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프로야구 10구단 KT 초대 사령탑 조범현 감독

훈련만이 살 길… 선발기준은 '얼마나 절박한가'

김종화 기자

발행일 2013-11-20 제9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 경기장에서 냉철한 승부사인 조범현 KT 감독은 경기장 밖에서는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편안한 인상을 줬다. 1차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조 감독은 선수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기 위해 열정을 쏟아붓고 있었다.
■남해 전지훈련을 평가한다면

프로다운 선수단 분위기 형성 '목표'
하루종일 고강도 특타·수비훈련 집중

■NC 김경문 감독과의 관계는

아마시절부터 프로에서까지 한팀
숙명적 라이벌보다 발전적 친구다

■신흥 명문구단으로의 향후 행보

애리조나 캠프서 전술 시스템 구축
잠재력 갖춘 선수들에게 기회줄 것


"강도 높은 훈련은 프로선수다운 기술과 정신력을 만들어 줄 것이다."

프로야구 제10구단 KT 초대 사령탑을 맡은 조범현 감독이 45일간의 경상남도 남해 전지훈련을 마쳤다. 남해 전지훈련은 110여일간 진행되는 KT의 첫 번째 전지훈련 프로그램이다.

조 감독은 명문 구단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남해 전지훈련을 시작으로 미국 애리조나, 대만 등으로 이어지는 장기 전지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고교와 대학 졸업 선수들로 구성된 KT 선수단이 프로다운 모습을 갖출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훈련 지상주의를 표방하는 조 감독식 훈련 성과는 이미 SK와 KIA에서 입증됐다.

하위권의 대명사였던 SK는 조 감독식 훈련을 통해 2003년 정규리그 2위에 올랐다.

특히 김성근 감독이 SK를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3회 우승을 일구며 신흥 명문구단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도 앞서 사령탑을 맡았던 조 감독이 유망주들을 잘 조련했기 때문이라고 야구계에서는 말한다.

조 감독은 2009년 KIA의 통산 10번째 우승을 이끌었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명장 대열에 올라섰다.

명장 조범현 감독에게 신흥 명문구단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KT선수단의 훈련과 향후 행보에 대해 들어봤다.

#팀 분위기 형성을 위해 시작된 남해 전지훈련

조 감독에게 45일간의 남해 전지훈련을 평가해 달라고 하자 '분위기 형성'을 꼽았다. 그가 말한 '분위기'는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 '프로팀에 걸맞은 선수단 분위기', '해보고자 하는 의욕이 넘치는 분위기' 등이다.

조 감독은 "남해전지훈련의 1차 목표는 애리조나 캠프에서 진행될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드는데 있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프로야구단다운 선수단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남해전지훈련을 진행한 이유를 전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 대부분은 고교와 대학 졸업 유망주들이다. 이들은 학교 학사일정과 운동을 병행했는데 이제는 운동에만 집중해야 한다. 아침부터 시작해 저녁까지 진행되는 훈련에 적응해야 하고, 그 훈련을 통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키워야 한다.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남해 전지훈련이었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은 "선수들이 프로선수다운 마인드를 가지지 못했던 것처럼 팀도 마찬가지였다. 전지훈련이 시작되던 10월 초에는 코칭스태프와 훈련을 도울 지원 프런트가 완벽히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캠프를 하면서 코치들이 한명 한명 합류했고, 안정을 찾아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5일간의 남해 전지훈련 진행 상황을 들어보면 훈련은 제대로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 선수들은 제93회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했고, 또다른 일부는 청소년대표로 선발되어 태극마크를 달고 팀을 떠나 있었다. 그나마 팀에 남아 있었던 선수들도 아마추어 시절 무리하게 경기에 출장해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기에 힘든 상황이었다.

조 감독은 "남해 전지훈련을 구상하며 선수들 명단을 봤을 때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알다시피 우리 팀의 유망주 중 하나인 심재민 같은 경우 팀에 합류하기 전에 수술을 했고 박세웅도 전국대회 뿐 아니라 청소년대표로 국제대회까지 잇따라 출전해 어깨에 무리가 가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두 명을 예로 들었지만 두 선수 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아마추어 팀에서 너무 많이 출장해 몸에 무리가 가 있는 상태여서 투수들은 아예 볼을 던지지 못하게 했다. 당장 볼을 던져 내년을 준비시키는 게 아닌 2015년 그리고 그 이후에 팀에서 역할을 맡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선수들을 이런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야수들의 경우 아침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특타와 수비훈련을 강도 높게 소화하도록 했다.

