔개발계획(UNDP) 산하 기관으로 한국·북한·중국 인근 해양생태계를 연구하는 황해광역해양생태계(YSLME),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인천은 유네스코 지정 '2015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됐다. 또 유네스코, 유니세프, 세계은행, 유엔개발계획, 유엔인구기금이 주최하는 '2015 세계교육회의' 개최 도시로 결정됐다.

이번 세계교육회의에는 190여개 유네스코 회원국 고위 관료, 200여개 국제기구 사무총장, NGO·전문기관 대표 등 약 1천5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 GCF 사무국과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등 각종 국제기구가 입주할 송도 G타워 전경.
# 국제기구로 세계에 이름 알리는 인천시

지난 7월 독일 본에서 만난 스테판 바그너 본시 국제기구 유치 국장은 "이전에는 인천이란 도시를 잘 알지 못했지만, 지난해 10월 GCF 본부 유치를 두고 인천과 경쟁할 때 인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국제도시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본에는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사무국을 비롯해 고래보호협정 사무국 등 유엔 환경관련 주요 기구 18개가 모여 있다. 본은 GCF 본부 유치를 두고 막판까지 인천과 경쟁했던 도시 중 하나다.

바그너 국장은 "그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국제기구를 유치해 많은 외국인들이 도시로 몰리게 하고 그들이 도시에서 보편적인 문화를 이루고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국제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본부와 의회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의 경우, 인구 110만명 중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외국인이 20만명에 이른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이름조차 낯설었던 브뤼셀이란 도시가 국제도시로 명성을 날리게 된 것도 이런 국제기구 유치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브뤼셀 자유대학(VUB)에서 도시 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에릭 코리언 교수는 "중화학 공업 중심 도시였던 브뤼셀은 1970년부터 경제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수많은 국제기구를 유치하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벨기에 전체 GDP(국내 총생산)의 5% 가량이 이런 국제기구 유치로 파생되는 경제적 효과"라고 말했다.

글 = 김명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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