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정책의 엇박자에 부담은 누구에게?

   
▲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효과 미미한 부동산대책
말많은 대학 구조개혁 추진
단편적이고 일관성 결여된
시장개입의 빈약한 성과 등
정부 실패정책 다잡아 보려는
책임주의 자세 절실할 때다


매일 배달되는 일간지들을 펼쳐들기에 겁나는 시간들의 연속이다. 연일 쏟아져 나오는 갖가지 사회 문제들에 대한 정부정책이나 대응책들을 보고 있자면 어느 소설가는 깊은 한숨과 함께 하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했건만, 우리가 수많은 정책들을 대면해야 하는 것 또한 깊은 한숨과 함께 해야 하는 것임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대금에 대한 대응책으로 전세수요를 매매로 전환해보겠다고 작년에 정부는 취득세율 영구인하, 수직증축 허용, 다자주택 양도세 중과세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었다. 정부의 이러한 야심찬(?)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매매는 찔끔거렸고, 여전히 세입자들은 전세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그나마 세입자에게 올려 받은 전세금은 낮아진 시중금리 탓에 돈 굴리기가 막막해진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게 되면서 급기야 전세대란이니, 하우스푸어니, 울며 겨자 먹기의 월세살이니 하는 말들이 전혀 낯설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연일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 계획의 내용은 사실상 관 주도하에 향후 16만명의 대학 입학정원을 감축하겠다는 대규모 정원감축계획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부실대학을 퇴출시키겠다는 결의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정리되는 부실대학 재단 재산의 일부를 되돌려주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과연 무엇을 위한 정책인지 판단이 쉽게 서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향후 고교졸업생의 수보다 대학 입학정원이 많아진 이면에는 1996년에 시행된 '대학 설립 준칙주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존의 대학 설립이 허가제였던 것에 반해 일정정도의 요건만 갖추면 대학 설립을 허용하는 신고제로 전환되면서 벌어진 일들로, 비약하자면 일종의 정부정책의 실패를 다시 정부정책으로 만회하겠으니 그 고통의 분담은 각자의 몫만큼 짊어지고 가라는 무책임주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책을 도구 삼아 시장에 개입하게 되고, 그 근거는 시장의 원리에 맡겨두기만 하면 불완전 경쟁과 정보의 불충분성으로 인해 자원배분의 비효율이 초래되고, 공공재의 생산과 공급의 주체로서의 역할 수행이 필요하며, 시장을 통한 분배의 불공평성을 해소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단편적이며 일관성이 결여된 정책들은 정부가 시장이나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개입해야 된다는 당위성을 주장하기에 너무도 빈약한 성과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미 기업은 오래 전부터 선언적으로나마 '무한책임경영'이니 '무한고객만족'과 같은 경영이념을 설파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소비자들 역시 '사회적 책임'이나 '윤리적 소비'와 같은 소비자들의 사회적 자기책임을 수행하려는 결연한 의지를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정부의 무한책임행정과 같은 말들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정부정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또한 사회적으로 진정 바람직한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소위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에 대한 가능성을 폭넓게 검토해 보고 이를 다잡아 보려는 책임주의 자세가 절실한 요즘이다.

실제 불임시술 가정에 대해 공공주택 우선 입주권을 부여하거나, 세 자녀 이상일 경우 의료보험을 적용한 분만급여를 제한하고, 두 자녀 이하인 공무원 가계에 대해서만 학비보조를 해주던 정부의 산아제한정책은 35년간 지속되었었다. 아직도 '하나만 낳아 잘살자'의 가족계획 구호가 머릿속에 너무도 뚜렷하게 남아있는데, 고령화의 재앙이니 다자녀 가구가 애국이라느니 하는 말들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역시 정부의 취약한 예측능력을 믿고 순진하게 따른 참혹한 결과에 대해 그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는 답답함을 꾸역꾸역 짊어져야 하는 부담감 때문일 것이다.

삼세번에 득한다는 옛말을 아무리 되새기며 일에는 누구나 실수나 실패가 있다는 '일병가일상사'(─兵家─常事)의 말을 떠올려도 깊은 한숨을 내쉬게 된 것이 삼세번은 족히 넘으니 정부 정책을 보며, 언제쯤 '바로 그거다'라며 무릎을 칠 날이 올지 요원하기만 하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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