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총리-美 혼다 의원의 '정치신념'

김광원

발행일 2014-02-18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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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원 가천길병원연구원장·당뇨내분비센터장
어느 나라건 국수주의 틀 속에선
다른 국가와 공생할 수 없다
일본계 미국인인 혼다 의원은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인류공생'이란 소신을 지녔다
그러면 아베 총리의 신념은 뭔지…


아베 총리의 고향은 야마구치현의 하기시이다. 야마구치현은 과거에는 조슈번이었고, 혼슈의 가장 남쪽에 위치하여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지역중 하나이다. 하기시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은 '하기야키'라는 도자기이다. 하기에서 구워진(만들어진) 막사발이다. 막사발의 유래는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 도공들에 의하여 전수된 '조선막사발'이다. 야마구치는 조선 도공들 뿐아니라, 그 이전부터 한반도 도래인이 많이 살던 지역으로 생각된다.

하기시는 일본근대사에서 매우 독특한 지역이다. 한반도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의 출신지역이고, 또한 이차 대전 패전후 일본의 총리를 지낸 기시 전총리의 고향이다. 기시는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이다. 근대 일본과 현재 일본의 정치신념의 정신적 흐름은 지금까지도 면면이 이어지고 있고, 이러한 정신적 뿌리는 하기시에서 찾아 보아야 한다.

일본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쇼인 선생의 하기 이야기가 일본 근대사이다." 하기시 관광책자에는 '유신의 선각자, 요시다 쇼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1857년 11월 쇼인은 4.5평 짜리 작은 강의실을 만들어 '막부를 타도하고 천황을 받들며 외세를 물리친다'는 정신적 무장을 한 과격한 혁명투사를 양성한다. 이토 히로부미도 제자중의 한 사람이고,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혁명의 와중에서 희생된다. 이들을 통하여 일본의 자부심인 명치유신(1868년)이 열리게 하고, 살아 남은 사람들이 일본정국을 주도한다. 또한 이들을 중심으로 한반도의 비극과 아시아의 참혹한 역사는 이어졌지만, 일본의 패망으로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일본의 패망으로 모든 상황이 종결된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시기에 일본 중심적으로 재구성된 한반도와 아시아의 역사와 잔재는 청산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은 자신의 입맛대로 왜곡시킨 질서들이 역사의 필연인 것처럼 더 큰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쇼인의 사설학당 자리에는 역사관, 기념관, 쇼인 신사등이 있다. 이곳에는 아키히토 일왕의 방문(1994년)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그리고 2013년 8월에는 아베 총리가 쇼인 신사를 참배하였다. 쇼인의 정신적 뿌리가 아직도 일본을 끌어가고 있는 중심축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한일간의 역사갈등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동해표기 문제 등 참으로 많다.

한일간의 역사갈등은 양국간의 문제를 넘어 국제적인 논쟁으로 확대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회에서 '일본 정부에 위안부를 동원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상하게도 이 법안을 주도한 사람은 일본계 마이크 혼다 의원이다. 혼다 의원의 조부모는 일본의 구마모토현 출신이다. 태평양 전쟁중에는 일본계라는 이유로 강제수용당했다고 알려졌다. 구마모토현은 야마구치현과 지역적으로 매우 가까울 뿐 아니라, 일본 명치유신의 또 하나의 중심지인 사쓰마번(가고시마현)과 바로 이웃한 지역이다. 야마구치, 구마모토, 가고시마현 모두가 한반도와 매우 가까운 지역들이다.

2010년 9월 17일 세계대백제전이 개막되던 날, 충청남도지사 품에 매우 귀중한 유물이 하나 안겨 있었다. 구마모토 기쿠치성에서 출토된 백제계 불상이었다. 구마모토현 지사가 직접 가져와 충청남도에 전달하게 된 것이다. 충청남도와 구마모토 현간에 우호선린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우리와 일본의 관계를 생각하면 참으로 복잡미묘한 감정을 금할 수가 없다. 쇼인은 맹자에 심취했다고 한다. '지성을 다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가르쳤다고 한다. '지성'은 아베 총리의 좌우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맹자의 뜻에 국수주의가 덧칠해지면 어떤 행동으로 표출이 될 것인가.

이제 세계는 어떠한 고상한 정신적 사고가 있어도 국수주의적인 틀 속에서는 나 아닌 다른 사람, 다른 국가와는 공생할 수 없다. 미국의 혼다의원은 일본계 미국인이면서도 자신의 현실적인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인류가 공생할 수 있는 '세계인적 정치신념'을 가진 사람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면 일본 아베 총리의 정치신념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김광원 가천길병원연구원장·당뇨내분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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