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0여년만에 귀향하는 미얀마 난민 마웅저씨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저의 오랜 꿈
한국서 배운 시민운동 미얀마 발전 기여

기획취재팀 기자

발행일 2013-11-27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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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부정권의 탄압을 피해 미얀마를 탈출해 한국으로 망명,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마웅저씨가 오는 12월 초 20년 만의 귀향을 앞두고 미얀마 어린이들 교육사업에 사용할 번역 한국동화책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임열수기자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저의 오랜 꿈이죠!"

오는 12월 초 20여년 만에 떠나온 미얀마 양곤으로 돌아가는 난민 마웅저(44)씨는 "양곤으로 돌아가는 것은 곧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러나 자신을 기다리는 고향에선 아주 위험한 상황들이 내재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 말꼬리를 흐렸다.

경인일보 창간 대기획 시리즈인 '코리안 고스트, 난민'의 마지막 회 주인공인 난민 마웅저씨를 지난 22일 서울시 마포구 '따비에' 사무실에서 만났다. '따비에'는 평화·행복·안녕을 상징하는 미얀마의 나무로, 미얀마 어린이·청소년 교육을 지원하는 단체다.

두 달여 전 그가 귀국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뒤 요청한 인터뷰에 '아직은 시기 상조'라고 미뤄왔던 마웅저씨는 최근 한국 망명 15년여 만에 가까스로 취득한 난민 지위를 포기하겠다며 미얀마 정부에 비자 발급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그는 1988년 미얀마 8888항쟁 당시 고등학생 신분으로 민주화 시위에 참가한 후 1994년 말 군부정권의 탄압을 피해 미얀마를 탈출, 대한민국에 들어와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이후 2000년부터 난민지위를 인정해 달라며 한국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2008년 법원으로부터 난민지위를 인정받았다.

"지난 1994년 말 한국에 들어온 뒤 무서워서, 용기가 부족해서 20년간 돌아가지 못했다"고 고백한 그는 "이젠 용기를 내 들어가서, 한국국적을 포기하고 순수하게 미얀마 시민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소망을 피력했다.

지난해 말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국외 망명자 귀국허용 정책을 국제사회에 표방하고 나서 고국인 미얀마로 돌아가려는 정치망명객은 물론 난민들이 줄을 잇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당연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 대한민국지부를 결성한 뒤 한국서 시민활동을 벌여 온 그가 고국행 비행기를 타겠다고 의견을 밝히자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아직 고국으로 돌아갈 준비가 안 된 친구들에게 힘든 일이 생길까봐 큰 걱정이다"고 토로한 마웅저씨는 "자신이 양곤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친구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오랫동안 같이 미얀마 민주화를 지원하는, 동포들을 돕기 위한 운동을 하다 먼저 간다고 하니 속상해 하고 본인들도 같이 들어가고 싶은데, 여건이 안 되니까 더욱 안타까워 한다"고 큰 숨을 내쉬었다.

"오랫동안 자신을 도와줬던 이들에게 미얀마로 돌아가려는 자신의 생각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일부 동료들은 "미얀마에서 너무 힘든 상황이 마웅저를 기다릴 텐데 굳이 그 길을 가려고 하느냐"며 염려의 소리도 적지 않다고 전한다.

"난민 신청자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까봐 우려된다"는 마웅저씨는 "미얀마 상황이 좋아져서 자신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난민심사관들이 생각, 오히려 미얀마에서 힘든 여정을 거쳐 한국에 들어와 신청한 이들의 난민인정률이 떨어지거나 잘 안될 것이다"며 마음에 큰 짐을 지고 있는 듯 보였다. 반면 "용기있는 선택이다. 가는 사람이 더 힘든 일이다"며 지지해 주는 이들도 있다.

한국내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미얀마 시민사회에 마웅저씨가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미얀마에서 활동할 때 더 큰 효과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본다"는 그는 "올해 4월 양곤에 '따비에'지부를 만들어 교육활동을 펼치는 등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사전 준비를 거의 완료한 상태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고국에 돌아가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에서 경험하고 배운 시민운동을 토대로 미얀마의 시민사회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카페와 같은 대안적 공간, 협동조합이나 마을만들기 같은 새로운 흐름의 운동을 미얀마사회에 접목시킬 계획이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국 민주주의의 변화상을 20여년간 지켜본 마웅저는 민주화를 위해서는 정치운동 못지않게 시민들의 교육수준 향상이 중요하다고 결론내렸다. 그는 2002년부터 난민촌 도시인 메솟, 2007년부터 미얀마 인사이드에 학교설립 등의 지원활동을 펼쳐왔다.

