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크리스마스 시즌, 아이들을 위한 선물은?

   
▲ 이 영 애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과소비의 물질로만 넘치면
병들 수 있다는걸 알아야
소중한 내아이를 위하는게
과연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2월 25일 성탄절을 앞두고 있는 요즘, 아이들의 관심사는 아마도 '올해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무엇일까?'일 것이다. 지난 주말 조카 선물을 사러 집 앞 대형할인점의 장난감코너에 들렀다가 여느 때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아이들의 선물을 고르는 것을 보고 크리스마스 시즌임을 실감했다.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등으로 인해 저출산의 문제가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키즈시장은 2002년 약 8조원 규모였던 것이 2012년 27조원이 넘는 규모로 매년 20% 이상씩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연평균 약 16%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여, 키즈산업은 불황을 비켜간다는 의미의 '키즈불패'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양적 규모의 성장뿐만이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그 범위와 내용이 과거에 비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낮은 출산율로 인해 키즈 산업의 양적 기반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키즈시장이 이처럼 매년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맞벌이 증가로 인해 경제적으로 윤택해진 부모들이 자녀에 대한 기대심리와 상대적으로 풍요롭지 못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비교보상심리가 작용하여 외둥이가 대부분인 자신의 자녀를 이른바 '골드 키즈'(gold kid)로 키우고 있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비단 골드 키즈를 만드는 것이 부모들의 경제적 여유로움만은 아니다. '에잇 포켓 원 마우스'(eight pockets one mouth)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가정 내 한 아이를 위해 부모, 조·외조부모, 골든 미스의 이모와 고모가 돈을 아낌없이 지출하는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이처럼 '하나뿐인 소중한 자녀'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경제적 풍요로움과 외자녀수 증가 현상이 맞물려 키즈 산업은 확대일로에 있다.

두 번째로 키즈 산업에서의 프리미엄 마케팅을 이용한 고급화 전략을 꼽을 수 있다. 현재 키즈 산업의 트렌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고급화'로 규정지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명품이 친숙한 현재 20~30대의 부모세대는 자신의 자녀에게 고가의 수입품을 거리낌없이 사주는 등 성인 소비자와 진배없는 소비생활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아동복 및 완구용품의 경우 고가의 수입브랜드가 시장의 50% 이상을 잠식하고 있으며, 유아용품의 수입액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21%를 넘어, 전체 수입증가율인 10%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아용품 중 부모의 사회경제적 신분을 측정하는 바로미터라고 알려져 있는 수입 유모차나 국내산보다 1.5~2배 정도 비싼 수입 분유 등의 품목은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수입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키즈 산업에서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호황을 누리게 만드는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부모의 씀씀이는 줄여도 자식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소비하는 현상이 만연하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진정으로 소중한 내 아이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하나밖에 없는 자녀를 잘 키우겠다는 부모의 욕망이 지나쳐 어린 나이에 이미 과소비 중독 증상인 '어플루엔자'(Affluenza)증후군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플루엔자란 영어의 풍요를 의미하는 어플루언트(affluent)와 독감을 뜻하는 인플루엔자(influenza)의 합성어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에서 더 많은 것을 소비하게 되지만 만족도는 높아지지 않아 지속적으로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는 더 강해지는 일종의 소비중독이나 강박적 소비성향을 일컫는 말이다. 또한 아이들이 소비의 주체세력으로 강하게 부상하면서 스스로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쇼핑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과시성향이 증가하게 되어 이러한 소비중독 증상을 부추기게 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어느새 다가온 크리스마스 시즌, 선물(present)이라는 의미가 앞을 의미하는 pre와 감정을 뜻하는 sent의 합성어임을 생각해 볼때 자녀를 위해 사랑하는 마음을 보이는 것에 있어 부모의 사랑이 물질로 넘치게 가시화될 때 현재의(present) 아이들이 병들 수도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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