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차명진 새누리당 부천소사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머슴정치' 접고 소통과 공감의 정치 펼칠것

정의종 기자

발행일 2013-12-04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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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명진 전 국회의원이 경인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차명진식 공감정치를 실현하겠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조재현기자
■총선 낙마… 돌아온 계기는

3선 실패로 멘붕 상태 '미국행'
'내가 낫다' 자신감에 마음 잡아
2등의 가치로 새 세상 열고파

■김지사와 갈등설·향후행보는

부모 자식간 섭섭함같은 감정
김문수, 정치목적 고민할 시기
정치재기 우선 '분가론' 내비쳐



▽차명진은 누구인가

■ 1959년 서울생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1985~1989년 민주화운동·노동운동
■ 1989년 민중당 노동위원회 '노동자의 길' 편집장
■ 1990~1991년 민중당 구로갑 지구당 사무국장
■ 1996~2000년 김문수 국회의원 보좌관
■ 2000~2002년 신한국당 입당 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대통령후보 보좌역
■ 2003~2005년 경기도 공보관
■ 2006년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 선대위 총괄실장
■ 17·18대 국회의원
■ 새누리당 부천소사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현)



"이제 김문수식 '머슴정치'는 안해…."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차명진 전 국회의원의 입에서 이같은 말이 여러 차례 나왔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낙마한 충격과 서운함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듯, "그땐 '멘붕'(멘탈 붕괴·정신을 잃을 정도로 충격이 크다는 뜻의 신조어)이었지"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3선 도전에 실패한뒤 인정할 수 없는 현실을 목도하며 미국행에 올랐다.

그후 남미 아마존의 깊은 숲속을 헤매기도 했고, 멕시코 튤룸, 페루 마추픽추로 배낭여행을 떠나 더 넓은 세상을 느끼며 마음 다스리길 수개월. 잘할 것 같았던 그들(19대 국회의원)의 '구태', 아니 더 추락한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들보다는 내가 더 낫지'라는 생각에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다만 전제가 하나 있단다. '김문수 따라하기'(?)로는 한계가 있으니, 1등만 좇는 정치보다는 2등의 가치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 보겠다는 각오였다. 차 전 의원을 지난달 29일 오전 11시께 부천시 소사구에 있는 그의 당협사무실에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국회의원 시절 사용했던 사무실이라 공간은 꽤 넓었으나 난방이 되지 않아 실내 분위기는 썰렁했다. "돈이 없어 여직원을 쓰지 못한다"며 1회용 종이컵에 직접 커피를 타주던 모습도 그러했지만, "점심먹고 하자"며 인터뷰 도중 기자를 자신의 프라이드 경승용차에 태워 식당까지 함께 이동하며 나눈 대화에선 그의 소탈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식사를 하면서도 틈틈이 어릴 때 아버지에게 매맞은 얘기에서부터 서울대 재학중 위장취업을 통해 노동운동을 했던 전력, 김문수 경기도지사와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장시간 깊은 대화를 나눴다.
   
 

■ 총선 낙선하고 마음 다스리기 어려워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는데 총선에 떨어지고 보니 '멘붕' 그 자체였다"고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라를 위해서는 의정단상에서 대(對)야 저격수로 소신껏 활동했고, 지역에선 아침 4시에 일어나 새벽 1시에 귀가할 정도로 주민 대면접촉도 많았다. 예산도 내 생각엔 전국에서 가장 많이 따왔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통상적으로 중앙정부나 광역단체에서 기초단체에 지원하는 비용 외에 도비지원금을 특히 쏠쏠하게 많이 끌어왔는데, 상당한 표차로 지고 나니 '멘붕'이 올 수밖에 없지…"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무엇보다 고통스러웠던 건 자신의 멘토이기도 한 김문수 도지사가 자갈밭을 가꿔 '옥토'로 만들어놓은 지역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이었다.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론에 뉴타운 정책 실패라는 비판까지 더해진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에 한계를 느껴, 그만큼 자괴감이 더 컸다는 것이다. 그는 "김 지사만큼 개인기가 부족해졌다고 생각하니, 삶의 이유가 없는것 같았다"며 "커다란 암덩어리를 달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미국으로 떠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 그가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더 낫다'는 자신감 덕분이었다. "19대 국회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총선에서 당선된) 저 사람들이 나보다 잘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하는 것을 보니 똑같더라. 오히려 내가 저들보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 김문수 경기지사와 갈등설이 나오면서 미국행?

낙선에 대한 자괴감도 그의 미국행에 한 몫을 했지만, 새누리당 내에서 이뤄진 18대 대통령 후보 경선에 도전장을 내민 김 지사가 패배한 것에 대한 자책감도 작용했다. 특히 경선 과정에서 김 지사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자리잡았다는 소문도 사실인듯 했다. 상대 후보인 박근혜 후보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일방적인 게임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런 과정에서 선대위원장도 없이 캠프를 꾸리면서 잦은 혼선을 빚었던 게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경선 패배 후 (김 지사가 자신을 보는) 눈치가 좀 보였다는게 차 전 의원의 솔직한 고백이다. 차 전 의원은 그러나 "김 지사와 자신의 관계는 부모자식간의 섭섭함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며 "내가 김문수 신도지, 참모냐"고 웃어넘겼다. 차 전 의원은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김 지사가 소사구 아파트로 불쑥 찾아와 아내와 같이 장시간 대화를 나눴고, 그때도 큰형이 막내동생 다루듯 했다"며 김 지사의 태도를 에둘러 꼬집기도 했다.

