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인천, 문학속 인천을 찾다

[책 읽는 인천, 문학속 인천을 찾다·1]프롤로그

그 시절 사람들 삶의 무게 '인천' 매개로 시공간 여행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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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삼국유사·홍명희·김소월…
시로, 수필로, 소설로 되살아나는 인천
작품속 관찰장소 찾아가는 즐거움도
문학의 맛·역사적 경험 '색다른 기획'


문(文) 사(史) 철(哲). 우리가 흔히 부르는 이 말은 인문학의 3대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 문부터 시작해 문사철일까.

사철문도 아니고 철사문도 아니다. 가나다 순일까. 그러기엔 왠지 가벼워 보인다. 굳이 순서를 정해 문사철이라고 하는 것은, 그 순서가 바로 인문학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얘기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문학이 원초적인 인간 정신을 구현하는 기본이 되고, 그 문학이 쌓여 역사가 되고, 그 역사가 깊어질 때 철학이 되는 것이리라.



경인일보가 올해 2014년 연중기획의 대주제를 '책'으로 정했다. 인천은 내년 1년 동안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수도'이다. 책의 수도라는 말에 걸맞은 역할을 하기 위해, 책 읽는 인천을 위해, '책'을 이야기하기로 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작업으로 매주 목요일 문학 작품 속의 인천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문학 속에 드러난, 혹은 숨어 있는 인천은 인천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삶의 모습일 터이다. 그 문학 속 인천은 곧 인천 사람들이 살아 온 역사이다.

인천은 어떤 도시인가. 인천은 애초부터 저 멀리서 흘러 온 사람들에 의해 형성되었다. 인천의 시작이라고 하는 2천년 전의 미추홀부터가 그렇다.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북에서 피란 온 실향민이 유난히 많은 곳이 인천이다. 지리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는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등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 새로운 거주지로 삼은 곳이 바로 인천이다. 각종 공장이 밀집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인천은 그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문학 속에 투영되고는 했다. 그래선지 현대로 올수록 인천의 풍광을 아름답게 그린 작품보다는 인천 사람들의 신산한 삶의 무게가 실린 게 많다. 그걸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다. 그 모습이 바로 인천이기 때문이다.

전국 팔도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인천. 그 인천을 그려낸 문학은 한국인의 삶을 보는 거울이기도 하다. 시로, 소설로, 수필로 해서 되살아나는 인천은 한국의 가장 기본 바탕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인천이 문학 작품이 되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고려 때일 것이다. 고려의 시성(詩聖)으로 일컬을 수 있는 이규보는 인천의 산천과 사람 사는 모습을 실감나게 그렸다.

그는 인천에서 관료 생활을 하면서 1년가량 살았다. 그 작품은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고스란히 실려 있다. 또한 삼국유사에서도 인천은 숨 쉰다.

그리고 수많은 한시(漢詩) 속에도 인천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근현대 문학이 등장하면서 인천은 더욱 절절하게 작품이 되었다. 벽초 홍명희는 그의 대표작 '임꺽정'에서 꺽정이가 검술을 터득하는 장소로 인천을 설정해 놓고 있다.

또한 일제강점기 현실 비판의식을 작품 속에 녹아 낸 강경애의 '인간문제'는 '신도시 인천'을 중심 무대로 해서 식민지 조선의 아픈 현실을 묘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소월, 김기림도 인천에 왔다가 꿈틀대는 시적 감흥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 이태준의 '밤길',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방현석의 '새벽출정' 같은 작품들도 인천을 그린 문학 작품 중에서 보석 같은 존재다.

올 연중기획의 제목을 '문학 속 인천을 찾다'로 정했다. 매주 한 차례씩 만나게 될 이 코너에서 독자들은 문학 속에서 도드라지는 인천의 모습뿐만 아니라 작가가 작품을 쓴 관찰 장소까지 찾아가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해당 작품의 시대상과 지금을 비교하는 시간 여행도 하게 될 것이다.

문학이란 장르와 그 속에 담긴 '인천'을 매개로 시공간을 넘나들게 될 것이다. 문학의 맛도 느끼고 역사적 경험도 하는 색다른 페이지가 될 것을 약속한다.

경인일보 '문학 속 인천을 찾다' 기획팀이 어떤 방식으로 얘기할지 상상해 보자. 본격 기획물에서 싣지 않을 작품으로 예를 들어본다. 가장 최근의 인천 모습을 시로 표현한 작가 중에는 정호승이 있다.

봄비 내리는 부평역/마을버스 정류장 앞
허연 비닐을 뒤집어쓰고/다리 저는 아주머니
밤 깊도록 꽃을 판다/사람들마다 봄이 되라고
살아갈수록 꽃이 되라고/팔다 남은 노란 프리지어 한 묶음
젊은 역무원에게 슬며시/수줍은 듯 건네주고
승강장 노란 불빛 사이로/허옇게 쏟아지는 봄비 속을
절룩절룩 떠나간다/동인천행 막차를 타고
다운증후군 아들의/어린 손을 꼭 잡고

정호승의 시집 '밥값'에 실린 '부평역'이란 시다. 이 시가 인천이란 도시 입장에서 의미를 갖는 것은 '부평역'이란 제목 때문이 아니다. '동인천행 막차'가 아니라 '서울행 막차'였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부평에서 동인천까지 가면서 내릴 수 있는 전철역 주변은 대개가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다. 빗속에 팔다 남은 꽃을 역무원에게 주는 아주머니는 생활형편이 어려울 것임은 뻔하다. 가난한 아주머니에게는 다운증후군 아들까지 있다.

그러나 그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하다. 그 아주머니는 어디에서 내릴까. 취재팀은 작가 정호승이 서 있던 자리를 찾고, 부평역과 그 일대에 얽힌 각종 이야기를 주워 담고, 작품 속 아주머니가 어디에서 내리고,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그려볼 것이다.

물론 경인전철의 옛 모습과 현재도 설명할 것이다. 이렇게 1년 동안 매주 한 차례씩 50여 작품이 모이면 또 다른 인천이 그 안에 담길 것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비평을 당부한다.

글 = 정진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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