마웅저씨는 정치활동을 먼저 했으나 한국에 체류하면서 정치 이외의 문제들이 미얀마를 민주화시키고 경제발전하는데 더 중요하다고 판단, 2010년 '따비에'를 설립·운영, 미얀마 아이들의 교육지원 활동을 해 왔다. 그는 '군부독재를 위한 정치' '특정계급의 이익만 위하는 경제' '소수민족'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열쇠는 교육이라는 데 생각이 귀결됐기 때문이다.

양곤으로 돌아가는 마웅저씨는 '미얀마와 한국 시민사회가 어떻게 하면 연대를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일환으로 "미얀마와 한국 청소년들이 만날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갈 것이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또한 "한국 부모들이 아이들을 미얀마로 보내 현지 청소년들과 만나 미얀마를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장차 한국과 미얀마 시민이 만날 수 있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면 더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다"고 소망했다.

"아웅산 수치 같은 명망가들이 앞에 있기 때문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자신이 한국에 살고 있는 미얀마 이주노동자 9천여명에 대한 대표성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그는 "미얀마를 빈곤과 가난의 나라로 생각하는 한국 청소년들이 앞으로는 마웅저 아저씨의 나라, 친구의 나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인식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집중적으로 노력하고자 한다"고 구상을 밝혔다. 더 나아가 "한국과 미얀마 시민사회의 연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미얀마를 도와줍시다'라고 말하긴 쉬워도 한국 사람들이 같이 참여하고 미얀마를 도와줄 수 있는 게 무엇인가라고 물어보면 '답하기 어렵다'"는 그는 "그러나 한국 시민사회가 미얀마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교육분야에 집중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미얀마는 무상교육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초등학교 졸업률이 40%에도 못 미친다. 군부정권의 강압적인 지배로 인한 가난과 민족분쟁 탓이다. '따비에'는 일찍부터 언론·출판의 자유가 충분하지 못한 미얀마에 권정생 작가의 '강아지똥' 등 한국 동화책을 번역해 공급하고 청소년 도서관을 설립하는 사업을 펼쳐왔다.

'미얀마의 미래,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는가'란 질문에 마웅저씨는 "많은 시민들이 오는 2015년 선거를 통해 아웅산 수치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보자는 의지들이 크다"고 간결하게 답했다. "2015년 중대선거 이후에 더 복잡한 상황들이 초래될 수 있을 것이다"는 그는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대로 정치국면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연출될 것이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또 "한국적 상황의 노태우 정부와 미얀마의 현재 상황이 아주 많이 유사하다"며 "안정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미얀마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지만 해외에서 귀국하는 나에겐 큰 기회가 될 것이다"고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군대의 정치적인 파워가 그대로 있는 게 큰 문제다"는 마웅저씨는 "아웅산 수치 여사가 군대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군부를 장악하지 못하면 대통령의 권한은 큰 의미가 없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아웅산 수치의 아버지인 아웅산 장군이 미얀마 군대를 처음으로 창설한 만큼 수치는 '아버지의 군대'라고 얘기하고, 군부 독재자인 탄쉬에의 손자들은 어느덧 미얀마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가 돼 '우리 할아버지의 군대'라고 하는 등 시민들을 혼란케 할 정도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부천'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마웅저씨는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용기를 준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 이사장인 석왕사 영담스님은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부모와 같은 분이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 힘내라'며 명절 때마다 선물을 챙겨 준 신철영 전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위원장, 부천시장 재임시절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에 대한 행정지원의 기반을 마련한 원혜영 국회의원, 부천희망재단 김범용 상임이사, 부천이주민지원센터(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 손인환 센터장 등 수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한편 28일 오후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1층 산다미아노에서 '마웅저, 집으로 가는 길' 환송회가 열린다. 그의 한국 경험을 담은 책 '난민, 마웅저의 꿈'(가제)도 내년 출간한다.

부천지역 환송회도 오는 12월 3일 오후 7시 부천근로자복지회관 3층에서 석왕사 영담스님을 비롯해 외국이주민지원센터 손인환 센터장, 미얀마-태국 국경지대 메솟 난민촌 교육지원을 위한 부천시민 모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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