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헌 공간과 미디어 연구소장 |
진정성 없다면 국민반응 미지근
고통스런 자기혁신 보다
강경정치투쟁이 훨씬 쉽겠지만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듯'
쉬운방법이 이기는길은 아니다
6·4 지방선거가 4달이 채 남지 않았다. 흔히 선거는 구도와 인물, 그리고 어젠다의 문제라고 하는데, 지금 민주당은 현역 프리미엄을 한껏 향유하고 있는 인물경쟁력(민주당 소속 현역 단체장)을 제외하고 모든 면에서 불리해 보인다. '선거는 구도가 전부다'라는 말처럼 새누리당과 1대1 구도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판에, 안철수신당의 전면적이고도 공세적인 압박은 당의 존폐까지 얘기될 정도로 위협적이다. 특히 바닥을 치고 있는 당 지지도가 가장 아픈 부분이다. 대선패배와 김한길체제의 등장 이후 거의 1년간 이른바 '양특(특검과 국정원 개혁특위)'을 고리로 대여 강경투쟁을 해온 결과는 사실 참담한 수준이다. 최근 조사들을 살펴보면 민주당의 지지도는 새누리당의 3분의 1, 심지어 창당도 하지 않은 안철수신당에 더블 스코어 차이로 밀리고 있다. 전면에는 거대여당 새누리당이 버티고, 후미에는 '새정치'로 무장한 안철수신당이 압박하는 사면초가의 상황, 한마디로 총체적 위기인 것이다. 이른바 '위기국면'에서 '현상유지책'은 패배의 지름길을 가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위기극복'을 위한 '현상타파책'은 무엇인가?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혁신 혹은 쇄신' 카드를 꺼내드는 것이다. 설 전후 김한길 대표는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안풍 차단을 위해 부인 최명길씨까지 대동하고 총력전을 펴는 한편, 연일 '기득권 내려놓기', 즉 혁신안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의원 특권방지법, 김영란법,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재보궐선거 원인제공 정당의 해당지역구 공천금지, 출판기념회 회계투명성 강화, 국회윤리위 객관적 운영 도모….
이처럼 장황할 정도로 많은 혁신안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국민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우선 김 대표가 제시한 혁신메뉴가 별반 새로운 것이 아닐뿐더러, 당내에서도 딴죽을 걸 정도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회의적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위에서 열거한 대부분의 사항이 여·야 합의를 통한 입법이 요구되는 사항이므로 실현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해 보인다는 것도 '김한길표 혁신안'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신뢰를 받을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다. '혁신'과 '기득권 내려놓기'는 '향유하는 권력'에서 '봉사하는 권력'으로의 자세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사실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따름이다. 지난 대선에서 약속한 '세비 30% 삭감'이라는 공약부터 우선 지키는 것은 어떤가? 민주당 의원부터 코레일을 돈 내고 타겠다고 선언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당이 당원투표까지 하면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도 기초의원 수를 늘리는 데 슬그머니 동의한 연유는 무엇인가? 기실 127명의 민주당 의원 모두는 진심으로 공천권을 내려놓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 스스로 무공천 선언을 하고 새누리당을 압박할 수도 있지 않은가? 진정으로 민주당이 위기임을 느낀다면 역설적이게도 김한길 대표와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여의도시절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의원시절 그야말로 존폐의 위기에 몰렸던 당시 한나라당을 극적으로 두 번이나 구해냄으로써 오늘날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번은 호화당사와 천안연수원까지 국고에 헌납하고 천막당사라는 극적인 '내려놓음'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줌으로써 혁신의 진정성을 온 몸으로 웅변하였다. 그리고 2년 전 비대위원장에 취임하여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상징색마저 빨간 색으로 변화시켜 지지층마저 곤혹스러울 정도로 전면적인 변화와 쇄신을 통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총선 승리를 일구었다. 물론 김종인,이상돈 등 개혁적인 인사와 이준석, 손수조 등 청년층을 적극적으로 영입하여 '변화와 개혁의 속도전'을 야당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담대하게 전개한 것이 멀어진 국민의 마음을 돌리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었음은 물론이다.
때마침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오자 민주당은 '정권퇴진 투쟁'을 주장할 정도로 강경모드로 급선회하고 있다. 고통스러운 자기혁신보다 강경 정치투쟁이 훨씬 쉬운 일일 수도 있다. 하나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듯이' 쉬운 길이 이기는 길은 아닐 것이다. 갈 길은 먼데 땅거미가 지는 형국이다.
/박상헌 공간과 미디어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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