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2인 3각의 정치를 기대하며

박상헌

발행일 2014-01-07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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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헌 공간과 미디어 연구소장
'선과 악'·'적과 동지'…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극단적 진영논리에 갇혀 버리면
소모적 정쟁에 불행만 반복될뿐
'파트너 정치'로 바꾸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맡길수 없다


2013년 한국정치는 이른바 '정쟁'으로 점철되어 왔다. 대략 기억나는 것만 간추려 보아도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격돌. 청문회, 윤창중 전 대변인 스캔들, 통진당 이석기의원 내란음모 사건, 국정원 대선개입을 둘러싼 야당의 장외투쟁, NLL대화록과 사초실종논란, 이 와중에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자식논란까지…. 대략 짚어 보아도 숨이 찰 정도로 '네거티브 이슈'에 정치판이 쓰나미처럼 휩쓸려 국론은 끝없이 분열되고 국민의 피로가 극에 달한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정치가 원래 시끄럽고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정쟁은 일정정도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가히 한국정치의 '소음지수'는 세계 최고수준이라는데 많은 분들이 동의할 것이다. 영국국민들은 불이 환하게 켜진 영국의사당을 볼 때 안도하고, 한국국민들은 불안해 한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끝모를 '정쟁'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2010년 한국의 사회갈등수준은 OECD 27개국 중 두 번째며 경제적 비용은 연간 82조~246조원으로 추산되고, 사회갈등지수가 OECD 평균수준으로만 개선돼도 1인당 GDP가 7~21%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삼성경제연구소)

정치가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완화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증폭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함으로써, 어느 여론조사에서 보면 국회해산을 바라는 국민이 70%가 넘을 정도이니 국민의 인내력도 거의 임계점에 도달한 것 같다.

헌팅턴은 정치를 '갈등의 제도화'로 정의한다. 지역, 계층, 집단간의 다양한 갈등을 정치라는 공간에서 여과해서 제도화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정치가 사회갈등의 완충제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는 정치가 '논 제로섬 게임(non zero-sum game)'의 영역일 때만 가능한 것이다. 최근 이른바 '87년 체제'를 질적으로 극복하자라는 논의가 적극적으로 개진되고 있다. 민주 대 반민주, 독재 대 민주라는 제로섬적 구도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정치의 선진화는 요원하다는 것이다. 友·敵개념의 정치를 '파트너'의 정치로 바꾸지 않고서는 소모적인 정쟁으로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선과 악', '적과 동지',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정치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최근 안철수 의원이 국립현충원을 방문하여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것을 두고 좌파진영의 비난이 뜨겁다. 또한 김무성 의원이 철도노조 파업을 중재한 것에 대해서도 우파진영의 시선이 곱지 않다, '산업화·민주화를 넘어' '국민대통합'이 새로운 시대의 시대정신이라는 국민적 합의는 진영논리에 갇혀 온데 간데 없고 맹목적 비난만 난무하니 안철수 의원으로서도 이른바 '새정치'의 도정이 간단치 않음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정치의 복원'을 끊임없이 요구하면서도 상대를 KO시킬 찬스를 무산시켰다는 비난에 직면한 김무성 의원도 답답하기는 안철수 의원 못지않을 것이다.

정치가 극단적인 진영논리에 갇혀버린다면 의제에 대한 합리적 논의는 불가능해진다.

나아가 이른바 '프레임 전쟁'만 남고, 정치가 진영간의 전쟁이 되는 불행이 반복될 뿐인 것이다. '종북척결', '유신의 부활', 상대를 특정 프레임에 가둘 수만 있다면 승리는 나의 것이라는 사고는 정치가 아니고 전쟁이다.

미래를 향해 가기도 바쁜 형국에 '내전'을 하고자 함은 정녕 아니지 않겠는가?

갑오년 새해, 대통령이 신년인사회에서 얘기한 이른바 '2인3각', '3인4각'의 정치를 갈구함은 비단 필자만의 소망은 아닐 것이다.

■ 박상헌은?

▲ (현)공간과 미디어 연구소 소장 ▲ 정치학 박사 ▲ 정치평론가

/박상헌 공간과 미디어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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