선수들은 9시에 야간 훈련을 마친 후 씻고 간식을 먹으면 바로 잠들 정도로 훈련이 힘들었다고 말한다.

   

#희망의 땅 애리조나에 대한 고민

조 감독은 "남해 1차 캠프가 체력과 팀 분위기를 만드는데 중점을 뒀다면 애리조나는 팀 전술적인 부분과 선수 개개인의 기량을 성장시키는 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포지션 윤곽이 나오면 우리 팀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전술적인 부분도 만들어야 한다.

바로 이런 부분을 만드는 시기가 애리조나 캠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조 감독은 "프로선수로서의 자세, 마음가짐 같은 정신교육도 애리조나에서 시키게 된다. 자기 자신에게 야구에 대한 마음이 확실히 설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5개월여간 진행되는 전지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 방침이 세워져 있지만 조 감독의 고민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선수들의 미래 때문이다.

조 감독은 "앞서 창단한 NC를 보면 신생팀 선수지원 방안으로 진행되는 구단별 20인 보호선수 외에 1명씩을 지명할 수 있는 특별지명으로 영입한 선수들이 1군 엔트리에 많이 포함됐다. 이로 인해 창단 멤버들은 1군에 많이 데뷔하지 못했다. 지금 뽑은 선수 중에서도 1군에서 뛸 수 있는 선수가 나와야 하는데 고민이다"고 말했다.

이어 조 감독은 "현재 주축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야수 1~2명 정도 보이고 투수도 몇 명 있는 거 같다. 애리조나 캠프에서 잘 조련해 팀을 이끌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이 나오도록 하겠다"며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는 "NC가 지난해 2군에서 선발투수로 고정으로 5명을 쓰면서 총 14명이 마운드에 섰다.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지 않고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구단에 2군에서 던질 수 있는 용병도 요청했고 선수들을 넉넉히 준비해서 운영하자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잠재력에 희망을 걸다

야구팬들이 조범현 감독을 이야기할 때 2가지를 떠올린다. 하나는 전술 능력이 뛰어난 것을 빗대어 '조갈량', 선수들에게 훈련을 많이 시킨다고 해서 '훈련 지상주의'다. 남해 캠프에서 만난 조 감독은 여기에다 하나 더 추가 시켰다. 바로 '절박함'이다.

조 감독은 "훈련만이 살길이다. 훈련도 시켜서 하는 게 아닌 스스로 해야 한다. 야구를 하겠다는 절박한 마음이 필요하다"며 "선수 선발에서도 '야구에 대한 절박함'이 보이느냐가 가장 중요한 선발 기준이다"고 전했다.

그는 "프로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가 몇 되지 않는다. 훈련을 통해서 프로로서의 필요한 기량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야구에 대한 절박한 마음이 없다면 얼마나 성장하겠나. 이 길만이 내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야구에 대한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 선수들은 돌려보낸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감독은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게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 선수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와 팀에 무엇이 필요하냐를 고려해 선수에게 역할을 준다. 필요하다면 포지션 변경도 과감하게 진행하고 있다.

포지션 변경이라는 위험한(?) 결정을 할 때는 코칭스태프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선수의 의견을 들어 결정한다.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한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NC 김경문 감독은 라이벌?

조 감독에게 김경문 감독과의 관계를 물으면 항상 돌아오는 답이 "배울 것이 많은 지도자"라는 답변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조 감독에게 김 감독과의 관계에 대해 묻자 "또 묻냐. 매번 같은 대답을 하는 것 같은데…"라며 말을 시작했다.

조 감독은 "주변에서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프로까지 같은 팀에서 있었고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도 했기 때문에 숙명의 라이벌이라고까지 말한다. 하지만 밖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김 감독과는 라이벌 관계보다는 좋은 친구관계다"며 "사실 선수 때도 친했고 감독으로 선임되면 서로 전화해서 격려해 주기도 하는 그런 좋은 관계다"고 전했다.

그는 "(김 감독은)팀을 잘 만드는 감독인 거 같다. 두산에서도 그렇고 NC에서도 입증하지 않았나. 야구의 흐름을 바꿔 놓은 감독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평가했다. 이어 조 감독은 "김 감독을 라이벌로 의식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동반자적인 관계로 생각한다.

팀을 꾸리면서 먼저 신생팀의 감독직을 맡은 김 감독이 어떻게 팀을 만들어 왔는지 과정도 많이 참고했다.

앞으로도 김 감독에게 스스럼없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만나서 물어 보려고 생각한다. 경쟁을 통해 서로 발전해야겠지만 숙명적인 라이벌보다는 발전적인 라이벌 관계로 보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남해/김종화기자

김종화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