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묻지마 범죄' 해결책

공정식

발행일 2014-01-1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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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
희망없는 이들의 극단적 행동
정신병 등 개인적 이유 있지만
"내 말 좀 들어줘" 외침일수도
우리는 얼마나 '소통'하고 있나
함께 하는 따뜻한 세상 위한
'공동체 복지문화'가 필요


어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것이라도 자존심이 상하는 피해를 받게 되면, 경중은 다르지만 보복, 복수 그리고 화풀이를 생각하게 된다. 보복이라는 것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직접 공격을 함으로써 분풀이를 하는 즉각적인 방법이고, 보복과는 달리 복수는 고심한 끝에 점차적으로 공격을 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화풀이라고 하는 것은 가해자에게 보복이나 복수를 할 수 없을 때, 전혀 무관한 제3자에게 공격을 하는 것으로, 이를 우리는 묻지마 범죄 또는 무동기 범죄라고 지칭한다.

우리는 묻지마 범죄에 대하여 큰 공포를 가지고 있다. 평소와 다름없이 길거리를 걷고 있다가 마주오던 사람으로부터 아무 이유없이 흉기에 찔린다면, 그 황당함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피해자는 자신이 뭘 잘못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아마도 2010년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발생한 옥탑방 살인사건이 대표적일 것이다. 범인은 "나는 이렇게 절망하고 있는데, 뭐가 그리 행복하다고 웃고 있느냐"는 생각이 들자 화가 치밀어 "깽판 한 번 쳐보자"는 식으로 옥탑방에 들어가 칼과 망치를 들고, 소소한 이야기로 웃음이 가득한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부모를 한 순간에 이유없이 죽음속으로 밀어넣었다. 그날 아이들은 부모가 참혹하게 살해되는 장면을 아무 말도 못한 채 공포 속에서 지켜봐야 했다.

묻지마 범죄의 원인에 대하여 학자들은 개인적 정신병 또는 병질적 사회문화 등 다양한 이유를 제시한다. 그런데 이것을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 입장에서 본다면, 가해자는 '묻지마'가 아니라 "제발 내 말 좀 들어봐줘"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자신의 말을 이해해주지 않고 들어주지도 않으니 치밀어 오른 화를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해자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자신이 어떤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실상이든 허상이든 억울한 심정에 대하여 의사소통할 수 있는 통로만 있었어도, 이런 범죄는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합리화할 수 있다. 세상이 다 자기를 무시하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었다고 말할 었이다.

이번에는 묻지마 범죄를 피해자 입장에서 본다면, 먼저 나를 공격하기 전에 가해자가 할 말이 있다고 이야기했으면 혹시 들어 줄 수도 있었을텐데, 무작정 안 들어줄 거라 생각하고 공격한 가해자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울 수 있다.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매우 상한다. 가해자가 얼마나 나를 우습게 봤길래,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하필 나를 골라 화풀이한 것이지라는 생각이 들면 더욱 분하기도 하다. 그래서 피해자는 가해자를 용서하기 어려운 것이다.

한편 가해자에게는 '묻지마' 또는 '무동기' 범죄란 있을 수 없다. 묻지마 범죄자들을 만나보면, 그들 나름대로 범행전에 극심한 스트레스, 정신질환이나 정신병질 등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소위 말하는 묻지마 범죄의 동기와 연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해를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묻지마' 또는 '무동기'로 피해를 당한 꼴이 된다. 그리고 피해의 파장은 매우 크다. 신정동 사건에서 살아남은 자녀들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심한 외상후스트레스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묻지마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단순하게 보면, "물어봐주면 되잖아"인데, 어떻게 물어봐야 할까?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내에서 흔히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 대하여 그들의 고통이나 아픔에 대하여 물어봐주는 소통구조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할듯 하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하루에 30명이상이 자살하고 있다. 묻지마 범죄나 자살은 공통적으로 희망없는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행동들이다. 우리는 이들이 극단적 행동을 하기 전에 얼마나 잘 소통하고 있었는지 재점검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사회적 외톨이를 양산하는 지배적 특권문화가 아니라 함께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공동체 복지문화'가 필요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중시하는 인문교육을 통해 정신적 성숙도 더욱 강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회구성원들이 다양하게 소통하는 시스템이 순탄하게 작동될 수 있도록 우리는 서로에 대하여 인내하고 양보하고 신뢰하는 공동체정신을 키워야 한다.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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