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안녕들 하십니까, 대중매체님들'

   
▲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대중매체들은 젊은이들이
서로 '안녕 하십니까'를 묻고
나섰다고 중계하고 있지만
그들의 심중을 설명하지 않고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채
질문들만 되풀이해줄 뿐이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대자보 스스로부터 나온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붙은 대자보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이웃한 이들이 퍼서 날랐고, 이어 토론에 불붙인 결과다. 과거 학생운동 당시의 고전적 수단이던 대자보가 갖는 의미가 강하게 되살아난 것도 한몫했다. 그리고 전연 닿지 않을 것 같은 뉴미디어와 접속되면서 절묘한 '미디어 믹스'가 이뤄졌다. 성공적 '미디어 믹스'는 사회에 무관심하다던 대학생들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었고, 자신이 처한 조건을 고민하고 토론하게 만들었다.

절묘한 '미디어 믹스'와 함께 공감을 이끈 질문 또한 유효했다. 2013년 말 최고의 히트작이라 일컫는 '응답하라' 드라마와 묘한 짝을 이루어 공감을 유도해냈다. 강한 주장, 교조적 말투를 비켜나며 누구든 응답을 피할 수 없을 만큼의 공감적 질문을 해냈다. 안녕하냐는 질문은 '답답하지 않으십니까' '나 혼자만 그런가요'의 함의를 깔고 있는 공감형 질문이었다. 응답을 비켜가면 도대체 면이 서지 않을 것 같은 질문이었고 등을 은근히 강하게 떠미는 찰진 질문이었다.



공감을 기반으로 하고, 성공적 '미디어 믹스'를 곁들이면 누구든 의제 설정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음을 '안녕' 사건은 말해주고 있다. 대중매체의 의제 설정 권력은 형편없이 쪼그라들었음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안녕들 하십니까'가 조직된 개인들이 아닌 답답한 마음을 가진 개인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그에 호응하는 일이 SNS로 일파만파로 번져간 사건으로 보자면 대중매체의 종언을 고하는 사건으로 보아도 큰 무리는 아니다. 대중매체는 의제 설정하는 개인들의 움직임을 받아 적기 바쁜 필기자의 존재로 추락했다고 할까. 질문 않고, 의제를 내세워 말하지 않는 '말 못하는 자'로 전락한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은연중에 청년들은 대중매체에도 질문을 던진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중매체님들'.

젊은이들이 서로 안녕을 묻는 말문을 대자보와 SNS를 통해 튼 데는 이유가 있다. 도대체 안녕하지 못한 듯한 젊은이들의 답답함을 탈탈 털어 정리해준 쪽이 사회 내 어느 구석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참으면 좋은 날이 올 거라거나 열심히 스펙을 정리해 나가라거나 그것도 아니면 누구든 그런 시절을 거쳤으니 아픈 만큼 성숙할 거라 위로하는 말들만 넘쳤다. 왜 답답한지, 그 울화가 어디서 왔는지 정리해주는 쪽이 없으니 자신들끼리 그래 당신은 안녕하냐, 우리 정말 안녕한 것일까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그들 측에서 보자면 사회의 무능함을 질문한 것에 다름없다. 젊은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무능함이 아니라 그들 가슴에 무엇이 들었는지를 모르는 무능함 말이다. 심지어는 가슴에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알려고조차 하지 않는 직무유기적 무능함도 되묻고 나선 것이다.

며칠 동안 여전히 올드 미디어, 대중매체들은 젊은이들이 서로 '안녕 하십니까'를 묻고 나섰다고 중계하고 있다. 왜 그런지를 묻지 않은 채 그들의 대자보를 찍고, 그들의 행진을 그려내고, 모임을 스케치하는 등 보고로 분주하다. 결코 젊은이들의 심중을 설명하는 쪽으로까지는 가지 못한 채 말이다. '정말 답답해 미치겠다'고 나선 쪽이지만 왜 그런지를 설명해주려 하진 않는다. 제대로 응답하지 않은 채 질문들만 되풀이해 중계해줄 뿐이다. 사후 약방문 식으로 설명을 시도해볼 만하건만 여전히 굳게 닫은 입을 하고 있다. 그럴수록 돌아올 반대급부는 명확해진다. '안녕들 하신가요, 대중매체님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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