■ 전교조 재판 걸려 조기 귀국…명예훼손으로 집 팔아 손해배상

당초 1년 계획으로 미국행에 올랐던 그였지만, 5개월 만에 귀국한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18대 국회의원 시절 새누리당 조전혁 전 의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명단을 공개했을 때 그는 동료의원 8명과 그 옆에 서있었다. 전교조에서 명예훼손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재판 기일이 잡혀 귀국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1심 재판에서 패소한 그는 1억1천만원을 물어줘야 했고, 결국 3억4천만원에 구입한 소사구 아파트를 팔았다. 이후 1억9천만원짜리 전세로 이사하고, 나머지 1억1천만원을 손해배상금으로 법원에 공탁한 상태라고 한다.

그의 귀국소식이 알려지자 차기 경기도지사 후보군들은 차 전 의원을 영입하기 위해 저마다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가 과거 손학규 전 도지사 시절 공보관을 지낸데 이어, 김 지사의 후보시절에도 새누리당 선대위에서 이슈메이커로 활약하면서 캠프를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 (국회의원)한번 더 하기 위해 '갈라치기'하는 정치, 이제 그만해야

정치권에서 떨어져 있다보니 현 정국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날카로웠다.
남미의 아마존, 마추픽추, 멕시코 튤룸 등을 여행하며 더 넓은 세상을 접했다는 차 전 의원은 저마다의 사람들이 나름대로 잘할 수 있는 게 참 다양하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한다. 특히 정치의 경우, 가장 잘난 사람보다 공적 헌신에 특기를 가진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정치에 대한 그의 태도도 바꿀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정치권은 너도나도 (국회의원을) 한번 더 하기 위해 지역과 이념을 갈라치기하고 있는데 정말 그러면 안된다"며 "안철수 신당이 나오는 이유도 다 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작금의 대치 정국에 대해선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 FTA 체결한 것,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경색정국의 해법도 간결했다. "야당에서 대선이 부정한 결과였다고 주장해야만 다음에 설 자리가 생기는 것"이라며 "대치를 풀려면 국가정보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 못하도록 여야가 합의하고, 거기서부터 접점을 찾아야한다"고 훈수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기존 지지층에 얽매이지 말고, 중간층을 바라보고 나갔으면 좋겠다"면서 "거품이 낀 어젠다(agenda)보다 작은 주제, 먹고사는 주제를 많이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이미 끝장나가는 북한에게 나쁜놈(?)이라고 자꾸 하지 말고, 끝장나는 나라를 우리가 어떻게 통일할 수 있을지, 실질적으로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좀더 통큰 화합을 주문했다.

■ 김문수, 임기후 6개월 정도 정치권 떨어져 쉬었으면 좋겠다

그는 자신의 주군인 김 지사에 대해서도 도지사 3선 도전을 반대하는 등 거침없는 조언을 날렸다.
그는 최근 자신의 집을 찾아온 김 지사에게 "국회의원 3번, 도지사 2번 했으면 이제 왜 정치를 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3선에 도전하면 '직업도지사'로 전락할 것"이라고 완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차 전 의원은 김 지사의 대중성이 약하다는 지적에 공감하며, "그렇기 때문에 임기를 마치고 (김 지사가) 6개월 정도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김 지사는 "1년 365일, 단 1초도 허비하지 못하는 사람이어서 임기 끝나면 백두산 근처에 가서 탈북자 실어나르는 일이라도 할 사람이지, 가만있을 사람 아니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김 지사가 퇴임후 내년 7월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지역에 출마할 것이라는 정가의 소문에 대해서도, 명분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차 전 의원은 그러나 "조용히 기다리면 4년후 대선은 김 지사의 히스토리와 맞아떨어질 것"이라며 "국민 대통합이 차기 대선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문수식 정치 접고, 방송 인터뷰 하면서 공감정치 열어나갈 터

김 지사와 동지적 관계인 차 전 의원은 자신의 육체를 혹사시키더라도, 오로지 1등을 목표로 뛰는 정치인이 아니라 서로 함께 어울려 목표를 달성하는 2등짜리 인생을 살고 싶다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김문수 사단에서의 '분가론'을 내비친 것이다. 지난해 총선 패배 후 언론 접촉을 끊어왔던 그가 이날 경인일보와 첫 인터뷰를 하게 된 것도 향후 행보와 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언론과 접촉해도 대다수가 가장 먼저 김문수의 거취를 물을 것이고, 박근혜 정부에 대해 비판해줄 것을 주문할 게 뻔하기 때문에 일부러 그런 자리를 피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평판에서든 자리에서든 세상을 내가 좌지우지해왔는데, 2등이 되고 보니, 너무 오만한 생각이라는 걸 느꼈다"며 "이제 김문수식 머슴정치를 접고, 소통과 공동의 가치로 공감정치를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이 자신의 재고(실력·전문성)를 잘 갈고닦아 시장에 다시 내놓을 때가 왔다는 것이다. 차명진 정치의 재기가 첫째이고, 그 다음이 김문수 만들기(?)라는 말도 되풀이했다.

최근 리얼 버라이어티 포맷의 SBS 시사타큐 '최후의 권력-7인의 빅맨'에 출연한 그가 원시환경과 유사한 조지아 스바네티와 코카서스 산맥의 험준한 산악지역에서 누구보다 빠른 걸음으로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성주산 다람쥐'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와우산(소사구를 뒤에서 바치고 있는 산) 능선을 하루에 4번씩 오르내렸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정치하면서 체력 하나는 잘 단련돼 있다. 내년 지방선거 때부터 차명진식 공감정치를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정의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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