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피해자가족 회복 법률제정 촉구

공정식

발행일 2013-11-26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
딸이 살해된후 무기력하게
술에 의존하게 된 아버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어머니,
동생이 희생돼 자살한 형제들…
피해입은 가족들 비참한 삶
이제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인류의 역사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악한 범죄행위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한다. 그 중 하나는 성폭력이고 나머지 하나는 살인이다. 성폭력은 '영혼의 살인'이라 하여 여러 특별법을 두고 갈수록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

여기서 굳이 성폭력과 살인의 경중을 따질 필요는 없으나, 살인행위는 인간의 생명을 완전히 박탈한다는 점에서 생존조차 불가능한 흉악한 범죄이다.

국내에서는 살인범죄가 연간 1천여건이 발생하고 있지만, 성폭력피해와는 달리 살인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점에서 자기의 피해를 스스로 증언할 수 없고 그래서 오히려 쉽게 잊혀지고 직접 피해자가 호소할 수 없으니 그 가족들은 살해된 가족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한 채 사건에 개입하고 대부분 생계조차 미루고 모두 나서서 억울한 피해자를 위해 변호사를 대동한 피고인과 맞서 참고인 자격으로 법정투쟁에 끝까지 매달린다.

간혹 범죄자들 중에는 피해자의 신고를 염려하여 범행후 아예 살해하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으며, 심지어 사체를 완전히 유기하여 사체없는 살인사건으로 무죄를 선고받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처참하게 죽음을 맞은 피해자가 여기에 없다는 이유로 그들의 기본적인 권리가 무시되는 것은 아닌 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누구나 살인피해자 가족들이 겪고 있을 고통에 대하여 막연하게 생각할 수 있으나,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으로 인하여 그 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짐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미제사건으로 10여년이 지나도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살인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은 공소시효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작은 단서라도 생기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금도 안갯속인 범인을 찾아 길거리를 방황한다.

언론에 잘 알려진 살인피해자 가족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오랜 세월이 흘러서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안해졌을까? 그런데 최근 언론과 피해상담사들을 통해 들은 그들의 삶은 비참하기 그지 없었다. '딸이 살해된 이후 무기력하게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된 아버지, 동생이 살해된 이후 자살한 형제들, 사체가 없어서 무죄가 된 사건의 피해자가족들이 서울역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종자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다는 이야기, 심각한 트라우마로 PTSD를 호소하는 어머니' 등 이루 다 표현조차 할 수 없다. 이들이 살해된 피해자가 받은 고통과 얼마나 다르단 말인가.

우리는 살인피해자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이미 죽은 사람인데,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 하지 않나?"라고 어설픈 조언을 할 수도 있다. 아마 살인피해자 가족들도 그렇게 잊을 수만 있다면 심신이 그나마 편안하겠지만, 마음속에 맺힌 응어리가 쉽게 풀리지 않으니 그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직접 가족이 살해당하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제3자들이 그 가족들의 심정을 헤아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아마 할 수만 있다면, 그 가족들은 살해된 피해자 대신 죽음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들일 것이다.

따라서 살인피해자 가족들이 느끼는 고통은 실제 살인피해자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대한민국은 치안과 복지를 중시하는 우수한 나라이다. 그렇다면 이제 살인범죄의 피해자가족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에 대하여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의 범죄피해자보호법만으로 살인범죄자를 처벌하고 살인피해자 가족들을 온전히 회복시키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그래서 특별법으로 성폭력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처럼, 살인피해자 가족들의 회복을 목적으로 한 법률제정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것이다.


이 법률에는 '살인범죄의 처벌규정, 살인사건 피해자가족의 사건개입지원, 살인피해자 가족들의 인권보장 및 회복지원 등'이 모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살인범죄의 피해자 가족들이 한시라도 빨리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즉각 법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재차 정부와 국회에 '살인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가족 회복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강력히 요구한다.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

공정식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