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 인문학강좌

[2013 하반기 인천시민 인문학강좌·8·끝]영화 '미션'으로 본 식민지 지배책임

과거사 관련 '명확한 인식과 사과' 필요
   
▲ 박준형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는 17일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영화 '미션'을 주제로 식민지 지배책임에 대해 강연하면서 '식민지배에 대한 해방은 속죄와 용서를 통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인하대한국학연구소 제공
박준형 인하대 HK연구교수
"獨·日우익 '망각의 정치'
범죄의식 탈피 위한 꼼수"
경인일보·인하대·인천시립박물관 공동주최


범죄자의식으로부터의 해방은 망각에 의해서가 아니라 속죄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박준형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는 17일 열린 2013 하반기 인천시민인문학강좌에서 "식민지배 역사에 대한 해방은 가해자의 속죄와 함께 피해자의 용서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미션'으로 본 식민지 지배책임에 대해 강연하면서 이 같은 점을 강조했다.

롤랑 조페 감독의 1986년도 작품 '미션'은 1750년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브라질 국경 지역에서 일어난 실화다.

1492년 콜롬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유럽 열강의 식민지배가 본격화된다.

16세기 종교개혁의 시대에 접어들어 세속화된 가톨릭 대신 예수회가 라틴아메리카 해외선교에 앞장섰다.

예수회 신부들은 정복 이주민들을 기독교로 개종시키고 이들을 노예상인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1750년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영토를 교환하는 국경조약을 체결했고, 스페인은 약 30만명의 과라니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보호지역을 포르투갈에 넘겼다.

이에 반발한 원주민과 예수회 신부들은 군대와 맞서 싸우다 학살당한다. 이 영화는 이 같은 배경에서 시작한다.

영화 주인공 로드리고는 원래 노예사냥꾼이다. 애인의 변심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수도원에서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노예학살에 대한 죄책감에 과라니 원주민 마을로 돌아온다.

그가 노예사냥꾼 시절 입었던 갑옷과 짐을 들고 마을을 찾아갔을 때 원주민은 그 짐을 풀어주면서 그를 받아들인다. 주인공 로드리고는 결국 원주민과 함께 포르투갈·스페인 군대와 맞서 싸우다 최후를 맞는다.

박 연구교수는 "원주민 학살에 사용했던 로드리고의 짐을 원주민 스스로 풀어주었다는 것은 그를 용서하기로 했다는 의미로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장면이다"며 "간혹 독일이나 일본 우익들이 범죄자 의식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해 '망각의 정치'를 사용하는데 이는 진정한 속죄가 아니다"라고 했다.

박 연구교수는 일본이 최근 메이지시대 산업혁명 유산인 군함도(하시마)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려고 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라고도 하는 하시마는 조선인 강제 징용 노동자들을 착취했던 대표적인 장소다"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려면 이 같은 내용도 잊지 말고 함께 넣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미션'은 속죄를 통한 화해를 강조했지만, '미션'에서조차 언급되지 않은 '망각의 역사'가 있다.

박 연구교수는 "아메리카 대륙도 지구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발견'이란 말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은 유럽을 주체로 했을 때, 유럽의 지적 소산을 근거로 했을 때만 가능하다"며 "아메리카 원주민 입장에서 신대륙의 '발견'은 곧 '재앙', 탐욕에 의한 '희생'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미션'에는 신대륙 발견 이후 서양에 의한 오랜 식민주의와 그로 인한 학살의 역사, 그리고 그에 깊이 연루된 기독교의 역사가 생략돼 있다. 사실 기독교는 식민주의의 첨병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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